연합뉴스 사장추천위원회는 5일 오후 회의를 열어 차기 사장 후보를 3배수로 압축했다. 지난 4일 마감된 연합뉴스 사장 공모에는 김성수 한국언론진흥재단 경영본부장, 박노황 연합인포맥스 특임이사, 박호근 전 연합인포맥스 사장, 성기준 연합뉴스 동북아센터 상무, 오재석 연합뉴스 국제사업담당 상무 등 5명이 지원했다. (▷ 관련기사 : <공정보도 쟁취 파업 촉발자들, 연합뉴스 사장 대거 도전>) 사추위 결과 김성수 후보, 박노황 후보, 박호근 후보가 복수 추천됐다.

▲ 왼쪽부터 김성수 한국언론진흥재단 경영본부장, 박노황 연합인포맥스 특임이사, 박호근 전 연합인포맥스 사장 (사진=연합뉴스)

연합뉴스는 3년 간 회사를 이끌 사장을 ‘공개모집’하고, 검증을 위한 기구로 사장추천위원회가 꾸려지기 때문에 사장을 선출하는 제도적 장치는 비교적 잘 갖춰져 있는 편이다. 하지만 총 5명의 사추위원 중 정부와 정치권의 영향력이 미치는 뉴스통신진흥회 이사가 3명인데다, 노조와 공동 추천하는 인사까지 합치면 진흥회 몫이 4명에 달해 구성에 문제가 있다는 비판이 꾸준히 나오는 실정이다. ‘충분한 검증’을 위해 만들어진 사추위가 하나의 구색 맞추기용 절차에 그친다는 지적은 이번에도 제기됐다.

노조 추천 인사로 사추위에 참여한 이강택 KBS PD(전 언론노조 위원장)는 6일 <미디어스>와 한 통화에서 “전날 5시에 마감해서 그 다음날 2시에 사추위를 열었다. 그러다 보니 사장 후보들 면면을 알아볼 수 있는 시간이 부족했다”며 “특히 저처럼 외부 인사의 경우 후보자들에 대해 자세히 모르는 경우가 많지 않느냐. 해당 인물에 대한 내부 평이 어떻고 연합뉴스의 상황은 어떤지 등을 충분히 알 수 있는 시간이 없었다”고 말했다.

이강택 PD는 “원래 사추위 시간은 2시간으로 잡혀 있더라. 이런 식이면 요식행위로 장난치자는 것밖에 더 되는가”라며 “그나마 제가 사추위에 앞서 노조가 낸 노보나 다른 자료들을 가지고 와서 부적격 인사에 대한 토론을 할 수 있었다. 다른 외부 인사였던 양승목 교수도 노보 덕분에 논의가 풍부해질 수 있었다고 하더라. 그런데 사추위에게 주어진 것은 그들이 낸 지원서 정도가 전부였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결국 여러 번의 투표를 거쳐 3명을 추렸고 사추위는 6시 넘어서 끝났다”며 “저는 표결에 참여하면서 사추위를 이렇게 요식행위가 되는 것을 방지하는 방안을 진흥회 안건으로 채택해 개선할 것을 요구했다”고 전했다.

연합뉴스노조 “파업 촉발자 다수 선임, 노조 의견 깡그리 무시한 결과”

전국언론노동조합 연합뉴스지부(지부장 오정훈, 이하 연합뉴스노조)는 6일 낸 성명을 통해 사장추천위원회의 결정을 비판했다.

연합뉴스노조는 “사추위의 이번 결정은 연합뉴스의 발전과 노사화합을 위해 파업촉발자는 절대로 사장에 선임해서는 안 된다고 노조가 수차례 강조했음에도 이를 깡그리 무시한 결과로 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연합뉴스노조는 김성수, 박노황 후보에 대해서는 “이들이 연합뉴스에 씻을 수 없는 파업의 상처를 안기고 떠난 지 이제 고작 2년이 지났다. 벌어진 상처도 아직 아물지 않은 시점에서 이들의 이름이 사장 후보에 오르내리는 것을 노조는 결코 용납할 수 없다”고 말했고, 박호근 후보에 대해서는 “언론인으로서의 정도를 지키지 못하고 국회의원 선거 출마를 타진한 후보 역시 공정성과 독립성을 담보해야 할 연합뉴스의 선장으로 적합할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연합뉴스노조는 “최종 사장후보 추천권을 갖고 있는 진흥회는 불공정보도와 인사전횡, 그리고 정부-여당 편향 보도가 지난 2012년 파업의 도화선이 됐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며 “진흥회가 잘못된 역사의 반복을 선택한다면 노조도 다시금 결사 투쟁에 나설 수밖에 없음을 천명한다”고 밝혔다.

진흥회는 오는 10일 사추위가 3명으로 복수 추천한 후보 중 1명을 지명한다. 최종 후보는 25일 연합뉴스 주주총회에서 사장으로 선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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