훗날, 언론의 역사를 적을 때 2012년 1월 27일은 꽤 의미 있는 날로 기록될 것이다. 이날은 “광고나 정부기관의 후원 없이 시민들의 자발적 후원으로 재원의 100%를 조달하는 모델”이 등장한 날이다. 이명박 정부의 ‘언론 장악’이 언론에 선연한 상처를 입히던 때, 그 매체는 홀연히 등장했다. 지상파 방송은 ‘4대강 사업’을 홍보하고, G20의 경제 효과 ‘뻥튀기’가 언론을 장악하고 있던 때였다. ‘공정보도’를 외치다 해직된 언론인들이 주축이 돼 만든 <뉴스타파>의 시작이었다.

<뉴스타파> 첫 회는 “진짜뉴스가 나타났다”는 평가와 함께 일주일도 되지 않아 30만의 조회 수를 기록할 정도로 돌풍을 일으켰다. ‘99% 시민들을 위한 방송’, ‘탐사저널리즘’을 표방한 <뉴스타파>가 첫 방송을 시작한 지 3년이 지났다. 불행하게도 그 3년 동안 언론 환경은 더 나빠졌으면 나빠졌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여전히 진실보도에 대한 목마름으로 어떤 사람들은 <뉴스타파>를 바라보고 있다.

▲ 1월 23일 '뉴스타파' 김용진 대표를 만나기 위해 사무실로 찾아갔다ⓒ미디어스

1월 23일 오후2시 마포구 서강로에 위치한 <뉴스타파> 사무실에서 김용진 대표를 만났다. 김용진 대표는 ‘<뉴스타파>의 3년’을 “광고나 정부기관의 후원 없이 시민들의 자발적 후원으로 재원의 100%를 조달하는 모델은 처음이었고, 그게 ‘가능할까’라는 반신반의가 있었다면 이제는 ‘지속가능하겠구나’라는 것을 확인하는 시간이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탐사보도를 전면에 내걸고 콘텐츠 공급도 가능하겠다는 것을 확인했다”고도 덧붙였다.

현재 <뉴스타파>는 3만5000여명의 후원자를 두고 100% 후원으로 운영되고 있다. 지난 3년이 재정적 안정성을 확보하고, 지속 가능성을 확인한 시간이었다면 이제는 ‘POST <뉴스타파>’를 보여줘야 할 차례이다.

“국정원 간첩조작 및 대선개입 보도, 권력의 영향에서 자유로워 가능했다”

김용진 대표는 지난 3년 동안의 <뉴스타파> 보도 중에서 △국정원 간첩조작, △국정원 및 군 사령부의 정치·대선개입,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ICIJ) 공동 ‘조세피난처 프로젝트’를 TOP3로 꼽았다. ‘탐사저널리즘’에 충실했단 평가다. 김 대표는 “어떤 자식이 더 예쁜가 고르라는 것인데, 고르기가 힘들다. 주류 매체들이 제대로 할 수 없었던 아이템이라는 기준으로 생각해볼 수 있겠다. 그 기준으로 보면, 국정원 간첩조작사건과 조세피난처,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 등이다. 특히, 트위터 쪽에서 국정심리전담반에서 해왔던 대선 개입을 데이터 분석을 통해 밝혀냈다. 또한 2014년 하반기에는 원전묵시록 기획도 장기간 공을 들여 취재보도했다. 기성 매체들에서 접근할 수 없는 아이템이었다고 생각한다. <뉴스타파>는 권력이나 자본의 영향으로부터 자유로우니, 가능했다고 생각한다”

김용진 대표는 반대로 ‘아쉬웠던 기획’으론 △MB의 유산 시리즈를 꼽았다. 김 대표는 “4대강 사업과 자원외교, 방산비리, 언론장악 문제 4가지 주제로 시작했는데 ‘방산비리’와 ‘언론장악’ 문제까지 나아가진 못했다”며 “4대강 사업과 자원외교는 상당히 깊이 있게 접근했으나 보도시점이 아쉬웠다”고 평가했다. ‘너무 앞서 나갔다’는 것이 김 대표의 설명이다. ‘MB의 유산’ 시리즈 중 4대강 사업과 관련해 김 대표는 “당시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포상자 명단을 다 입수해 실명으로 보도했었다”며 “또, 4대강 관련 홍보비 또한 전체를 계산한 것도 의미가 있었다. 지금 ‘자원외교’에 대해서 국정감사 등 논란이 있는데 사실 우리가 1년 전에 다 현지취재까지 해서 보도했던 내용”이라고 강조했다.

김용진 대표는 ‘자원외교’와 관련해 “당시 이명박 정부의 훌륭한 치적으로 홍보됐지만 엉터리였다는 것이 드러나고 있다”면서 “대통령의 형 이상득 의원이 국가와 민족을 위해 발 벗고 나선 것처럼 미화돼 굉장히 아쉬웠다. 그 당시에도 조금만 들여다보면 보이는 것들이 언론이 MB의 홍보수단으로 전락해 외면했던 것들”이라고 비판했다. 김 대표는 “뒤늦게나마 정치권에서 문제제기되고 다른 언론사들도 집중적으로 취재를 하고 있어 다행이라고 생각한다”며 “이번 기회에 문제점이 제대로 밝혀졌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밝혔다. 김 대표는 무엇보다 ‘자원외교’와 관련해서는 진상조사 뿐 아니라, ‘누구의 지시였는지’ 등에 대해 밝혀져 책임도 명백히 가려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뉴스타파>의 지난 3년에 대해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정도를 제외하면 부정적인 평가를 내리는 이들은 많지 않다. 하지만 자신감이 지나치단 볼멘소리도 종종 나오곤 한다. 이에 대해서도 물어봤다. <뉴스타파> 보도 중 논란이 됐던 것 중에는 ‘새정치민주연합 권은희 의원 재산누락’건이 있었다. ‘우리 편을 공격했다’는 얼토당토 않는 비판도 있었지만 “<뉴스타파> 보도가 정교하지는 못했다“는 시각이 있었던 것 역시 사실이었고, 선관위에서 그 보도에 대해 ‘주의’조치를 내리기도 했다.

이와 대해 김용진 대표는 “<뉴스타파>에서 선관위의 결정에 존중한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며 “진영논리로 ‘우리 편이 왜 아군의 등 뒤에 칼을 꽂느냐’는 지적에는 일고의 가치가 없다”고 강경하게 답했다. ‘정밀하지 못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이전 공직자 재산에 대해서 <뉴스타파>는 많은 문제를 제기했었다. 또, 액면가 그대로를 신고하는 허점 또한 지적을 했던 부분”이라며 “그렇지만 권은희 의원의 경우는 야당의 촉망받는 정치인이었다는 점에서 상반된 반응이 나왔던 것”뿐 이라고 설명했다.

▲ '뉴스타파' 김용진 대표ⓒ미디어스

“권은희 재산누락 보도…내용상 잘못은 없다”

“동일한 기준으로 기사가 나갔지만 그 이전 새누리당 의원이나 정부의 고위공직자에 대해서는 그런 지적이 없었다. 그런 점에서 (<뉴스타파>에 비판은) 정치적 시각이 개입돼 있었다고 생각된다. 다만, 한 가지 <뉴스타파>의 보도 취지는 정확하게 알아줬으면 한다. 현재 고위공직자들의 재산공개 자체가 엉터리라는 것이고 허점들이 개선되어야 한다는 취지였다. 권은희 의원 남편 재산신고는 비상장의 문제였다. 현재의 재산공개에 따르면, 관련 정보의 일체를 알 수가 없는 실정이다. 어떤 재산을 가지고 있는지 좀 더 알릴 필요가 있고 그런 쪽에서 재산공개 제도의 문제점을 지적한 것이다. 그런 부분에서 <뉴스타파> 보도는 내용상 잘못은 전혀 없었다. 권은희 의원과 지지자 측에서 선거기간이었기 때문에 민감하게 반응했다고 본다. ‘법적인 부분에서 문제가 없다’는 논리였는데, 형식적인 측면에서 보면 일리있는 얘기였다. 그렇지만 법 테두리 안에서만 저널리즘 활동을 할 수는 없는 것 아닌가. 유권자에 도움이 되는 형식으로 법이 바뀌어야 한다는 것이 <뉴스타파>의 입장이었다”

<뉴스타파> 시즌3는 ‘데이터저널리즘’을 내세우고 있다. 하지만 최근 <뉴스타파> 보도를 보면, 표방에 비해 내용이 부족하다는 얘기가 나오기도 한다. 이와 관련해 김용진 대표는 “데이터저널리즘이라는 것은 국정원 댓글사건을 통해서도 그 유용성이 입증이 됐다”며 “탐사보도를 위해 수단일 뿐”이라고 답했다.

“<뉴스타파>에서는 좋은 탐사보도를 위한 데이터팀 인적비중이 높다. 그리고 앞으로 좀 더 보강할 계획(현재 20여명의 취재진 중 4명이 데이터팀 소속)이다. 데이터저널리즘의 위력은 국정원 댓글사건에서 잘 입증이 됐다. 국정원이 운영하는 트위터 계정 약 660여개가 파악됐고, 두목 계정을 운영하는 사람들이 국정원 직원이라는 것도 확인됐다. 군 사이버 사령부 또한 마찬가지다. 또한 ‘2014원전묵시록’에서도 원전비리 판결문 200건을 전수 입수해 여러 가지 패턴들을 컴퓨터상에서 분석해 보도하기도 했다. 눈으로 보이지 않았던 것들이 데이터 분석을 통해 팩트로 확인되는 순간이었다. 그러나 팩트를 찾기 위한 유용한 수단으로 활용해야지 화려한 그래픽 등 눈요기가 목적이 되어선 안 된다”

<뉴스타파>는 ‘국가의 예산과 재정에 대한 심층보도’를 중요한 과제로 설정했고, 관련 보도들을 지속적으로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이는 여러 가지 한계로 의도와는 다르게 ‘현안보도’에 대한 관심은 뒤떨어질 수밖에 없는 딜레마를 발생시키기도 한다. 이에 대해 김용진 대표는 “문제를 많이 일으키는 정권이기도 하고 그러다 보니 시시각각 사건이 터진다. 그런 사건들 또한 사회적 모순들이 집약돼 터지는 것이기 때문에 <뉴스타파> 또한 완전히 무시할 수 없다. 사람들이 궁금해 하는 부분들이기도 하고, 회원들의 요구도 많다. 기성매체 보도로 해소되지 않는다는 얘기다. 그런 요구들을 외면할 수 없다보니 사회적 이슈 관련 기획들도 해보려는 것이다. 지난 박근혜 대통령의 신년 기자회견 또한 마찬가지였다. 지난해 기자회견과의 차이점 등 다각적인 비교분석을 준비해 보도했다. 앞으로도 탄력적으로 운영을 할 계획이다”

<뉴스타파>에 대한 많은 사람들의 기대 가운데서는 ‘정권홍보방송으로 전락한 지상파 보도를 견인’하는 것도 있었다. 그러나 아쉽게도 지상파 뉴스는 여전히 변한 게 없다. 지상파 보도에 대한 평가는 김용진 대표 또한 다르지 않았다. 김 대표는 “MBC는 최악의 상태로 더 이상 나빠질 수 없을 정도”라며 “KBS는 내부 젊은 기자들이 ‘정상화’에 대한 사명감이 높아 보인다. 그리고 나름대로 현장에서 열심히 하고 있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김 대표는 “그러나 KBS의 정치와 경제 등 권력 핵심을 다루는 뉴스는 예전과 달라진 게 없다. 그런 것들이 KBS가 가지는 한계, 딜레마가 아닌가 생각한다”고 아쉬움을 전했다.

▲ 뉴스타파 박근혜 대통령 신년 기자회견 보도 캡처

“JTBC 신선한 바람…그러나 그 자체가 언론의 가치 뒤집힌 상황 보여주는 것”

지상파의 보도가 크게 후퇴하면서 JTBC <뉴스룸>이 크게 부각됐고 긍정적인 평가를 얻고 있는 상황이기도 하다. 김용진 대표는 “KBS나 MBC, SBS의 보도에는 기본 공식이 있다. 박근혜 대통령의 신년 기자회견의 경우에도 핵심 포인트를 몇 개로 정리해 나열하고 ‘대통령은 이런 말을 했다’를 강조하는 것 그리고 여야반응”이라며 “그런 면에서 JTBC가 탈피한 것은 성과라면 성과”라고 평가했다. 이어, “JTBC 보도 역시 세월호와 같은 경우 언론기관으로서 꾸준히 집중하려는 모습들은 지상파들이 본받아야 할 부분”이라며 “그런데 지상파가 해야 할 일을 종편이 하고 있는 것 그 자체가 언론의 가치가 뒤집힌 상황을 잘 보여주는 것이 아닌가 싶다”고 씁쓸함을 드러냈다. 그렇지만 김 대표는 “JTBC 뉴스라기보다는 손석희 뉴스일 것”이라면서 “그가 한국의 방송뉴스에 신선한 바람을 불러일으킨 것에 대해서는 부정할 수 없다”고 재차 강조했다.

<뉴스타파>의 경우, KBS 등 기존 지상파에서 인력을 충원하고 있고 그 비중 또한 높은 게 사실이기도 하다. 새로운 인재를 발굴하는 역할에서는 아쉬움이 있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기도 하다. 이에 대해 김용진 대표는 “<뉴스타파> 절반 이상이 신규채용된 인력들”이라고 항변했다. 그는 “현재 고민은 경험 있는 기자들과 PD들이 젊은 인력들과 조화를 맞추는 것”이라며 “벤치마킹하는 언론사 중 프랑스에 <메디아파르>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 매체의 경우 “르몽드 출신의 편집국장이 경험이 뛰어난 인력들을 많이 데려오고 그 이후, 디지털에 익숙한 젊은 언론인들을 뽑아 조화를 잘 이뤘다. 이번에 KBS에서 합류한 심인보 기자가 허리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한다”고 밝혔다.

100% 후원으로 운영되는 매체가 재정적으로 안정돼 있다고는 말하기 어렵다. 보도의 호불호에 따라 회원이 증감이 곧바로 나타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한 김용진 대표의 생각은 분명했다. 그는 “보도가 마음에 안 들면 탈퇴하는 게 바람직한 것”이라며 “반대로 좋은 콘텐츠를 하면 곧바로 반응이 나타난다. 좋은 뉴스를 꾸준히 생산해내는 것이 현재 가장 중요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그의 말에 콘텐츠에 대한 자신감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현재 ‘잘’ 나가는 <뉴스타파> 역시 고민이 없는 건 아니었다. 매체 ‘3년’이 갖는 무게에 대한 고민이었다. 무엇보다 더 많은 이들에게 콘텐츠가 전달되는 방안에 대한 고민이 가장 커보였다.

“지금 콘텐츠 소비가 모바일이 50% 이상이다. 그래서 지금은 결국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 활용이 가장 중요하다고 본다. 그 속에서 기성 방송 리포트 형태의 것을 카드 뉴스로 만들기도 하고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그런 쪽(SNS 등)에 익숙지 않은 장·노년층들이다. 그래서 RTV 제휴를 통해 확대 등을 고민하고 있다. 아무래도 제일 편하게 보는 수상기는 TV이다. RTV의 인지도가 좀 더 올라갔으면 좋겠다…<뉴스타파>는 일종의 사회적 자산이 됐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지난해 하반기 ‘저널리즘’, ‘법률·경영·회계’, ‘IT·미디어’, ‘시민사회’ 분과로 나눠 40여명 가량의 자문위원을 위촉했다. 그리고 올해에는 외부 다양한 경험을 가진 전문가들과 개인들이 뉴스에 직접 참여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뉴스타파>에 가장 중요한 것은 회원들, 뉴스의 주인”

김용진 대표는 인터뷰 내내 회원들의 역할을 강조했다. <뉴스타파>의 오늘을 가능하게 했던 장본인이자, 미래의 <뉴스타파> 역시 그들의 손에 달렸기 때문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회원들이다. <뉴스타파>는 세계 언론 역사로 볼 때에도 없는 재정모델을 가졌다. 기성 언론이 제 역할을 못하고 신뢰감이 추락하는 데에서 시민들이 단순히 실망하는데 그치지 않고 바른 언론을 만들어 보겠다는 의지들이 모인 것이다. 우리가 잘해서라기보다는 현재 거꾸로 가는 언론 환경 속에서 올바른 언론들을 보고 싶다는 열망들이 표출된 것이라고 생각하고, 다양한 매체들에게도 확산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시청자들이 단순히 뉴스를 소비하는 차원이 아니라 뉴스의 주인으로서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나라 저널리즘 복원에 대한 희망을 잃지 않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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