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일 대한체육회 국정감사에서 민주당 최문순 의원이 밝힌 ‘연예인 원정 응원단’ 문제가 일파만파 커지고 있다. 민주당은 “유인촌 장관은 본인의 역량이 문화부 장관으로서 합당한지 스스로 판단해 보기 바란다”며 논평을 내놓았고, 민주노동당도 “유인촌 장관은 연예인 기획사 사장인가. 연예인과 어울리는 데는 국민 세금이 쌈짓돈인 모양이다”라고 꼬집었다.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순위에도 ‘연예인응원단’이 상위에 오르는 등 세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여의도통신

사건은 베이징올림픽 개막을 앞두고 1달여 전 방송인 강병규(비유엔터테인먼트 대표)씨의 요청을 받은 유인촌 장관이 자신의 재량권 아래 있는 스포츠토토 수익금 중 2억1189만3000원을 지원한 것이 발단이 됐다.

최문순 의원이 밝힌 자료를 정리해 보면 다음과 같다.

‘연예인 원정 응원단’ 인원 구성
강병규를 원정 응원단장으로 박준형-김지혜, 주영훈-이윤미 부부를 비롯해서 조여정 김나영 임성훈 미나 최성조 진보라 김용만 윤정수 왕배 SIC 채연 에바포피엘 남승민 한성주 안선영 현영 21명과 수행인 21명이 참가했다. 수행인의 경우 각 연예인이 매니저 또는 코디 1명을 무작위로 선택해 구성되었다.
채연, 에바포피엘, 김용만, 강병규 등은 각각 2명의 수행을 동반했으며, 특히 강병규씨는 2명의 수행 이외에도 4명의 스태프를 대동한 것으로 밝혀졌다.

문체부 2억원 지원금 사용처
연예인 응원단이 10여일 동안 숙박비로 사용한 금액이 1억1603만8000원으로 1인당 283만여원이 들었다. 그리고 항공료(41명, 조여정씨 제외)는 3701만원, 식비는 1104만3000원이 지출됐다. 응원단은 애초 하루 숙박비로 1인당 100만원을 요구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응원단 중 일부는 세 차례에 걸쳐 30여만원씩 ‘스파시설’을 개인적으로 이용했다. 야구(22명)와 농구(10명) 경기는 (재중한인회 등이) 표를 확보하지 못하는 바람에 암표를 사느라 810만원을 지출했다.

연예인응원단 운영의 문제점
경기 관람권을 제대로 구입하지 못해 결국 양궁, 핸드볼 등 일부 종목에만 연예인 응원단이 활동할 수 있었고, 유도 왕기춘 선수 금메달 경기와 수영 박태환 선수 금메달 경기는 베이징 시내 한 음식점에서 TV를 보며 응원하는 촌극을 벌였다.
단장으로 참여한 강병규씨는 응원단 활동에만 집중하지 않고 야구중계를 둘러싸고 MBC와 다툼을 벌이기도 했다. 강병규씨가 대표로 있는 비유엔터테인먼트 소속사 연예인 조여정씨의 경우 조기 귀국했는데 수행인은 베이징에 계속 체류했으며, 2진으로 참가하기로 한 가수 박상민씨가 불참하자 연예인으로 보기 힘든 최성조(피트니스클럽 대표)씨가 대신 참가하기도 했다.

유인촌 장관과 같은 정책결정자는 액수가 커서 비난이 일더라도 성과가 있는 곳이라면 응당한 비용을 지출하는 게 옳다. 그러나 이 말은 동전의 양면처럼 성과가 없는 곳엔 단 한푼도 허투로 쓰면 안 된다. 더구나 유 장관은 사기업 대표도 아닌 국민의 혈세를 다루는 장관이기에 이 문제에 있어서 더욱 엄격해야 한다.

‘연예인 응원단’ 기획은 애초에 ‘성과’를 기대하기 어려웠다. 자신이 간절히 원해 자비를 털어 가는 것이 아니라 정부의 풍족한 지원을 받아 간 연예인들이 응원의 질을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을까? 한국 응원의 돌풍을 일으킨 초창기 ‘붉은악마’의 힘은 ‘대중의 자발성’이라는 기반이 두텁게 자리잡고 있었다.

결국, 이번 사건은 국민들에겐 ‘연예인 출신 장관이 한자리 잡았으니, 후배들에게 선심 쓰는 것’으로 비칠 가능성이 농후하다. 국민의 혈세를 낭비하고 다녀온 응원단장인 강병규씨와 조여정씨에게 올림픽선수단 청와대 오찬 공동사회를 보게 했다. 애초 지원금 사용에 대한 감시나 평가의 의지가 없었다고 밖에 볼 수 없는 대목이다.

연예인 응원단이 혈세를 낭비한 것에 대한 처벌 규정이 모호하다면 엄하게 질타라도 하는 게 옳은데, 오히려 올림픽 선수들과 청와대에 모여 ‘오손도손’ 행사를 했다는 점에서 애초 감시와 평가에 대한 ‘개념’이 없었다고 봐야 한다.

하지만 문제의 본질은 연예인들의 ‘도덕적 해이’나 장관의 ‘무개념’이 아니다. 그보다는 스포츠를 정치적 의도에 동원하려는 고도의 ‘유개념’이 문제다. 이명박 정권은 국민의 눈과 귀가 베이징올림픽에 쏠리는 시기를 틈타 촛불에 대한 대대적인 공세에 나섰다. 올림픽 성적은 정권의 안위에 닿아 있었던 것이다. 2억원을 쏟아부어 문대성 선수를 선수위원으로 세우기 위한 작전을 펼친 것도 이때였다. 스포츠 관련 정책과 행사가 전시성으로, 그것도 동시다발적으로 흐르고, 한국의 스포츠가 엘리트 스포츠를 벗어날 수 없는 사정이 거기에 있다.

문체부가 최문순 민주당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의하면, 유인촌 장관 취임 후 8월까지 ‘장관 재량’으로 집행한 금액이 300억원 이상이라고 한다. 이 돈이 얼마나 목적에 맞게 적재적소에 쓰였는지 제대로 해명하지 않는다면 국민들의 시선은 2억원에서 300억원으로 넘어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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