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는 20일(월) 오전 남대문경찰서로부터 2차 조사를 위한 소환 요구를 전화로 받았다. 당연히 출두할 생각이다. 22일(수) 오전 남대문경찰서에 갈 것이다.
구체적으로 무슨 잘못을 했는지 아직도 제대로 이해되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고, 불구속 입건된 것은 맞는 것 같은데, 경찰이나 검찰 당국이 어떤 혐의를 적용할 수 있는지 전혀 알지 못하기 때문에 한편으로 궁금하기도 하다. 이번 2차 조사에서는 무슨 혐의를 받고 있는지 구체적으로 물어볼 생각이다.
지난 16일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약칭 문방위)의 언론재단 등 6개 언론관련 단체에 대한 국정감사가 열리기 전, 프레스센터 국정감사장에서 악의적 주장을 한 진성호 한나라당 국회의원에게 해명과 사과를 요구했다가 문방위원장인 고흥길 한나라당 의원의 지시(?)로 임의동행 형식으로 남대문경찰서에 출두, 조사를 받은 바 있다.
한편, 다음날인 17일 아침 한나라당 홍준표 원내대표는 국회에서 열린 주요당직자 회의에서 “어제 일부 국감장에서 또다시 국감소동 행각이 있었다”며 “소란이 있었던 위원회 위원들은 한마음이 돼서 소란의 당사자를 반드시 국감소동죄로 처벌할 수 있도록 하라”고 주문했다고 인터넷신문 <프레시안>(www.pressian.co.kr)이 보도했다.
이제 공은 검찰로 넘어간 듯하다. 원내 과반수를 훨씬 넘는 의석을 가진 집권당의 원내대표가 “소란의 당사자를 반드시 처벌할 수 있도록 하라”는 취지로 ‘지시 아닌 지시’를 내렸으니 사건은 커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떠오르는 속담이 두 가지다. 하나는 ‘갈수록 태산’, 아니면 역설적으로 ‘점입가경(漸入佳境)’이고 다른 하나는 ‘불감청고소원(不敢請固所願: 먼저 청할 수는 없지만 원하던 바라는 뜻)’이다.
원내 제1당인 집권당과 지도부가 파탄 위기에 직면한 민생과 국정에 매달려도 시원찮을 판에 아무것도 아닌 것을 갖고 판을 크게 벌이고 있으니, 위의 두 속담이 생각난 것이다.
그래서 끝까지 가 볼 생각이다. 동시에 기자가 소속돼 일하고 있는 <미디어스>에 ‘사건 아닌 사건’의 진상과 쟁점을 다뤄볼 생각이다. 기자가 피의자이자 당사자이지만, 오로지 ‘사실대로 보도한다’는 원칙에 따라 모든 것을 밝혀 볼 생각이다. 자랑할 만한 일도 아니지만 그렇다고 무턱대고 당하고 있을 일도 아니기 때문이다.
우선 16일로 돌아가 기자가 한 행위를 있는 그대로 밝힌다.
16일 오전 10시로 예정된 국회 문방위의 언론재단 등에 대한 국정감사를 20여분 앞둔 9시40분경 기자는 국정감사 현장을 취재 겸 참관하려고 프레스센터 18층에 있는 사무실을 나섰다. 엘리베이터 앞에서 이날 감사를 받는 모 기관의 대표를 만나 인사를 나눴다. 그런데 넥타이를 맨 셔츠에 뭔가 묻어있다는 것이었다. 얼른 세면장으로 달려갔다. 면도를 하다가 가볍게 피가 나서 묻은 것 같았다.
바로 셔츠와 넥타이를 풀어버리고 이웃 사무실에 있는 사람의 점퍼를 입고 19층 국정감사장으로 올라갔다. 그 때가 9시50분경이다. 5분쯤 기다리고 있으니, 한나라당 국회의원들이 엘리베이터에서 나와 한 명씩 국정감사장 쪽으로 걸어오고 있었다.
진성호 의원의 모습이 보였다. 국정감사장에서 7~8미터 떨어진 곳에 서 있다가 진 의원에게 악수를 건넸다. 악수를 한 채 몇 걸음 걸어가며, “진 의원, 그런데 언론노조가 친노(친 노무현) 단체란 근거를 구체적으로 한 번 대 보시오”라고 말했다. 그 순간 진 의원은 악수하던 손을 뺐고, 기자는 국정감사장 출입문 밖에서 진성호 의원 앞에 서서 “근거를 대 보라”고 다시 한번 얘기했다.
진 의원은 다른 말은 일절 하지 않고 “당신하고 이야기하려고 여기 온 것이 아니다”고 말하며 회의장 안으로 들어갔다. 주위에는 많은 기자들과 사진기자와 방송사 카메라 기자들이 있었다.
기자도 천천히 회의장으로 따라 들어갔다. 자리를 찾아 들어가는 진 의원에게 다시 요구했다. “언론노조가 친노 단체라는 근거를 대지 못하면 공개적인 방법으로 사과하세요”라고, 듣기에 따라서는 다소 큰 소리로 이야기했다. 그 때 이정현, 주호영 의원 등이 들어와 “국정감사장 관리를 어떻게 하는 것이냐”며 불특정 피감기관 관계자들에게 호통을 쳤다. 약간의 술렁임이 있었고, 기자는 “언론노조가 친노 단체란 근거를 대 봐!”라고 이야기하고 바로 회의장을 걸어 나왔다. 그 때가 9시58분경이다.
회의장을 나와 엘리베이터로 걸어가는 동안 평소 아는 사이인 홍사덕 의원이 바삐 회의장으로 걸어가는 모습이 보였고, 홍 의원도 기자를 쳐다보았지만, 회의 시간 때문이었는지 그냥 지나쳤다. 이것이 불과 3분 동안에 벌어졌던 이날의 해프닝의 전부다.
나중에 일부 보도를 보니 정병국 의원이 ‘정체불명’ 운운 한 것으로 되어 있었다. 참고로 정병국 의원과 기자도 서로 잘 아는 사이다. 기자가 80년대 두김씨(김대중·김영삼)가 주도하던 민추협(민주화추진협의회) 시절 이른바 ‘상도동(김영삼 전 대통령 자택)’을 출입할 때부터 상도동에서 일하던 정 의원과 알고 지냈다.
어쨌든, 10여미터를 걸어 엘리베이터 앞에 도착하자 사복차림의 형사가 따라와 있었다. 1층으로 좀 내려가자고 했다. 1층에 내려가 먼저 정보과 형사의 신분을 확인하고 몇가지 절차적인 것을 확인하고 사무실로 올라왔다. 몇십분이 흘렀을까, 형사가 사무실로 들어와 남대문경찰서로 가 조사를 받아야겠으니 임의동행에 응해 줄 수 있겠느냐고 해서, 두 말 않고 “좋다”고 대답하고 경찰차로 남대문서로 가 조사를 받았다. 도착한 시간이 11시20분경이었다. (이어지는 기사는 16일 남대문경찰서에서 있었던 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