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는 20일(월) 오전 남대문경찰서로부터 2차 조사를 위한 소환 요구를 전화로 받았다. 당연히 출두할 생각이다. 22일(수) 오전 남대문경찰서에 갈 것이다.

구체적으로 무슨 잘못을 했는지 아직도 제대로 이해되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고, 불구속 입건된 것은 맞는 것 같은데, 경찰이나 검찰 당국이 어떤 혐의를 적용할 수 있는지 전혀 알지 못하기 때문에 한편으로 궁금하기도 하다. 이번 2차 조사에서는 무슨 혐의를 받고 있는지 구체적으로 물어볼 생각이다.

지난 16일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약칭 문방위)의 언론재단 등 6개 언론관련 단체에 대한 국정감사가 열리기 전, 프레스센터 국정감사장에서 악의적 주장을 한 진성호 한나라당 국회의원에게 해명과 사과를 요구했다가 문방위원장인 고흥길 한나라당 의원의 지시(?)로 임의동행 형식으로 남대문경찰서에 출두, 조사를 받은 바 있다.

▲ 16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언론중재위원회, 한국방송광고공사, 신문발전위원회에 대한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신학림 전 언론노조 위원장이 언론노조가 친노 노조라고 발언했던 진성호 한나라당 의원에게 항의하다가 국감장을 나서고 있다. ⓒ여의도통신
16일 기자들이 현장을 지켜본 대부분의 언론사들은 사실을 크게 왜곡한 것 같지는 않지만, 일부 언론사들은 진성호 의원의 악의적 주장과 같은 맥락에서 ‘난입,’ ‘폭력,’ ‘정체불명’ 등의 용어를 써가며 악의적 보도를 서슴지 않았다. 보도가 악의적인 것과 주장이 악의적인 것은 비슷하면서도 차원이 다르다.

한편, 다음날인 17일 아침 한나라당 홍준표 원내대표는 국회에서 열린 주요당직자 회의에서 “어제 일부 국감장에서 또다시 국감소동 행각이 있었다”며 “소란이 있었던 위원회 위원들은 한마음이 돼서 소란의 당사자를 반드시 국감소동죄로 처벌할 수 있도록 하라”고 주문했다고 인터넷신문 <프레시안>(www.pressian.co.kr)이 보도했다.

이제 공은 검찰로 넘어간 듯하다. 원내 과반수를 훨씬 넘는 의석을 가진 집권당의 원내대표가 “소란의 당사자를 반드시 처벌할 수 있도록 하라”는 취지로 ‘지시 아닌 지시’를 내렸으니 사건은 커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떠오르는 속담이 두 가지다. 하나는 ‘갈수록 태산’, 아니면 역설적으로 ‘점입가경(漸入佳境)’이고 다른 하나는 ‘불감청고소원(不敢請固所願: 먼저 청할 수는 없지만 원하던 바라는 뜻)’이다.

원내 제1당인 집권당과 지도부가 파탄 위기에 직면한 민생과 국정에 매달려도 시원찮을 판에 아무것도 아닌 것을 갖고 판을 크게 벌이고 있으니, 위의 두 속담이 생각난 것이다.

그래서 끝까지 가 볼 생각이다. 동시에 기자가 소속돼 일하고 있는 <미디어스>에 ‘사건 아닌 사건’의 진상과 쟁점을 다뤄볼 생각이다. 기자가 피의자이자 당사자이지만, 오로지 ‘사실대로 보도한다’는 원칙에 따라 모든 것을 밝혀 볼 생각이다. 자랑할 만한 일도 아니지만 그렇다고 무턱대고 당하고 있을 일도 아니기 때문이다.

우선 16일로 돌아가 기자가 한 행위를 있는 그대로 밝힌다.

16일 오전 10시로 예정된 국회 문방위의 언론재단 등에 대한 국정감사를 20여분 앞둔 9시40분경 기자는 국정감사 현장을 취재 겸 참관하려고 프레스센터 18층에 있는 사무실을 나섰다. 엘리베이터 앞에서 이날 감사를 받는 모 기관의 대표를 만나 인사를 나눴다. 그런데 넥타이를 맨 셔츠에 뭔가 묻어있다는 것이었다. 얼른 세면장으로 달려갔다. 면도를 하다가 가볍게 피가 나서 묻은 것 같았다.

바로 셔츠와 넥타이를 풀어버리고 이웃 사무실에 있는 사람의 점퍼를 입고 19층 국정감사장으로 올라갔다. 그 때가 9시50분경이다. 5분쯤 기다리고 있으니, 한나라당 국회의원들이 엘리베이터에서 나와 한 명씩 국정감사장 쪽으로 걸어오고 있었다.

진성호 의원의 모습이 보였다. 국정감사장에서 7~8미터 떨어진 곳에 서 있다가 진 의원에게 악수를 건넸다. 악수를 한 채 몇 걸음 걸어가며, “진 의원, 그런데 언론노조가 친노(친 노무현) 단체란 근거를 구체적으로 한 번 대 보시오”라고 말했다. 그 순간 진 의원은 악수하던 손을 뺐고, 기자는 국정감사장 출입문 밖에서 진성호 의원 앞에 서서 “근거를 대 보라”고 다시 한번 얘기했다.

진 의원은 다른 말은 일절 하지 않고 “당신하고 이야기하려고 여기 온 것이 아니다”고 말하며 회의장 안으로 들어갔다. 주위에는 많은 기자들과 사진기자와 방송사 카메라 기자들이 있었다.

기자도 천천히 회의장으로 따라 들어갔다. 자리를 찾아 들어가는 진 의원에게 다시 요구했다. “언론노조가 친노 단체라는 근거를 대지 못하면 공개적인 방법으로 사과하세요”라고, 듣기에 따라서는 다소 큰 소리로 이야기했다. 그 때 이정현, 주호영 의원 등이 들어와 “국정감사장 관리를 어떻게 하는 것이냐”며 불특정 피감기관 관계자들에게 호통을 쳤다. 약간의 술렁임이 있었고, 기자는 “언론노조가 친노 단체란 근거를 대 봐!”라고 이야기하고 바로 회의장을 걸어 나왔다. 그 때가 9시58분경이다.

회의장을 나와 엘리베이터로 걸어가는 동안 평소 아는 사이인 홍사덕 의원이 바삐 회의장으로 걸어가는 모습이 보였고, 홍 의원도 기자를 쳐다보았지만, 회의 시간 때문이었는지 그냥 지나쳤다. 이것이 불과 3분 동안에 벌어졌던 이날의 해프닝의 전부다.

나중에 일부 보도를 보니 정병국 의원이 ‘정체불명’ 운운 한 것으로 되어 있었다. 참고로 정병국 의원과 기자도 서로 잘 아는 사이다. 기자가 80년대 두김씨(김대중·김영삼)가 주도하던 민추협(민주화추진협의회) 시절 이른바 ‘상도동(김영삼 전 대통령 자택)’을 출입할 때부터 상도동에서 일하던 정 의원과 알고 지냈다.

어쨌든, 10여미터를 걸어 엘리베이터 앞에 도착하자 사복차림의 형사가 따라와 있었다. 1층으로 좀 내려가자고 했다. 1층에 내려가 먼저 정보과 형사의 신분을 확인하고 몇가지 절차적인 것을 확인하고 사무실로 올라왔다. 몇십분이 흘렀을까, 형사가 사무실로 들어와 남대문경찰서로 가 조사를 받아야겠으니 임의동행에 응해 줄 수 있겠느냐고 해서, 두 말 않고 “좋다”고 대답하고 경찰차로 남대문서로 가 조사를 받았다. 도착한 시간이 11시20분경이었다. (이어지는 기사는 16일 남대문경찰서에서 있었던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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