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국정감사는 서울·수도권을 제외한 전 지역에서 핵심뉴스여야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울·수도권을 제외한 거의 대부분의 매체에서 이에 대한 그 어떤 보도나 반론을 찾아 보기 어려운 상황이 현재 한국의 지역 언론의 현실이다.

지역언론의 존재 이유에 대해서 심각한 불신을 갖고 있는 사람들의 눈에는 지역언론의 존재 이유 상실의 주요 근거로 이용될 수도 있다.

왜 지역언론은 서울·수도권 관련 정책에 대한 보도와 해설 그리고 의제설정 및 의제확산에 둔감할까? 그들은 자신이 터 내리고 살아야 할 삶의 공간으로서 자기가 다니는 직장인 지금의 언론사 소재지에 대해서 애정이 없는 것일까? 오로지 서울바라기, 즉 해바라기처럼 서울만 바라보고 살면서 언제든지 짐 싸서 서울 갈 생각만 하고 있는 것일까?

지난 14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의 경기도 국정감사에서 수도권 규제완화를 놓고 비수도권 의원들과 경기지사 김문수 간의 치열한 설전이 벌어졌다.

▲ 14일 경기도 수원시 경기도청에서 열린 경기도청에 대한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김문수 경기도지사가 의원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여의도통신
<경인일보> 기자 김창훈의 기사에 따르면, 민주당 의원 최인기(전남 나주·화순)는 “규제완화를 통한 상생발전은 이론적으로만 가능하다”며 “국가 전체의 발전을 생각하지 않고 경기도의 이익만을 주장하는 것은 지역이기주의고, 영웅주의”라고 비판했다. 또 민주당 의원 김충조(전남 여수)도 “김문수 지사가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이분법적인 논리를 펴고 있다”고 질타했으며, 무소속 국회의원 이윤석(전남 무안·신안)은 “김 지사가 수도권 규제와 지방행정체계 개편 같은 여러 사안에 대해 대립각을 세우는 등 포퓰리즘에 빠져있는 것 같다”고 맹렬히 성토했다.

한나라당 출신 경기지사 김문수를 향해 한나라당 국회의원들은 어떤 태도를 보였을까? 한나라당 비 서울·수도권 출신의원들도 민주당의 지역출신 의원들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경인일보에 따르면, 한나라당 의원 권경석(경남 창원)은 “수도권은 비만이라 다이어트가, 비수도권은 영양실조라 영양공급이 필요하다”는 비유를 통해 김문수를 성토했고, 최근 유모차부대를 향해서 폭력적 언어를 사용하여 네티즌들로부터 집중 비난을 받았던 한나라당 의원 장제원(부산 사상)마저도 “지방에서는 김 지사의 발언이 국론을 분열시킨다는 이야기가 나온다”며 김문수의 수도권 규제완화에 대해서 맹비난을 퍼부었다.

하지만 경기지역 언론 즉 서울 수도권 언론사에서는 경기도 국정감사에서 오간 설전을 구경할 수 있지 다른 지역에서는 거의 보도되지 않았다. 서울 수도권 규제완화는 곧장 비 서울·수도권의 고사로 이어지는 한국적 현실에서 자기 지역의 관점에서 중앙정치와 수도권 관련 정책을 해설하고 지역민들에게 정확한 시각을 전해 주는 역할은 지역 언론사들의 몫이다. 한데 이런 해설기사는 고사하고 있는 이런 사실마저도 제대로 보도하지 않는 것이 오늘의 지역 언론사의 보도태도다.

이런 상황에서 지역언론사에서 새로운 시도가 있어 관심을 끌고 있다.

<미디어오늘> 기자 최문주의 기사에 따르면, 19개 지역MBC 계열사가 공동으로 구성한 ‘국가균형발전 특별취재단’이 지난 13일 발족했고, 지역 균형발전의 관점에서 주요 현안에 대한 취재와 의제 설정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평했다.

미디어오늘은, ‘특별취재단’ 구성은 지난 9월4일 열린 19개 지역MBC 노사 간담회 자리에서 지역MBC 노조의 제안을 사장단이 전격 합의하면서 이뤄졌다면서, 지역MBC 3사가 지난 13일 기자 3명을 특별취재단에 인사 발령 냈고, 이에 따라 김낙곤 기자(광주MBC), 서준석 기자(부산MBC), 임명규 카메라 기자(원주MBC)가 20일부터 본격적인 취재 활동에 들어갔다고 보도한다. ‘특별취재단’은 올 연말까지 한시적으로 서울에 상주하면서 정부 주요 부처와 국회, 지역과 관련된 기관 등을 취재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당부하건대, 특별취재단은 지역방송의 현안인 한국방송광고공사 존폐 문제, 신문과 방송의 교차소유 및 교차경영 허용 문제, 보도전문채널 및 종합편성채널 추가 허용 문제, 그리고 KBS2와 MBC 사영화 문제를 비롯한 방송정책 현안에 대해서 한 가지라도 무너지면 지역방송의 공멸로 이어진다는 위기의식을 갖고 치열하게 취재보도하고 해설해야 한 점이다. 그리고 서울·수도권 규제완화 또한 지역방송과 지역 자체의 공멸로 이어질 수 있는 중대한 사안임을 직시하며 취재 보도에 심혈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특히 경기지사 김문수의 포퓰리즘에 대해서 보다 엄격한 시선으로 그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해야 할 것이다.

이런 점에서 특별취재단에 대한 기대는 클 수밖에 없다. 하지만 우려스러운 일은 특별취재단에 달랑 3명의 기자를 붙였다는 점이다. 지역MBC의 입장에서는 그렇지 않아도 일손이 달리는 마당에 기자 한 명을 서울에 보내는 일이 만만치만은 않은 일임을 모르는 바 아니다. 그래서 일단 만들었다는 데 의미를 부여하고 싶은 모양이다.

하지만 이들 3명과 서울에 파견되어 있는 지역MBC정책연합의 일부가 할 수 있는 일은 극히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실험적 시도라는 점에서 기대되는 바 크지만 현실적 상황에서 현재의 실험은 실패할 수밖에 없는 필연성마저도 품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진지하게 재구성을 권한다.

제대로 만들어서 제대로 보도하는 것이 훨씬 더 중요하다. 특별취재단의 현 인원으로서는 지역방송관련 정책현안만 따라가도 헉헉거릴 수밖에 없는데, 어찌 지역민들과 호흡할 수 있는 구체적인 아이템인 수도권 규제완화와 더불어 현 정권 들어서 지역관련 정책 부재 문제를 짚어낼 수 있을까? 특히 지난 정권까지 제법 의미 있는 진척을 보였던 혁신도시 기업도시 수도이전 문제 등 지역 활성화 정책을 거의 전면적으로 부정하고 있는 현 정권의 지역관련 정책을 조목조목 짚어냄으로써 지역민들과 함께 호흡할 수 있는 지역 언론사의 가능성을 확인해야 하는데….

다시 한 번 권하는 바, 제대로 된 특별취재단 재구성을 지역방송은 진지하게 고려해야 한다. 지역민이 지역방송의 역할을 제대로 평가하고 그 필요성을 인정할 때 서울·수도권은 지역방송 고사 정책을 구사할 수 없음을 지역방송 경영진과 구성원들이 다시 한 번 생각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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