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신문은 이번 주(15일~19일) ‘유료방송시장 새 틀을 짜자’라는 기획보도를 내보냈다. 기획보도가 마련된 계기는 케이블업계가 거리까지 나서 위성방송의 MATV 사용을 반대하는 등 유료방송업계가 갈등의 양상을 나타내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전자신문은 ‘(유료방송업계가) IPTV와 같은 신규 미디어 등장에 따른 지배력 약화에다 MATV를 둘러싼 내부 갈등까지 겹쳤다’며 이를 유료방송계의 위기라고 단정했다.

전자신문은 이런 유료방송 업계의 ‘위기의 실상’을 전하며 문제의 원인 한 축에 지상파방송, 즉 무료방송을 세워놓는다. 이런 식이다.

▲ 전자신문 10월15일자 7면.
'케이블방송의 월 가입자당 월 매출 평균액 5달러는 KBS가 인상하려는 시청료 4000원과 거의 차이도 없는데도 비싸다고 더 낮추라는 게 시청자나 정부 당국의 주장이다.'

바로잡아 할 것이 한 둘이 아니다. ‘시청료’가 아니고 '수신료'다. 수신료를 시청료로 대신하는 것은 단어사용의 부적절함을 떠나 여러 가지 혐의를 의심하기에 충분하다. 수신료는 현재까지 인상되지 않았으며 이에 대한 시청자의 저항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리고 이번 정기국회 내에서 처리될지 미지수다. 따라서 수신료 인상안과 현재의 케이블 월 가입자당 평균 매출액을 비교하는 것은 곤란하다. 낮추라는 시청자의 요구를 부당하다는 듯이 오도하는 것은 문제가 아닐 수 없다.

▲ 전자신문 10월16일자 7면.
시청자의 저항은 케이블의 일방적인 요금인상과 채널변경으로 발생한 사안이다. 이는 또 정책당국이 지역독점화를 용인한 탓이며 이로 인해 케이블방송의 비약적 발전이 가능했다. 이런 저간의 사정을 간과한 채 전자신문은 유료방송에만 불리한 정책을 편다는 유료방송의 시각을 수정 없이 전했다.

‘본질은 지상파 방송이라는 무료 방송의 기득권 유지 속에 유료방송 시장이 제대로 크지 못하는 상황에서 경쟁이 심화됐다는 점이다.’

전자신문이 지적하는 ‘무료방송의 기득권 유지’는 일단 논외로 하자. 그러나 ‘경쟁이 심화됐다’는 지적에 동의하기 어렵다. 1600만 가구를 확보하고 있는 케이블방송과 213만 가구의 위성방송을 경쟁 관계로 표현할 수 있는지 의문이 아닐 수 없다. 이번 위성방송의 MATV 사용 결정은 유료방송시장의 공정경쟁의 틀을 그나마 갖추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시청자의 선택권을 확대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판단이다. 중요한 것은 격화(?)되는 경쟁이 공정한가를 따지는 것이다.

전자신문이 나열하고 있는 유료방송 위기의 실상은 결국 규제완화 요구로 진화한다. ‘유료는 족쇄 채우고 무료만 키워’라는 소제목에 이어 ‘케이블 소유규제 완화해야’, ‘프로그램심의 완화’ 등의 케이블 등 유료방송 업계의 해묵은 과제가 제시된다. 그 사이에 무료방송에 비해 상대적으로 차별받는 유료방송의 ‘가시밭길’을 배치한다. 그러나 이는 어디까지나 해당사업자 입장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케이블 등 유료방송이 가지고 있는 문제점은 찾아볼 길 없다. 전자신문이 그린 케이블 등 유료방송의 모습은 수난받는 자이다. 유료방송이 과연 그런가?

전자신문에 부탁이 있다. 전자신문은 부정하고 있지만 무료보편적 서비스인 지상파방송의 역할에 대해 고민해주길 바란다. IPTV 등 유료방송의 확대 속에서 무료방송이 지켜야할 가치와 역할에 대해서 말이다. 현재는 그렇지 못해도 그렇게 가야 한다고 길을 제시해야 하는 것 아닌가. 산업은 시청자와의 조화 속에서 발전할 수 있다는 당연한 이치를 방송 산업에서 찾는다면 시청자의 선택권과 더 나아가 유료방송을 안 볼 권리를 보장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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