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통위의 광고규제 완화 대상은 ‘광고총량제’만이 아니었다. 지상파에 대한 광고총량제 도입 뿐 아니라 가상광고, 간접광고, 협찬고지 규제가 대폭 완화될 전망이다. 그렇지만 방통위는 시청자들의 권익을 침해하는 정책을 추진하면서 규제완화를 통해 나타날 광고증가분 등의 구체적인 자료는 공개하지 않기로 해 논란이 예상된다.

방송통신위원회(위원장 최성준, 이하 방통위)는 19일 전체회의를 열어 <방송광고 제도개선(안)>을 보고받고 입법예고하기로 했다. 주요 내용은 △가상광고 허용장르·허용시간 확대, △신유형 방송광고 제도화, △간접광고 허용시간 확대 및 기준 명확화, △방송프로그램 편성시간당 총량제 도입, △협찬고지 금지 완화 및 종류 확대, △방송광고 금지품목 규제 개선 등이다. 사실상 방송광고 제도 전반적인 부분을 풀겠다는 말이다.

▲ 최성준 방송통신위원장이 4일 오전 정부과천청사 방송통신위원회 회의실에서 열린 제33차 전체회의에 참석해 보고를 받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방통위가 추진하는 광고규제 완화의 내용은?

가장 큰 논란이 됐던 지상파에 ‘광고총량제’가 도입된다. 방통위는 “그동안 방송프로그램·토막·자막·시보광고에 대해 개별적으로 규제해 광고주가 요구하는 상품 구성이 어렵고, 광고시장의 창의성 제고가 어렵다는 시장의 요구를 반영했다”며 “이에 ‘방송프로그램 편성시간당 광고총량제’를 도입해 방송프로그램 편성시간당 평균 100분의 15이내, 최대 100분의 18의 범위 내에서 자율적으로 광고편성을 할 수 있게 된다”고 밝혔다. 방통위는 “다만, 광고의 지상파 쏠림 우려가 있어 방송프로그램광고 시간은 최대 허용시간인 100분의 18 중 100분의 15를 넘지 않도록 상한을 뒀다”고 덧붙였다.

지상파에 광고총량제가 도입되는 만큼 유료방송에 이미 도입돼 있는 광고총량제 역시 규제가 완화된다. 방통위는 유료방송의 경우 토막·자막광고 규제를 폐지하고 시간당 총량제를 현행 ‘시간당 평균 10분’, ‘최대 12분’에서 ‘방송프로그램 편성시간당 평균 100분의17 이내’, ‘최대 100분의 20 범위 내’에서 자율적으로 편성할 수 있도록 바꾼다는 계획이다.

‘가상광고’ 허용 범위도 늘어난다. 방통위는 현행 운동경기 중계 프로그램에만 허용돼 있던 가상광고를 교양·오락·스포츠보도에도 허용할 예정이다. 이 경우, 어린이를 주 시청대상으로 하는 프로그램과 보도·시사·논평·토론 프로그램에만 제외된다. 또한 운동경기 프로그램에서도 기존 선수와 심판, 관중 위에 가상광고를 노출하는 것은 금지돼 왔으나, ‘개개인의 얼굴 식별이 어렵고’, ‘경기흐름 및 시청에 불편을 초래하지 않는 경우’ 허용된다. 다만, 가상광고 또한 지상파는 해당 방송프로그램시간의 100분의 5라면 유료방송은 100분의 7로 차등을 두기로 했다.

2011년 <방송법> 개정으로 시행되면서 시청흐름 방해가 크다고 지적받는 ‘간접광고’ 규제 또한 대폭 완화된다. 방통위는 “방송프로그램 흐름 및 시청흐름을 방해하지 않을 의무와 구체적인 내용을 시행령에 규정해 시청권 보호와 방송광고 시장 활성화를 동시에 달성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강조했지만, 규제안을 보면 논란은 커질 수밖에 없어 보인다. 방통위는 ‘간접광고’와 관련해 “△해당 상품을 언급하거나 구매·이용을 권유하는 경우, △상품의 기능 등을 허위로 또는 과장해 시현하는 경우, △그 밖에 방심위규칙으로 정하는 간접광고를 금지한다”고 밝혔다.

‘간접광고’와 관련해 방통위의 계획은 시청흐름만 방해하지 않는다면 드라마와 예능프로그램 내에서 상품에 대한 구체적인 시현을 할 수 있도록 완화한다는 얘기다. 문제는 추상성이다. ‘시청흐름만 방해하지 않는다’라는 것을 어떻게 판단할 수 있을 것인가 여부이다. 방통위는 또한 ‘간접광고’ 허용시간 또한 지상파에는 해당 방송프로그램시간의 100분의 5로 제한하는 한편, 유료방송에는 100분의 7로 확대해 적용하기로 했다.

‘협찬고지’ 제도 또한 완화되긴 마찬가지다. 방통위는 “현행 방송광고가 금지된 상품이나 용역을 제조·판매 또는 제공하는 공공기관은 공익성 캠페인 협찬을 할 경우에만 허용된다”며 “이를 공익행사를 협찬하는 경우에도 협찬고지를 할 수 있도록 확대했다”고 밝혔다. 이번에 방통위의 방송광고제도개선안에서는 빠졌지만 현재 방송광고가 금지돼 있는 품목 또한 부처별 협의를 통해 다양한 부분을 허용하겠다는 방침이다.

이 밖에도 방통위는 <방송법> 개정을 통해 신유형 방송광고의 제도화를 추진한다. 기존 광고 종류 규정으로는 컴퓨터 기술 등을 활용한 광고 기법을 방송광고에 적용하기 어려웠다는 측면을 고려했다는 게 방통위의 설명이다. 한편,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방송광고규제 완화는 12월 말 입법예고를 통해 내년 초 확정될 예정이다.

광고총량제 효과 자료를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

그동안 방송광고제도 개선은 지상파와 유료방송 그리고 종편, 신문 사업자 간 이해관계로 인해 많은 논란을 야기해왔다. 이를 의식한 듯 전체회의에 최성준 방통위원장은 “이번 광고 제도개선으로 어떤 매체 이익을 더 내기 위해서가 아니다”라고 밝히기도 했다. 또한 방통위는 “KISDI 용역을 통해 광고총량제 효과를 보고 받았고 논의를 했다”며 “그러나 미래를 예측하는 것이 다양한 가정에 근거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논란이 있을 수 있어 효과를 공개하지 않는 것으로 의견을 모았다”고 덧붙였다. 논란을 피해가는 방법으로 ‘비공개’를 선택한 셈이다.

‘간접광고와 가상광고, 협찬 등을 무차별적으로 풀어주는 것이 오히려 중간광고를 도입하는 것보다 시청흐름에 방해될 수 있는 것이 아니냐. 이에 대한 계측이 있었는가’라는 물음에 방통위는 “중간광고는 시청권 침해나 광고시장에 미치는 영향력을 고려했을 때 이번에는 피해는 게좋겠다는 의견이 모아졌다”는 엉뚱한 대답만 돌아왔다. 결국, 방통위가 이번 광고제도 개선을 어느 정도의 효과를 보고 추진하는 것인지 또한 확인할 수 없게 됐다.

방통위원들은 이날 방송광고제도 개선과 관련해 ‘첫 걸음’이라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 방통위 최성준 위원장은 “이번 제도개선은 방송광고의 경쟁력을 회복하고 활성화시키자는 차원”이라며 “시청자권익보호위원회에서도 이야기가 나왔듯 제도 개선을 통해 증가하는 광고비는 콘텐츠 투자에만 사용하겠다는 약속을 자율적으로 해달라”고 당부했다. KBS수신료와 관련해서도 최 위원장은 “KBS 광고가 점차 줄어들면서 최종적으로 폐기되면 광고시장에 활력이 될 수 있을 것”이라며 “2015년 국회에서 좋은 방향으로 결정되길 기대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최성준 위원장은 끝으로, “오늘 보고된 안건은 처음 논의가 시작되는 것이다. 향후, 여러 절차를 통해 충분한 의견수렴을 할 것이고 요식행위가 아니라 실질적인 논의가 이뤄질 수 있도록 약속하겠다”고 밝혔다. 그렇지만 방통위가 구체적인 자료를 밝히지 않고 방송광고 규제완화를 추진한다면 오히려 무성한 뒷말을 낳을 가능성이 높다.

한편, 이날 전체회의에서 방송광고제도 개선으로 인해 ‘시청자의 시청흐름이 방해될 수 있다’는 우려는 많았다. 그렇지만 그에 따른 대안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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