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월 27일, 대법원은 이명박 대통령 특보 출신 낙하산 구본홍 사장에 맞서 ‘공정방송 투쟁’을 했던 해직기자들 중 3명의 복직 희망을 꺾었다. 권석재, 우장균, 정유신 기자는 YTN으로 돌아갔으나 노종면, 조승호, 현덕수 기자에게는 ‘당시 해고는 정당했다’는 판결만이 남았다.

▲ 왼쪽부터 조승호, 현덕수 YTN 해직기자 (사진=미디어스)

친정으로 돌아가지 못한 조승호, 현덕수 기자가 오는 2월 1일부터 한국탐사저널리즘센터 <뉴스타파>의 새 멤버로 합류한다. 한국탐사저널리즘센터는 최근 집행위원회를 개최해 두 기자의 합류를 승인했다.

조승호 기자는 19일 <미디어스>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6년 동안 YTN 복직만을 생각하고 있었는데 사법적 판단이 저렇게 나 버려서 법적 절차를 통해 복직하기는 힘들어졌다”며 “그동안 YTN 복귀를 간절히 바랐던 분들이 <뉴스타파>로 가기를 강력하게 권유해 고민하다 저도 결심했다”고 말했다.

조승호 기자는 “그동안 1분 30초 리포트만 만들어왔는데 <뉴스타파>는 탐사보도를 하지 않나. 5~10분짜리 리포트도 만들어야 하고 깊이도 있어야 한다. 제게는 거의 직종을 바꾸는 것 이상의 큰 변화”라며 “복직할 때까지는 <뉴스타파>가 ‘제 운명’이라고 생각하고 수습(기자)의 심정으로 배울 것”이라는 각오를 전했다.

현덕수 기자도 같은 날 전화 인터뷰에서 “그동안 YTN 해직자들 문제는 우리 내부의 힘으로 추진해야 YTN도 살 수 있고 우리 모두한테 떳떳해질 수 있다고 회사 선배들에게 기회만 되면 얘기해 왔다”면서 “선배들이 손을 내밀어줬으면 하는 마음이었는데 <뉴스타파>가 오히려 먼저 손을 내밀어 준 점에 대해서는 대단히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현덕수 기자는 “해직기간 포함하면 20여년 이상 언론계에 있어왔고, 아직 언론인으로서의 길을 포기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런 부분을 살리면서 할 수 있는 일이 <뉴스타파>라고 봤다. 더군다나 <뉴스타파>가 표방하는 여러 가지 지향점이, 우리가 부당해직에 맞서 왔던 것과 전혀 무관하지 않기 때문에 제안 받았을 때 크게 고민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다음은 전화 인터뷰 전문.

조승호 YTN 해직기자

▲ 조승호 YTN 해직기자 (사진=미디어스)
- <뉴스타파>에 합류하게 된 계기는.

현덕수 기자도 마찬가지지만 저도 6년 동안 흔히 말하는 ‘기자생활’은 하지 않았다. 저는 개인적으로 YTN 이외의 언론사에서 기자를 한다는 건 생각도 안 했고, YTN 복직만을 생각하고 있었다. 제 주변 분들도 다들 YTN 복직을 저 이상으로 바라셨고. 그런데 사법적인 판단이 저렇게 나 버렸지 않나. 나중에 어떤 상황 변화가 있어서 복직이 가능할 수는 있겠지만 현실적으로 법적인 공식절차로 복귀하는 게 어려워진 게 사실이다.

여기서 저에게는 두 가지 선택지가 있었다. ‘그래 좋다. 법원 네가 원하는 대로 내가 기자질을 더러워서 안 한다’ 하는 것, 어떻게든 언론에 복귀해서 언제 될지는 모르지만 복직될 때까지 기자생활을 하는 방법이 있었다. 제 가족들과 저한테 6년 동안 희망펀드를 주면서 기다려 온 회사 동료들은 복직하기 전까지는 <뉴스타파>에 가서 취재활동을 하면 좋겠다는 의견이었다. 주변 모든 분들이 예외 없이 그런 의견을 주시더라.

제일 중요한 YTN 복귀를 강력하게, 간절하게 바랐던 분들이 대법원 판결 이후에는 오히려 <뉴스타파>로 가기를 강력하게 권유하시는 것을 보고 ‘이게 지금 내 운명인가 보다’ 생각했다. 고마운 분들의 권유 덕분에 저도 고민을 하다 최근 결심했다.

- <뉴스타파>를 선택한 이유가 있는가.

후원자들의 회비로 운영되는, 자본과 권력으로부터 독립적인 언론이기 때문에 열심히 해야 한다는 생각은 아니다. 언론사가 어디든 권력에 대한 비판, 견제, 감시, 즉 언론인의 사명을 다해야 한다고 본다. <뉴스타파>가 대단히 특별히 잘한다기보다는 모든 언론이 다 이렇게 해야 하는데, <뉴스타파>가 언론의 기본을 잘하고 있는 것일 뿐이다. 여러 가지 상황이 겹쳐 다른 기자들은 그렇게 하지 못하고 있고. 제가 간다고 해도 특별히 뭘 잘 해서 간다, 이게 아니라 (<뉴스타파>가 현재 하는 것처럼) 언론의 기본만 하자는 마인드다. 우리나라를 바꾸고 할 그런 깜냥도 안 되고, 언론의 사회적 소명, 그 기본만 충실히 하면 된다고 본다. 저는 기자생활하면서 대단히 특별하게 권력을 감시하고 비판하지 못했다. 중간 정도, 평범한 기자였다.

- 6년 만에 다시 기자생활을 시작하는데 각오가 궁금하다.

오래 고민했지만, 고민은 치열하게 하되 결정한 뒤에는 돌아보지 않는다는 게 제 가치관이다. 이제 복직할 때까지는 <뉴스타파>가 제 운명이다, 라고 생각하고 수습(기자)의 심정으로 배울 것이다. 차이가 많지 않느냐. 가장 큰 차이 2개가 있는데 사실 그동안 저는 1분 30초짜리 리포트만 만들어 왔다. <뉴스타파>는 탐사보도를 하지 않나. 5~10분짜리 리포트도 만들어야 하고 깊이도 있어야 한다. 제게는 거의 직종을 바꾸는 것 이상의 큰 변화다.

두 번째도 굉장히 큰 변화인데 이제 출입처가 없다는 것이다. 저도 YTN 있을 때 출입처 나가면서 편안하게 기자생활을 해 왔다고 생각한다. 가만히 앉아 있어도 보도자료를 갖다 주니, 제가 굳이 나가지 않아도 기사를 쓸 수 있었다. 그런데 이제는 기자실도 없고 아이템을 찾아다녀야 한다. 과거 편안한 기자생활에 저도 젖어 있던 측면이 있었으니, 이런 마인드를 빼는 게 가장 힘이 들 것 같다. 이 소식을 듣고 기자하던 친구가 전화해서는 “<뉴스타파> 수습기자로 들어간 것 축하한다!”고 하더라. 그 얘기를 듣고 아 정말 수습처럼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 2월 1일 출근 전까지는 어떻게 지내시는지? 방송기자연합회 정책위원장 임기는 내년 초에 끝난다고 들었다.

1월 중순까지는 방송기자연합회 일을 계속 한다. 남은 보름 정도는 저도 정리 좀 하고, 어른들도 찾아 뵙고 가족들하고 시간을 보내야 할 것 같다. 앞으로 <뉴스타파>에서 일하게 되면 본의 아니게 가정에 소홀하게 될 수밖에 없으니 가족들과 보낼 것이다.

현덕수 YTN 해직기자

▲ 현덕수 YTN 해직기자 (사진=미디어스)
- <뉴스타파>에 합류하게 된 계기는.

일단 지금 간다고 하더라도 제가 완전히 YTN에서 <뉴스타파>로 가는 건 아니다. 혹시라도 YTN으로 복귀할 수 있는 그런 계기나 여지가 있으면 다시 복귀하는 게 제 가장 큰 목적이자 목표다. 다만 그동안은 대법원 판결이 남아 있어 6년여 동안 다른 직장을 뚜렷하게 갖지 않고 기다려왔다. 그런데 11월 27일 대법원 확정 판결이 나면서 법적으로 다시 복귀하는 게 요원해졌다. 이전과는 달리 일을 시작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그러는 중에 <뉴스타파>에서 같이 일하자는 제안이 왔다. 어차피 제가 지금 해직기간 포함하면 20여년 이상 언론계에 있어왔고, 아직 언론인으로서의 길을 포기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런 부분을 살리면서 할 수 있는 일이 <뉴스타파>라고 생각했다. 더군다나 <뉴스타파>가 표방하는 여러 가지 지향점이, 우리가 부당해직에 맞서 왔던 것과 전혀 무관하지 않기 때문에 제안 받았을 때 크게 고민하지 않았다. 사실 현실적으로 별다른 선택지가 없기도 했고.

- <뉴스타파>를 선택한 이유가 있는가.

대법원 판결이 났을 때도 말했지만 이것으로 YTN 투쟁… 이런 말 잘 안 쓰는데 그런 것이 끝났다고 보지는 않는다. 오늘 판결(헌법재판소의 통합진보당 해산 결정)도 그렇고 최근 들어 사회 분위기나 사법부 분위기 이런 것들이…

저도 법조계 오래 취재했지만 그래도 우리 사회의 시시비비를 가릴수 있는 최후의 보루는 사법부라고 생각해 왔다. 일반적인 시민의 상식에 입각하지 않고 자기들이 보고 싶은 면만 본다는 점에서 최근 사법부에 실망감을 갖고 있다. 물론 현실적인 최후기구로서의 대법원을 부정할 수는 없으나 그들이 내린 판결이 우리 행동의 의미를 좌우하지는 않는다고 본다. 대법원 확정판결이 났다고 하지만 지금까지의 우리의 행동은 전혀 틀리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이념을 떠나서 언론인으로서의 가장 기본적인 소명에 따른 상식이었다.

그랬기 때문에 지난 6년을 비록 현장을 떠나 강제적으로 보냈다고 하더라도, 그런 식으로 사는 것이 저의 직업적 양심과 상식을 지키는 것이었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힘들어도 동요 없이 살아올 수 있었다. 하지만 더 이상 저희가 기다릴 수 있는 시기가 지났기 때문에 조금더 큰 호흡으로 <뉴스타파>에 합류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뉴스타파>는 방식에 있어서 ‘탐사보도’를 표방하고 있지 않나. 이 사회의 부조리를 파헤치고 상식과 건전한 생각에 의한 사회를 만들어 나간다는 것이 <뉴스타파>의 이념이기도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제반 권력이나 자본으로부터 독립하는 것이 중요한데, 회원들의 회비로 운영되는 순수한 독립 언론이라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 6년 만에 다시 기자생활을 시작하는데 각오가 궁금하다.

<뉴스타파>가 선보이는 탐사보도는 기자생활하는 15년 동안 전혀 접해 보지 못했던 부분이다. YTN에 사실 그런 조직이 없다. 고정된 출입처를 가진 기자생활이 제가 해 온 취재기자 경력의 전부이기 때문에 한편으로는 잘 해낼 수 있을까 우려도 들긴 한다. 그렇지만 제가 지난 6년을 버텨왔던, 제 직업에 대한 기본적인 생각과 인식을 바탕으로 다시 한 번 언론인으로, 기자로서 살아가는 원칙을 <뉴스타파>에서 일하며 다시 점검해 보려고 한다.

- 2월 1일 출근 전까지는 어떻게 지내시는지? 현재 한국기자협회 부위원장직도 맡고 있는 것으로 안다.

부위원장직은 임기가 따로 있는 것은 아니다. 당사자의 의사나 협회의 필요에 따라 교체가 가능하지만 아직 그런 부분에 대한 얘기는 없다. 저는 기자협회 회원이기도 하기 때문에 직은 유지할 것 같다. (출근 전까지는) 주변 정리를 하면서 쉴 계획이다.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

사실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 그동안 YTN 복직을 추진하면서 경영진이나 소위 저희 선배들을 만나는 자리에서 늘 강조했다. YTN 해직자들 문제는 우리 내부의 힘으로 해결해야 YTN도 살 수 있고 우리 모두한테 떳떳해질 수 있다고 기회만 되면 얘기해 왔는데, 사실 이렇게 된 부분에 대해서 상당히 안타깝다.

YTN 사장과 임원들은 이번에 ‘해고 정당’ 판결이 확정된 3명과는 적어도 15년 이상 부대껴 왔던 직접적인 선후배 관계다. 그런 선배들이 이런 YTN 사태를 해결할 기회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마지막 순간까지 자신들의 경영권을 유지하는 수단, 경영진을 대물림하기 위한 방편으로 해직자 문제를 이용했다. 정말 참담하고 안타깝다.

저는 대법원 판결나기 전이나 후 모두, 해직자들에 대한 부분에서 선배들이 손을 내밀어 줬으면 하는 간절한 마음이 있었는데 오히려 <뉴스타파>가 손을 내밀게 된 점에 대해서는 대단히 안타깝게 생각한다. 이런 일을 통해 사람들을 너무 많이 잃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뉴스타파>에 있는 동안은 제 나름의 역할을 충실히 할 것이지만, 한편으로는 어떤 식으로든 언젠가는 꼭 YTN에 돌아갈 것이다. 그런 계기가 마련될 수 있도록 준비하려고 한다.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