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선 실세의 국정개입 의혹 사건에 대한 검찰 수사가 마무리 단계에 온 가운데, 정치권 각계 인사들은 이에 대해 다양한 견해를 표했다. 검찰 조사를 믿을 수 없다는 의견이 있는가 하면 검찰의 현재와 같은 수사가 사실상 불가피했다는 주장도 나온다.

2012년 총선‧대선 국면에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으로 활동한 이상돈 중앙대 명예교수는 18일 아침 CBS 라디오 <박재홍의 뉴스쇼>에 출연해 이번 사건으로 박근혜 대통령을 지지하던 민심이 이반하는 이유를 설명했다. 이상돈 명예교수는 “박근혜 대통령을 지지했던 사람들은 박 대통령의 과거 80년대 초까지 있었다고 얘기되는 최태민 목사 문제, 이런 것을 전혀 몰랐느냐, 그렇지 않다”라고 지적했다.
이어서 이상돈 명예교수는 “그걸 알고도 과거의 문제로 생각하고 박 대통령을 따뜻하게 지지한 것”이라면서, “2012년 새누리당 대선후보 경선 때 김문수 지사가 그 점을 제기했을 때 박 대통령 지지자들은 저를 포함해서 김 지사한테 항의하고, 또 거세게 이의를 제기했다”라고 설명했다. 이 명예교수는 “(그랬던 것이) 현 상황에서는 다시 정윤회씨를 통해서 최태민 문제가 부각이 돼서 온국민이 알게 되지 않았냐”라고 반문하면서, “지각 있는 지지자들도 이제는 좀 환멸을 느낀 분들이 많아졌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 '비선실세'로 거론된 정윤회씨가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에서 강도 높은 조사를 받은 뒤 11일 새벽 굳은 표정으로 청사를 나오고 있다.정씨는 청와대 문건의 골자인 비서진과의 비밀회동설에 관해 진술한 뒤 박관천 경정과 대질조사를 받았다. (연합뉴스)
또 이상돈 중앙대 명예교수는 검찰 수사에 대해선 “액면 그대로 믿을 사람이 얼마나 있겠느냐”라고 반문하면서. “이 사안의 중대성에 비해 수사기간도 너무 짧았고. 처음부터 문건유출에만 초점을 둔 수사였다”라고 지적했다. 이 명예교수는 “누가 유출했는가에 대해서도 지금 나오는 답은 설득력이 부족한 것 같다”라면서, “검찰이 아무리 무슨 답을 내도 우리 국민들은 그걸 믿지 않는다”라고 주장했다.
이상돈 명예교수는 현 상황에 대한 박근혜 정부의 타개책에 대해 “당위성으로 말할 것 같으면 청와대 뿐만 아니라 내각도 대폭 바꿔야 한다”라면서도, “박근혜 대통령이 그 세 사람(‘문고리 3인방’)을 후퇴시키기 매우 어렵다고 본다”라고 예측했다.
문병호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같은 날 MBC 라디오 <신동호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처음부터 특검으로 갔어야 되는데 뻔히 예측된 검찰의 수사발표가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라고 주장했다. 문병호 의원은 “정치적인 문제는 가능하면 검찰로 가지 않는 것이 좋다. 그런데 이 사건은 명예훼손과 문건유출로 고소가 돼 있고 수사를 해야 할 상황이기 때문에 검찰이 상당 부분 충분히 실체를 밝힐 수 있다”라면서, “문제는 대통령이 처음부터 가이드라인을 제시한데다 도중에 회유설이 나오는 등 청와대가 계속 이 사건 관여한 정황이 나와 결국 검찰만 만신창이가 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문 의원은 “결과적으로 (검찰이 어떻게 하든) 불신을 받는 수사결과가 나올 수 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 '정윤회 국정개입 의혹' 문건 등 청와대 문건 유출과 관련해 박지만 EG회장이 16일 새벽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서 조사를 마친 후 취재진에게 둘러싸인 채 귀가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병호 의원은 “국가의 중추기관인 청와대에서 비정상적인 문제가 발생했으면 당연히 감독기관인 운영위를 소집해 국회에서 논의해야 한다”라면서 “그것을 은폐하고 운영위를 안 열고 의문과 의혹만 증폭시키는 일을 여당이 하고 있다”라며 국회 운영위의 조속한 소집을 주문했다.
검찰 출신 초선의원인 김용남 새누리당 의원은 조금 다른 견해를 드러냈다. 김용남 의원은 18일 KBS1 라디오 <안녕하십니까 홍지명입니다>에 나와 “국정을 농단했다는 것을 밝히기는 어렵다”, “더 이상의 진상조사나 수사는 필요하지 않다”라고 말하면서도 “대통령께서도 이제는 좀 스타일을 바꿔서 이런 의혹제기 자체가 나오지 않을만한 배경을 만들어야 된다고 생각한다”라고 주문했다.
김용남 의원은 소위 ‘정윤회 문건’에 대해 “언론에 알려진 내용을 보면 처음부터 그 내용이 너무 추상적이고 좀 수준이 낮은 내용이 대부분이었다”라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처음부터 인사개입이나 국정농단이라는 것은 매우 사실유무를 밝히기 어려운 평가의 문제 내지 추상적 표현”이라면서, “과거 정권에서도 김영삼 정부 시절에 대통령의 아들인 김현철 씨가 인사를 좌우한다고 소문이 널리 퍼졌찌만 결국에 수사를 통해서 김현철 씨가 처벌 받은 것은 구체적인 이권과 관련된 금품수수였다. 역대 정권에서 인사개입 내지는 국정농단 관련 수사나 조사를 통해서 사실유무가 밝혀진 적은 한 번도 없다”고 주장했다.
▲ 이재만 청와대 총무비서관이 14일 밤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서 고소인 자격으로 검찰조사를 마친 뒤 기자들의 질문을 뿌리치며 건물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이어서 김용남 의원은 거듭 “처음부터 문건내용이 대단히 추상적이고 진실여부를 가리기에는 어려운 내용이었다는 생각이 든다”라면서, “국회 차원에서 진상조사를 한다고 해서 밝혀지지 않았던 사실이 드러나거나 하는 것은 어렵다”, “특검도 사실은 검찰수사를 뛰어넘기는 어려울 것 같다”라고 주장했다.
또 김용남 의원은 “이런 문건 자체가 청와대에서 생산됐다는 게 어떻게 보면 좀 수준 이하다”, “어떤 일선 경찰서의 정보과에서 하급 경찰관이 과장 정도에게 보고할 내용이 정식 문건으로 생산됐다는 것은 청와대 일의 수준의 문제”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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