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트워크 중립성이란 2002년, 부와 레식(Tim Wu & Lawrence Lessig)의 대화를 시작으로 작성된 ‘망중립성을 위한 제안(A Proposal for Network Neutrality)’에서 본격적으로 언급되어지기 시작한 것으로서, 망이나 이용자에게 해가 된다는 증거가 없으면 ISP(Internet Service Provider)는 트래픽을 차별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인터넷은 수신인과 무관한 FIFO(First In First Out)방식¹을 통해 자유로운 접근을 보장하는 방향으로 발전해 왔으며, 단대단(end-to-end) 원칙²에 따른 망의 개방성과 중립성에 기반 한 경쟁과 혁신 속에서 놀라운 성장을 거듭해 왔다.* 이는 망중립성 원칙을 고수해야 한다는 주장의 중요한 근거이기도 하다. 그런데 ISP가 이와 같은 네트워크 철학을 배제하고 망을 제어하고자 하거나 전통적인 망사업자(common carrier)가 망 이용대가를 요구를 요구하게 되면서 망중립성을 둘러싼 이해관계자 간 논쟁의 시발점이 된다.

1) 컴퓨터에서의 기억 장치와의 접근이나 데이터 처리, 정보 처리 등에 있어서 대기 시간이 있는 경우, 먼저 기억된 데이터나 먼저 온 명령을 우선시하는 처리방식을 의미한다.
2) 모든 연산기능과 지능은 단말기에 부여하고, 망은 패킷의 전송기능만을 시행한다는 인터넷의 기본 설계 원리이다.

부(Wu)는 네트워크가 중립적이어야 하는 이유를 네트워크를 바라봄에 있어서 다른 무엇보다도 해당 시장이 가진 특성 중의 하나인 공공재적 속성의 검토를 제안한다. 사적 시장, 예컨대 패스트푸드 프랜즈차이즈 시장과 네트워크 시장을 같은 관점에서 바라 볼 수 있는가에 대한 의문의 제기이다. 맥도날드는 상품 구성에 있어서 콜라가 필요한데, 맥도날드는 코카콜라와의 독점적 계약을 통해 저렴하게 물품을 공급받아 소비자에게도 부담없는 가격에 공급하고 있다. 사업자나 소비자에게 모두 이득이다. 또한 굳이 코카콜라가 아니더라도 다른 콜라 사업자와 계약을 할 수도 있다. 하지만 도로의 경우 특정 자동차 제조사에게만 독점적인 권리를 줄 경우, 이것이 제품혁신에 방해물로 작용하게 될 수 있다. 예컨대, 자동차 회사들은 자동차 자체의 혁신 보다는 도로사업자와의 계약에 보다 많은 힘을 쏟을 수 밖에 없게 된다.**

이와 같은 관점에서 부(Wu)는 우리들에게 질문을 던진다. 네트워크는 패스트푸드와 도로 중에서 어느 쪽에 가깝다고 볼 수 있는가? 네트워크를 바라봄에 있어서 이와 같은 공공재적 관점, 그리고 시장지배력과 대체가능성의 문제를 생각해봐야 한다.

망중립성을 둘러싼 미국 통신규제의 기본이념과 FCC의 규제 권한 범위

미국 통신법(Telecommunications Act 1996)의 ‘Title II’에서는 통신사업자에 대한 연방정부의 규제 권한을 정하고 있으며,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공중 일반에게 차별 없이 보편적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 즉, 사업자든지, 이용자든지 누구도 차별하지 않는 보편적 접근이 미국 통신규제의 기본적인 이념이다.*** http://www.nnforum.kr/35

또한 미국의 통신법은 전통적인 규제영역의 통신사업자 서비스에서 비규제 영역의 IP기반 서비스를 분리하고, 상이한 규제를 적용하기 위해 통신서비스와 정보서비스를 구분하였는데, 두 서비스 간의 경계가 모호해지면서 논란이 지속되고 있다. FCC는 통신사업자의 인터넷접속사업과 달리 케이블사업자의 인터넷접속 서비스를 정보서비스로 분류해왔고, ‘Brand X’ 판례로 알려진 인터넷 접속 서비스에 대한 양사업자 간의 불균형 규제는 통신사업자의 인터넷접속 서비스를 정보서비스로 분류하면서 종식되기는 했다. 하지만 ISP 사업자를 정보서비스 사업자로 분류하면서 FCC가 과연 ISP를 어느 정도까지 규제할 수 있는가가 새로운 쟁점으로 부각되게 된다. 왜냐하면 네트워크 중립성과 제어 이슈는 결국 ISP 사업자를 향해 있기 때문이다.

어느 것이 이용자에게 바람직한 것인가?:
네트워크의 중립성 vs 네트워크 시장의 자유로운 경쟁, 그리고 프라이버시 침해 가능성

네트워크 중립성 논쟁은 네트워크의 투명성(transparency), 불합리한 차별금지(no unreasonable discrimination), 차단금지(no blocking) 등, 중립성을 옹호하는 진영과 네트워크 중립성 규제에 반대하는 즉, 네트워크의 자유로운 경쟁을 주장하는 진영의 의견이 상충하고 있는 이슈이다. 구글, 넷플릭스와 같은 콘텐츠 기반의 사업자들은 네트워크 중립성을 옹호하며, 컴캐스트나 AT&T와 같이 자체 망을 소유하고 있는 네트워크 사업자와 ISP는 네트워크 중립성에 반대하고 있다. 각 진영은 혁신, 경쟁의 관점에서 자신들의 논리를 내세우고 있지만,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결국, 네트워크 규제가 어떻게 형성되어지는 것이 이용자 차원에서 바람직한가를 고려해야 한다. 규제정책 자체는 사업자를 위해 존재하는 것이기도 하지만 그 이상으로 규제의 효용이 이용자에게 어느 정도의 가치를 가져다 주는가가 규제정책의 정당성을 합리화시켜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차원에서 결국 네트워크 시장의 자유로운 경쟁, 예컨대 넷플릭스가 컴캐스트에게 지불하기로 약속을 맺은 ‘급행료(access fee)’가 이용자에게 이로울까에 대한 의문의 제기가 필요하다. 당장은 넷플릭스 이용자들은 트래픽에 구애받지 않는 영상 콘텐츠 이용이 가능할 것이다. 넷플릭스는 급속한 매출 성장을 통해 현재의 요금 설정으로도 충분히 수익을 낼 것으로 판단, 당장은 요금을 올리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한번 내기 시작한 급행료는 다른 ISP 사업자에게도 내야 하며, ISP 사업자로부터 트래픽 논란이 있을 때마다 급행료의 인상을 요구받을 수도 있다. 네트워크는 지속적으로 혁신해야 한다는 명분에서 말이다. 결국 넷플릭스는 그에 따른 비용을 언제든지 이용자에게 전가시킬 수 있다는 점이다. 자유로운 경쟁 속에서 맺어진 사업자 간의 계약이 자연스럽게 이용자에게 돌아올 수도 있다는 것이며, 이러한 가능성까지 염두해 두어야 하는 것이 네트워크 중립성 이슈와 관련해 이용자들이 고려해야 하는 사안이라 할 수 있다.

한편 트래픽을 관리하는 방안인 DPI(Deep Packet Inspection)가 사용자의 동의없이 이뤄질 가능성이 있는만큼 망중립성의 훼손은 이용자의 인권과도 직·간접적으로 연계된다. DPI의 특성상, 네트워크 이용자는 이용 당시에 DPI가 실행되고 있음을 파악할 수 없으며, 파악하더라도 대처할 방법이 없고, 사업자로부터 사후에 DPI와 관련한 통지도 받지 않는다. 즉, 트래픽의 효율적인 관리라는 명분하에 시작되는 네트워크 제어는 결국 한법이 보장하는 기본권인 이용자의 프라이버시를 침해당할 가능성이 존재한다.****

나무를 바라보지 말고 숲을 바라봐야 한다는 말이 있다. 이 말은 특정 사안을 파악함에 있어서 전체를 바라봐야 함의 중요성을 의미한다. 이용자들은 네트워크 중립성 논쟁을 인식함에 있어서도 결국 사이버 공간에서 발생할 수 있는 사안들을 포괄적·거시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사업자간의 실익 관계나 논리적인 쟁점에 함몰되어서는 안된다. 이용자는 네트워크 중립성의 유지 또는 훼손 중, 어느 것이 이용자들의 가치와 인권, 그리고 자유로운 사이버 공간을 유지시켜 줄 수 있는지를 바라봐야 하는 것이다.


<출처>
*http://papers.ssrn.com/sol3/papers.cfm?abstract_id=247737
**http://www.slate.com/articles/technology/technology/2006/05/why_you_should_care_about_network_neutrality.html
***http://www.nnforum.kr/35
****http://wwwnnforum.kr/49

박수철 _ 공공미디어연구소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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