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율이 취임 후 최저 수준인 30%대로 내려갔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여러 언론에서 보도되고 있다. 이 조사는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JTBC 의뢰로 지난 5일과 8일 이틀 동안 전국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것으로 박근혜 대통령의 지지율은 39.7%로 드러났다(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1%p).

▲ 8일 JTBC 방송화면 캡쳐 사진
그런데 JTBC 보도를 보면 박근혜 대통령의 지지율 하락세는 ‘정윤회 문건’ 이전에도 감지되었다. JTBC가 지난 8일 보도한 여론조사는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운영 만족도에 관한 것이었다. 이 조사도 리얼미터가 실시했는데, 성인 남녀 8500명을 대상으로 지난 11월 26일부터 30일까지 유선 RDD 방식으로 수행되었으며 표본오차는 9% 신뢰수준에 ±1.1%p였다. 이 조사에서 2014년 국정운영에 대해서 만족한다는 응답은 40.2%로, 불만족한다는 응답은 51.5%로 드러났다.
▲ 8일 JTBC 방송화면 캡쳐 사진
흥미로운 것은 같은 조사에서 2013년 국정운영에 대한 만족도 응답과의 비교다. 2013년 응답에서 만족한다는 응답은 51.7%로, 불만족 40.0%로 2014년 응답과 편차가 있었다. JTBC는 이에 대해 두 해 모두 만족한다고 응답한 36.3%를 ‘고정 만족층’으로, 모두 불만족한다고 응답한 36.1%를 ‘고정 불만족층’으로 평가했다. 이는 새누리 성향 유권자들을 모두 결집시키지만 한편으로 반새누리 성향 유권자들도 모두 결집시키는 박근혜 대통령의 독특한 개성을 보여주는 결과로 풀이된다.
▲ 8일 JTBC 방송화면 캡쳐 사진
또 JTBC는 이 조사결과를 분석하면서 ‘불만족’에서 ‘만족’으로 이동한 이를 3.9%로, ‘만족’에서 ‘불만족’으로 이동한 이를 15.4%로 분류했다.
▲ 8일 JTBC 방송화면 캡쳐 사진
JTBC가 리얼미터로부터 제공받은 자료로 분석한 월별 국정수행 지지도 추이도 흥미롭다. 60%를 넘는 지지율로 고공행진하던 박근혜 대통령은 4월 세월호 참사의 여파 때문에 5월 지지율은 50%대 초반으로, 6월과 7월 지지율은 40%대로 하락했다. 그러나 그후 7.30 재보궐선거에서 새누리당이 대승을 거두고 8월에 다시 50%대 지지율을 회복하면서 박근혜 대통령의 지지율은 ‘콘크리트 지지율’이란 별칭을 넘어 ‘철옹성’으로까지 여겨졌고 야권 지지자들은 ‘멘붕’에 빠졌다.
하지만 50%대가 회복된 이후 월별 국정수행 지지도 추이를 살펴보면 이 ‘회복’이 세월호 참사에 대한 국민적 충격의 망각에서 나온 것은 아니었다는 추론을 가능하게 한다. 8월 지지율은 51.2%, 9월 지지율은 51.1%, 10월 지지율은 49.7%, 11월 지지율은 49.4%로 계속해서 내려가는 중이었다.
이는 국민들이 세월호 유가족들에 대한 정부 여당의 흑색선전을 믿었느냐 여부와는 별개로, 정부에 일단 세월호 참사 충격을 극복할 수 있는 국가 개조의 기대는 걸었으되 그 기대가 실망으로 바뀌는 과정으로 해석될 수 있다. 세월호 참사 이후 내수부진에 고통받아 세월호 유가족에게 적대적이기까지 했던 자영업자의 시선에서 보더라도, 경제활성화 등 내수진작에 대한 기대조차 배반당하고 있다고 느낀 상황으로 평가할 수 있다.
▲ 지난 2월 22일자 조선일보 6면 기사에 나온 집권 1년차 지지율 변동 추이와 비교해 보자.
40% 지지율의 붕괴는 이러한 추세에 ‘정윤회 문건’ 정국이란 결정타가 결합한 것 때문이라고 봐야 할 것이다. 이렇게 본다면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국민의 지지는 단지 ‘정윤회 정국’을 눈감고 돌파한다고 망각 위에서 회복될 성질의 것이 아니다. 세월호 참사가 깨뜨린 것이 50% 지지율이었다면 정윤회 문건이 깨뜨린 것이 40% 지지율이었단 것도 의미심장한 일이다.
‘박정희의 딸’이 청와대에 있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은 이들도 물론 있을 것이고 이들이 저 고정만족층 36.3%의 상당수를 차지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 조사 결과는 유권자의 상당수가 박근혜 정부에게 국정수행에 대한 모종의 기대를 가졌으며, 그것을 철회할 수도 있음을 시사한다. ‘콘크리트의 붕괴’는 시작되었다.
▲ 새누리당 지지층은 그 충성도와 결집력이 강하여 '콘크리트' 지지층이라 불려왔다. 그러나 태풍이 불어오면 콘크리트도 깨진다. 사진은 지난 2012년 8월 태풍 '볼라벤'에 파괴된 제주 서귀포 인근 콘크리트 호안의 모습.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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