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아침 라디오 이곳저곳에 새누리당 의원들이 출연하여 ‘정윤회 문건’에 대한 의견을 밝혔다. 2일 <조선일보>가 조응천 전 공직기강비서관의 인터뷰를 게재하며 ‘정윤회 문건’의 일부가 신빙성이 있다는 주장을 소개한 상황에서 새누리당 의원들의 말은 엇갈렸다.

‘친박 핵심’으로 평가받는 홍문종 새누리당 의원은 2일 CBS 라디오 <박재홍의 뉴스쇼>에 나와 박근혜 대통령의 입장을 일방적으로 옹호했다. 홍문종 의원은 “문건 내용은 그동안 여러 사람들에 의해서 많이 회자되는 일종의 찌라시 내용”이었다면서, “이미 여의도에서는 그것을 사실이 아니다라는 것이 판명이 돼 있는 것이었다”라고 주장했다.
홍문종 의원은 “청와대에서는 이 찌라시 문건에 대해, 여러 가지 이유로 만들어낸 찌라시를 한번 정리를 해서 이런 문제들에 대해서 우리가 어떻게 대처를 해야 될까, 이런 의도로 찌라시 문건을 모으고 또 그 내용을 한번 종합해 본 것이 아닌가 그런 생각이 든다”라고 설명했다.
▲ 정윤회 씨의 국정개입 의혹을 제기한 청와대 문건의 보도 및 유출 사건에 대한 검찰 수사가 착수된 가운데 1일 오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에서 직원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서울중앙지검은 이날 문건 유출과 관련된 부분을 특별수사를 지휘하는 3차장검사 산하 특수2부에 배당하고, 명예훼손 부분은 전담 수사 부서인 형사1부에 분리 배당했다. (연합뉴스)
그러나 홍문종 의원은 청와대에서 찌라시 내용을 일별한 문건을 제대로 된 정보보고처럼 서술한 이유에 대해서는 답변하지 못했다. 홍 의원은 “하지만 (정윤회 문건은) ‘이런 찌라시가 있다’란 내용이 아니라, ‘이런 사실이 있다’라는 문건 아니냐”라는 박재홍 앵커의 질문에 대해 “많은 분들이 정치권에서 찌라시 피해자들이 실질적으로 당한 사례를 보면 엉뚱하고 황당하고 말도 안 되는 일들을 마치 있는 것처럼, 무슨 시기를 조작하고 사람들의 이름을 조작하고 환경을 대충 얼버무려서 만들어놓으면, 마치 무슨 정말 엄청난 내용이 있는 것처럼 보인다”라며 딴청을 피웠다.
이 문건 내용이 비록 허위라 하더라도 그렇다면 찌라시에서나 본 내용을 청와대에서 제대로 된 조사를 한 공식문건처럼 만들어낸 이유는 문제삼아야 하는 것인데 그것조차 문제삼지 않았다.
홍문종 의원은 박근혜 대통령이 문건의 사실 여부보다는 유출 경위를 집중 수사하도록 검찰에게 가이드라인을 준 것이 아니냐는 질문에 대해서도 “거듭 말씀드립니다마는 그 (문건의) 내용에 관해서는 이미 사실이 아니라는 것이 밝혀져 있다”라며 논의를 피해갔다.
‘범친박’으로 분류되는 김용남 새누리당 의원은 같은 날 MBC 라디오 <신동호의 시선집중>에 출연하여 다소 다른 결의 말을 했다. 김용남 의원은 조응천 전 비서관이 <조선일보> 인터뷰를 한 건과 정윤회씨가 <중앙일보> 인터뷰를 한 건에 대해선 “일단 뭐 서로 상반된 이야기를 하고 있기 때문에 진실은 알 수 없지만 어쨌든 공이 검찰로 넘어갔기 때문에 향후에 검찰수사를 통해서 어느 것이 진실인지 누가 맞는 얘기를 하고 있는지는 밝혀지지 않을까 싶다”라고 밝혔다. 홍문종 의원에 비한다면 검찰이 진실규명까지 해줘야 한다는 점을 지적하기는 했다.
▲ 청와대 문건 유출 당사자로 지목된 박 모 경정이 1주일간 쇼핑백과 밀봉상자를 보관한 것으로 알려진 남산 서울경찰청 정보분실의 외부 모습. 정보분실은 이 건물의 3층을 쓰고 있다. (연합뉴스)
하지만 김용남 의원은 조응천 전 비서관과 박관천 경정에 대해선 “사실은 이 문건은 거의 두 사람의 작품으로 보인다”라면서 문건 내용에 대해선 의구심을 숨기지 않았다. 김 의원은 “ 이 사건에 있어서 어떤 것이 진실이냐, 이 진실게임에 있어서 두 사람은 어떻게 보면 이익을 같이 하거나 아니면 운명을 같이 하는 입장이 된 것으로 보인다”라고 추론하면서, “불과 몇 달 전만 해도 청와대 근무하면서 공직기강과 관련된 업무를 하던 사람들이 청와대를 나와서 이렇게 정식으로 검찰에 수사 이외에 각기 뭐 서로 경쟁하듯이 언론매체를 통해서 인터뷰를 하면서 이야기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아 보인다”라며 조응천 전 비서관을 꼬집었다.
이어서 김용남 의원은 “일단 언론에 공개돼 있는 청와대의 그 보고서 내용을 보면 이게 거의 다 시중에 떠도는 풍문을 정리한 수준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라며 결국엔 청와대의 입장을 옹호했다. 그러면서도 김 의원은 청와대의 <세계일보>에 대한 소송 건에 대해선 “이 문건을 근거로 해서 작성한 그 언론사(기사)에 대해선 이 문건의 내용을 믿을 수 있었던 상황이 있었다 보인다. 허위사실에 대한 고의를 인정하긴 법률적으로는 쉽지 않아 보인다”라며 부정적으로 전망했다.
언론인 출신 정치인인 김영우 새누리당 수석 대변인은 역시 같은 날 KBS1 라디오 <안녕하십니까 홍지명입니다>에 출연하여 대통령과 청와대의 입장을 조심스럽게 옹호했다. 김영우 수석 대변인은 “말씀하신 것처럼 측근의 존재 자체는 문제가 아니지만, 측근들 간의 권력 암투가 된다든지 아니면 정말 대통령을 혼란스럽게 만든다든지, 이런 것은 있어서는 안 된다. 그런 것이 있다면 반드시 시정이 돼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김 부대변인은 “이번에 검찰은 정말 대통령이 어제 언급을 했듯이 누구의 눈치도 보지 말고 한 점 의혹도 남기지 말고 모든 것이 밝혀질 수 있도록 수사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라고 주문했다.
그러나 김영우 수석 대변인도 야당이 주장하는 국정조사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또한 박근혜 대통령의 검찰 수사에 대한 지시는 가이드라인이 아니라고 밝혔으며 청와대의 <세계일보>에 대한 소송에 대해서도 양비론적인 입장을 취했다. 김 부대변인은 “국회라고 하는 속성 상 결국 모든 관련자들을 국회의 증언대에 세우고 질문을 하고 생중계를 하고, 이것 자체는 국정혼란을 부추기는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고, 가이드라인 논란에 대해서도 “피해자 입장에서는 그런 말을 할 수 있다”, “그것은 가이드라인이라기보다는 명예훼손으로써 상대를 고소하는 입장이라 본다”고 해명했다.
▲ 현 정부 비선실세로 꼽히는 정윤회 씨가 이른바 청와대 `문고리 권력'과 정기적으로 만나면서 국정에 개입했다는 취지의 청와대 내부 문건이 보도돼 파장을 낳고 있다.세계일보는 지난 11월 28일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실 명의의 '靑비서실장 교체설 등 관련 VIP 측근(정윤회) 동향'이라는 제목이 달린 문건(사진 위)과 정 씨가 청와대 비서관 등을 자주 만났다고 알려진 서울 강남구의 한 음식점 사진을 함께 보도했다.(사진 아래) (연합뉴스)
검사출신으로 당내 비주류성향으로 평가받는 박민식 새누리당 의원은 2일 아침 YTN 라디오 <신율의 출발 새아침>에 나와 “또 언뜻 보면 그 당시에 비서관 팀과 공직기강 쪽과 뭔가 심각한 트러블이 있었던 것 아니냐”라면서, “사실은 이것 자체가 대통령을 보좌하는 사람들로서는 있어서는 안 될 일이다. 한심하다”라면서 조응천 전 비서관과 ‘문고리 3인방’을 함께 비판했다.
박민식 의원은 “독립적인 기관으로서 특별감찰관제 더하기 상설특검제, 이걸로 박근혜 대통령이 공약하지 않았느냐”라면서, “그래서 이런 사건 같은 것이 재발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 저는 빨리 특별감찰관이 빨리 임명되도록 국회가 빨리 추천하고, 그런 절차를 거쳤으면 좋겠다”라고 주장했다.
또 박민식 의원은 정윤회씨에 대해선 “이쯤되면 이분이 더 이상 국정에 부담주지 않도록 당당하게 기자회견을 하고, 검찰 조사 받고, 또 억울함이 해명되고 나면, 박근혜 대통령 성공을 위해서 내가 떠나겠다, 박근혜 정부 끝날 때 까지 어디 밖에 조금 나가 있었으면 좋겠다”라고 주문했다. 박 의원은 “사실 그런 모습이 더 우리 국민들에게 박수를 받을 수 있는 길이 아닐까, 이런 생각을 제가 어제와 오늘, 이 사건을 가지고 사람들과 이야기하면서 하게 되었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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