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10구단 KT 위즈의 특별지명 결과가 당초 일정보다 하루 앞당겨 11월 28일 오전에 발표되었다. 모 언론을 통해 단독 특종으로 정보가 새어 나가면서 KT 구단은 일찌감치 특별지명 결과를 언론에 공식적으로 공개했다. 결과가 확인되자 인터넷을 통해 팬심은 들끓기 시작했다. 올 시즌 포스트시즌보다 더욱 뜨겁게 달궈진 스토브리그의 명성을 이어가기라도 하듯 팬들은 예상치도 못한 깜짝 이슈에 눈과 귀를 기울이지 않을 수 없었다. 특히나 올 시즌 스토브리그 화제의 중심의 한 축이었던 KIA 타이거즈 팬들은 더더욱 민감해질 수밖에 없었다.

▲ 보호선수 20인외 지명으로 KT 위즈 유니폼을 입게 된 외야수 이대형. <<연합뉴스 DB>>
지난 시즌 FA계약을 통해 고향팀 유니폼을 입을 당시만 하더라도 역대 최악의 거품이 될 것이라 비아냥을 받았던 이대형은 불과 1년 만에 자신에 대한 여론을 180도 전환시켰다. 비록 특유의 주루능력은 많이 감소되었지만 고질적인 타격폼 문제를 해결하면서 이대형은 프로 입단 후 최고인 0.323의 타율을 기록하면서 타이거즈의 테이블세터로 확실하게 자리매김하였다.

고향에 복귀하여 편안해진 덕분인지 이대형의 플레이는 트윈스에 있을 때보다 한결 여유가 넘치는 모습이었다. 그러나 자신을 부활시킨 고향팀 유니폼을 그는 더 이상 입을 수 없게 되었다. 당연히 포함되어 있을 거라 예상되었던 이대형은 20인 보호선수 명단에서 제외되었고, KT는 검증된 테이블세터 이대형을 영입하는 쾌재를 부르게 되었다.

내년 시즌을 앞두고 키스톤 콤비 안치홍과 김선빈이 나란히 군에 입대하게 된 타이거즈의 센터라인은 중견수 이대형마저 KT로 이적하게 되면서 순식간에 본의 아닌 세대교체를 감행하게 되었다. FA로 영입한 지 1년 밖에 되지 않았고, 3할대 타율을 기록한 리드오프를 졸지에 잃게 된 타이거즈 팬들은 분노의 목소리를 쏟아내고 있다.

비난의 시선은 올 시즌을 앞두고 타이거즈 신임감독으로 부임한 김기태 감독에게로 쏠리고 있다. 이미 LG 트윈스 감독 시절 당시 이대형은 핵심전력에서 제외되었고, 결국 FA를 통해 타이거즈로 이적하게 되었다. 공교롭게도 두 사람은 타이거즈에서 다시 만나게 되었는데, 그라운드에서 호흡을 맞추기도 전에 각자의 길을 걸을 운명을 맞이하였다.

선동열 감독의 재신임 이후 군입대를 결심한 안치홍과의 면담과정에서 임의탈퇴 언급으로 인한 논란에 따른 전격 사퇴, 에이스 양현종의 메이저리그 진출 과정에서 불거진 잡음, 그리고 이대형의 보호선수 제외 등 올 시즌 타이거즈의 스토브리그는 논란으로 점철되고 있다.

마무리훈련 기간 동안 짧은 시간 사이에 선수단 분위기를 바꿔 놓았다는 호평을 받은 김기태 감독의 '형님 리더십'도 도마 위에 올랐고, 팬들은 그의 리더십에 대해 의혹의 눈초리를 보내는 분위기다. 김기태 감독은 취임식 때 이대형의 보호선수 제외에 대해 입장을 밝히겠다고 의견을 내놓았다. 팬들이 얼마나 납득할 수 있는 수준에서 입장정리가 이루어질지 지켜볼 일이다.

2012시즌을 앞두고 타이거즈의 레전드 선동열 감독이 부임할 당시 팬들은 마치 우승이라도 할 것 같은 기대감을 드러냈다. 하지만 시즌 개막을 앞두고 타이거즈의 또 하나의 상징이었던 이종범이 석연치 않게 은퇴의사를 밝히면서 선동열 감독의 리더십에 의문부호가 달리기 시작했다. 선동열 감독 재임기간 타이거즈의 덕아웃 리더십은 실종되었고, 외야 전력에서 이종범의 대체자원은 발굴되지 못하였다. 비록 신종길이 잠재력을 터뜨리며 많은 성장을 했지만 이종범을 넘어섰다고 보기에는 여전히 버거워 보인다. 그나마 김주찬, 이대형 등 외부 FA 수혈을 통해 타이거즈 외야는 그나마 안정을 찾기 시작했다.

▲ 김기태(45) KIA 타이거즈 감독 ⓒ연합뉴스
선수 한 명을 발굴하고 키우는 것은 점점 어려워진다. 아무도 기대하지 않았던 FA 영입이었지만 '신의 한 수'로 평가 받을 정도로 높은 가성비의 성적을 보여준 이대형의 빈자리를 과연 어느 선수로 대체 가능할지 의문스럽다. 야수 한 명이 아쉬운 상황에서 핵심전력을 아무런 보상 선수 없이 내보낸 것에 대해 팬들은 납득하지 못하고 있다.

시즌이 시작하기 전부터 김기태 감독의 리더십에 의혹의 눈초리가 쏠리기 시작한 상황은 마치 2012시즌을 앞두고 선동열 감독에게 벌어졌던 상황과 판박이에 가까울 정도이다. 결국 선수 기용은 감독의 선택권이다. 김기태 감독이 올 시즌 팬들에게 얼마나 설득력 있는 경기력을 선보이느냐가 지금의 상황을 만회할 유일한 방법으로 보인다. 그 전에 왜 이대형을 보내야만 했는지에 대해 명쾌한 설명이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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