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내 성폭력 문제가 벌어져 피해자에 대한 진심 어린 사과와 재발방지 대책 요구를 받았던 쌤앤파커스 박시형 대표가 돌연 사퇴했다. 가해자였던 이 모 상무를 복직시키고, 피해자의 재정 신청 과정에서 이 모 상무의 편에 서서 진술서를 써 주었던 박시형 대표는 “사태가 여기까지 이른 데에는 저의 미숙함과 어리석음이 있었다”면서도 “진실은 오래지 않아 밝혀질 것”이라고 말했다.

박시형 대표는 지난 26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24일부로 쌤앤파커스 대표이사와 등기이사에서 사임했다고 밝혔다. 박시형 대표는 ‘모든 것을 내려놓고 떠난다’고 하면서도 “쌤앤파커스는 지난 두 달여간 온갖 오욕을 뒤집어쓰고 세간의 엄청난 비난을 받아왔다”, “그동안 상식적이지 않다고 비난 받았던 저와 직원들이 보인 행동들의 이유와 진실은 오래지 않아 밝혀질 것” 등의 발언으로 자신의 억울함을 호소했다.

▲ 파주출판단지 내에 위치한 쌤앤파커스 건물 (사진=미디어스)
박시형입니다.

그동안 물의를 일으켜 죄송합니다.

저는 지난 11월 24일(월) 부로 쌤앤파커스 대표이사 및 등기이사에서 사임하였습니다. 또한 회사에 대해 제가 가지고 있던 모든 권리도 없어졌습니다. 이제 저는 모든 것을 내려놓고 쌤앤파커스를 떠납니다.

쌤앤파커스는 지난 두 달여간 온갖 오욕을 뒤집어쓰고, 세간의 엄청난 비난을 받아왔습니다. 회사에 대한 평가는 일순간에 나락에 떨어졌고 직원들은 너나 할 것 없이 극심한 스트레스와 우울증 증세에 시달렸습니다. 그리고 자신들이 만들어 온 일터가 무너져가는 것을 보며 하루하루 상심에 젖어야 했습니다.

저 또한 이 모든 것을 온몸으로 받아내며 불면의 밤들을 보내야 했으며, 이로 인해 정신적, 육체적으로 극한적인 상황에 처해 있습니다.

구성원 모두가 행복한 일터를 만들고 싶었고 나름대로 노력해 왔다고 자부해 왔건만, 처참한 결과를 마주하고 보니 무너지는 마음을 가눌 길이 없습니다.

하지만 사태가 여기까지 이른 데에는 어찌 저의 미숙함과 어리석음이 없었겠습니까? 이 모든 비난의 원인이자 주체도 대표이사인 저, 박시형이었습니다. 이에 저는 모든 책임을 지고 샘앤파커스를 떠나기로 결심했습니다. 그동안 상식적이지 않다고 비난 받았던 저와 직원들이 보인 행동들의 이유와 진실은 오래지 않아 밝혀질 것입니다.

그동안 쌤앤파커스를 아껴주신 수많은 독자 여러분께 부끄러운 마음과 사죄의 마음을 함께 전합니다. 그리고 새로운 경영진과 다시 출발하는 쌤앤파커스가 훌륭한 출판기업으로 순항하기를 기원합니다.

2014년 11월 26일 박시형 올림

쌤앤파커스 이 모 상무와 여직원 사이에서 2012년, 2013년 사내 성폭력 문제가 발생했다는 점이 알려진 것은 지난 9월이었다. 쌤앤파커스는 직장 내 성폭력 문제가 벌어지자 ‘서로를 아끼는 의미로 구성원들이 서로 프리허그를 하는 것이 자연스러웠다’고 해명하고, 가해자로 지목된 이 모 상무 복직을 두고는 ‘양측 주장이 첨예하게 맞선 상황이었고 검찰의 판단(무혐의 처분)을 존중한 것’이라고 하는 등 초기부터 미숙한 대처로 비난을 받아 온 바 있다.

쌤앤파커스 박시형 대표는 직장 내 성폭력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출판노조협의회 쌤앤파커스 성폭력 사건 대책위원회의 요구에 무대응으로 맞서다, 지난 21일 직원을 통해 ‘일신 상의 문제로 11월 26일 수요일까지 (서면 질의서에) 답신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이미 24일 대표이사직에서 내려와 책임자의 자리에서 물러나 있는 상황에서, 26일 답변을 하겠다고 한 것이다.

▲ 가해자로 지목된 이 모 상무를 복직시키고, 가해자에게 유리한 진술서를 써 준 것으로 나타난 쌤앤파커스 박시형 대표는 24일자로 대표이사직에서 사임했다. (사진=미디어스)

“피해자에 대한 사과 전혀 없어… 먹튀한 셈”

박진희 언론노조 서울경기지역 출판분회장은 27일 <미디어스>와의 통화에서 “마치 자신이 물의를 일으킨 것에 대해 모든 것을 책임지고 내려놓고 퇴장하는 것처럼 썼는데, 재발방지 대책 마련한다고 하지 않았고 피해자에 대한 사과 내용도 전혀 없다. 단지 더 이상 ‘책임을 져야 하는’ 대표이사 자리에 있지 않겠다고 공식적으로 이야기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진희 분회장은 “이미 회사를 매각해 26일 신임 대표가 취임했다고 한다. 직원들에게조차도 매각 소식을 전하지 않다가 며칠 전에 알렸다고 들었다. 언론노조에게는 서면 질의서를 보내라고 하면서 뒤에서 절차를 밟고 있었던 것”이라며 “이른바 ‘먹튀’라고 본다. 출판노조는 1인 시위 등을 통해 쌤앤파커스 문제를 계속해서 알릴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편 쌤앤파커스 성폭력 피해자는 성폭력 사건 및 대응 과정에서 일어난 2차 가해, 법원의 재정 신청 각하로 인한 극심한 고통과 스트레스로 심각한 자살 위험에 처해 있다는 전문의 판단에 따라 지난 22일부터 서울의 한 종합병원에 입원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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