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은 공공기관운영법 개정이) 굉장히 비의도적이었다고 하는데 저희가 생각하기에는 굉장히 노골적이라고 판단한다. 지난 2006년, 2007년, 2008년 3년 논의 기간을 거쳐서 예외조항을 어렵게 확보했다. 당시 입법을 검토한 국회의원이라면 절대 지나칠 수 없는 예외조항을 일부러 굳이 삭제하겠다는 것은 그 의도가 너무 노골적이라고 생각한다. 박근혜 정부 들어서 가해진 보도 통제와 궤를 같이 하는, KBS를 국영방송화해서 정부여당의 산하기관이나 정책홍보기관으로 만들겠다는 ‘화룡점정의 장치’가 아닌가 한다”
- 안주식 KBS PD협회장

새누리당이 공공기관의 지정요건을 완화한다는 취지 아래 KBS, EBS를 공공기관 지정 예외대상에서 빼는 것을 골자로 한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 법률안>(대표 발의자 이현재 의원)을 지난 13일 국회에 제출했다. 법안 발의에는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홍문종 위원장을 비롯해 155명의 의원들이 참여했다.

새누리당은 현행 <공공기관운영법> 제4조 2항 삭제를 추진하고 있다. 해당 조항에는 <방송법>에 따른 한국방송공사(KBS)와 <한국교육방송공사법>에 따른 한국교육방송공사(EBS)의 경우, 공공기관으로 지정할 수 없다는 내용이 명시돼 있다. 결국 KBS와 EBS를 공공기관으로 두겠다는 것인데, 새누리당의 개정안 제7조의 2에 따르면 △설립 목적의 달성·존립기간의 만료·그 밖에 정관으로 정한 사유의 발생 △합병 △파산 △법원의 명령 또는 판결 △이사회의 결의 등 사유에 따라 공공기관의 해산이 가능해 파장이 예상된다. (▷ 관련기사 : <새누리당,KBS·EBS ‘직접통제’ 시도>)

언론계는 크게 반발하고 있다. “방송 장악은 할 의도도 전혀 없고 법적으로도 불가능하다. 그 문제는 이 자리에서 국민 앞에서 약속드릴 수 있다”던 박근혜 대통령의 말이 무색하게 이미 ‘진행중’인 언론장악에 종지부를 찍겠다는 선포로 받아들이고 있기 때문이다. 전국언론노동조합을 비롯한 언론단체들은 20일 오후 2시, 서울 여의도 새누리당 당사 앞에서 새누리당 규탄 기자회견을 열었다.

▲ 전국언론노동조합을 비롯한 언론단체들은 20일 오후 2시, 서울 여의도 새누리당 당사 앞에서 '공운법 개정 시도 규탄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미디어스)

언론노조 강성남 위원장은 “새누리당은 언론노조에 그런다. 왜 우리를 욕만 하느냐고. 저희는 정말로 새누리당과 정책협의를 하고 싶다. 상식에 기초해서 공운법에 대해 논하고, 지배구조 개선에 대해 논하고 싶다”며 “제가 볼 때 (새누리당은) 어떻게 하면 민주주의를 후퇴시키고, 자본주의를 정착시키는 일당독재, 일인독재를 꿈꾸는 집단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민을 우롱하고 언론노동자를 우습게 알고 이렇게 말도 안 되는 짓을 하는 정당을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다”며 “상식이 이 땅에 자연스럽게 자리 잡을 그날까지 투쟁할 것”이라고 밝혔다.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이하 새 노조) 권오훈 본부장은 “올해 상반기 KBS에서 벌어졌던 싸움은 아직 끝나지 않은 것 같다. 청와대 눈치만 보면서 사사건건 보도에 개입했던 그 사장은 지금 물러났지만 여전히 청와대와 새누리당은 KBS를 이른바 공공기관 운영법이라는 족쇄를 통해 다시 한 번 장악하려고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새 노조는 새누리당의 ‘공공기관 운영에 관한 법률 개정에 대한 발의’는 공영방송뿐 아니라 이 나라 민주주의를 기초를 허문 폭거로 규정한다”며 “이번 기회에 반드시 공영방송을 탄압하고 옥죄고 통제하고 장악하려는 박근혜 정권과 새누리당의 기도를 반드시 저지하겠다”고 강조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EBS지부(이하 EBS노조) 한송희 지부장은 “법이 만약 통과되면 국영방송이 되는 것이다. 국민들 입장에서 공영방송이 이롭겠나, 국영방송이 이롭겠나. 국익을 위해서도 공영방송으로 가야 한다. (법 개정 시) 이로운 곳은 집권여당 뿐”이라고 꼬집었다.

KBS PD협회 안주식 협회장은 “(공공기관운영법 개정은) 박근혜 정부 들어서 가해진 보도 통제와 궤를 같이 하는, KBS를 국영방송화해서 정부여당의 산하기관이나 정책홍보기관으로 만들겠다는 ‘화룡점정의 장치’가 아닌가 한다”며 “길환영 사장 보도 통제에 대해 PD협회는 가장 앞장서서 싸웠고 지금 굉장히 부족하지만 제작자율성 불씨를 살리려고 하고 있다. 이 시점에서 정부여당이 다시 공공기관운영법이라는 제도를 통한 역습을 해 왔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PD협회는 현행대로 새누리당이 입법한 대로 진행된다면 지금이라도 연출자의 지위, 제작자의 지위를 버리고 새누리당 당사 앞에서 청와대 앞에서 이 겨울을 보낼 것을 약속드린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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