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이 필요한 순간 멜론’ 문구는 되고 ‘코빅 볼 땐 티빙’은 안 된다. 간접광고 제재에 대한 방통심의위의 입장이 오락가락이다. 일관성이 없다. 무형 상품에 대한 간접광고 규제에 대한 형평성 논란이 일고 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위원장 박효종, 이하 방통심의위)는 tvN <코미디빅리그>가 <방송심의에 관한 규정> 제46조(광고효과)를 위반했는지 여부에 대해 심의했다. 그 결과, 중대한 위반이라고 판단하고 법정제재 ‘경고’ 제재를 내렸다. tvN <코미디빅리그>는 MC 신영일·공서영 아나운서 뒷배경과 코너와 코너 사이를 구분해주는 징맨의 징에 ‘코빅 볼 땐 티빙(tving)’ 문구를 배치했다. ‘티빙’ 앱에 대한 구체적인 사용방법도 고지했다.

▲ 해당 사진은 http://blog.naver.com/ggul56에서 가져왔습니다.

간접광고는 가능한데…직접적인 사용 권유는 안 되는 규정

개정된 <방송법>은 간접광고를 허용하고 있고 <방송심의에 관한 규정> 제46조(광고효과)를 통해 이를 규제한다. 내용은 아래와 같다.

제46조(광고효과) ①방송은 상품․서비스․기업․영업장소 등(이하 “상품등”이라 한다)이나 이와 관련되는 명칭․상표․로고․슬로건․디자인 등을 구체적으로 소개하거나 의도적으로 부각시켜 광고효과를 주어서는 아니 되며, 다음 각 호의 내용을 방송하여서는 아니 된다.
1. 상품등의 상호 또는 효능․기능 등을 자막․음성 등을 통하여 구체적으로 언급하는 방식
2. 상품등의 기능 등을 구체적으로 시연하는 방식. 다만, 동종 또는 유사 상품등에 일반적으로 적용되어 보편적으로 사용되는 기능 등은 제외한다.
3. 상품등의 사용을 직접적으로 권유․조장하는 방식
4. 상품등과 관련되는 명칭․상표․로고․슬로건․디자인 등을 일부 변경하여 부각시키는 방식
5. 화면구성 또는 내용전개상 필요한 의도적이지 않은 단순 노출의 수준을 넘어 과도하게 상품등 또는 이와 관련되는 명칭․상표․로고․슬로건․디자인 등을 부각시켜 시청자의 시청흐름을 방해하는 방식
6. 그 밖에 법령을 위반하여 상품등에 광고효과를 주는 방식
②방송은 협찬주(특정 프로그램의 제작에 직․간접적으로 필요한 경비․물품․용역․인력 또는 장소 등을 제공하는 자를 말한다. 이하 같다)에게 광고효과를 줄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제작․구성하여서는 아니 된다.
③법 제73조제2항제7호에 따른 간접광고 방송 장면에 대해서는 그 간접광고가 「방송법 시행령」 제59조의3제1항제2호 및 제3호에 위반되는 경우에 한하여 제1항을 적용한다.

이날 방통심의위에서는 tvN <코미디빅리그>에서 ‘티빙’ 앱에 대한 구체적인 사용방법 등을 고지한 것이 <방송심의에 관한 규정> 위반이라는 데에 이견이 없었다. 제46조(광고효과)에서 금지하고 있는 “상품 등의 사용을 직접적으로 권유·조장하는 방식”이라고 판단했다.

문제가 된 것은 신영일·공서영 아나운서 뒷배경으로 있는 ‘코빅 볼 땐 티빙(tving)’ 문구다. 야당 추천 장낙인 상임위원은 ‘코빅 볼 땐’이라는 문구는 무형의 상품(티빙)을 단순 설명하는 것으로 방송심의규정에서 금지하고 있는 ‘직접적 권유’로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반면, 다른 심의위원들은 ‘코빅 볼 땐’이라는 문구 자체가 권유로 볼 수 있다는 주장했다. 현재 간접광고가 허용된 상황에서 ‘티빙’ 문구 노출은 문제가 되지 않는데, 그 앞에 붙는 수식인 ‘코빅 볼 땐’을 두고 해석의 차이가 발생했다.

‘코빅 볼 땐’ 문구는…무형 상품을 ‘단순 소개’ VS ‘사용 권유’

장낙인 상임위원은 ‘티빙’이 무형의 상품이라는 점에 주목했다. 그는 “드라마나 예능 프로그램에 등장하는 염색약 등 간접광고 상품은 유형이기 때문에 노출로 광고가 된다”며 “그런데 ‘멜론’이나 ‘티빙’은 무형의 상품이기 때문에 ‘그것(티빙 등)이 무엇인가 알려주는 것’이 광고의 목적이 될 수 있다. 유형의 상품과 무형의 상품을 구별해서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 상임위원은 “‘티빙이 최고다’라고 하면 문제”라면서 “그런데 ‘티빙’이 무엇인지 알려주기 위해 광고주가 기술한 문구는 문제될 게 없다”고 주장했다. <방송심의에 관한 규정>상 제재할 근거가 없다는 지적이었다.

MBC <무한도전>이나 M·net <슈퍼스타K6> 등 거의 모든 프로그램에 간접광고가 포함된다. 출연자들이각종 음료수를 보여주며, 굳이 먹는 것은 간접광고로 용인된다. 하지만 “이거 맛있다”와 같은 자막이나 음성이 들어가면 <방송심의에 관한 규정> 위반으로 제재를 받는다. 애매한 기준이다. 그리고 무형의 상품인 경우 더 애매하다. 제품의 ‘특장점’이 아닌 ‘단순 소개’를 하는 경우를 어떻게 봐야하는지 명확하지 않다.

▲ tvN '꽃보다 누나' 협찬주에 대한 간접광고 장면 캡처. 광고효과로 '주의' 조치를 받은 바 있다

이러다 보니 방통심의위가 무형 상품의 간접광고를 제재하는데, ‘형평성’을 지키고 있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장낙인 상임위원은 “멜론의 간접광고 수식인 ‘음악이 필요한 순간’에 대해 방통심의위가 어떠한 제재를 하지 못하고 있다”며 “그런데 티빙 수식 ‘코빅 볼 땐’ 문구만 제재하는 것은 형평성 논란이 벌어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장 상임위원은 앞서 ‘티빙’ 사용법을 노출한 부분에 대해서만 행정지도 ‘권고’ 입장을 냈다.

반면, 다른 심의위원들의 판단은 달랐다. ‘코빅 볼 땐’이라는 문구가 티빙이라는 무형의 상품을 단순 소개하는 것이 아닌 직접적으로 사용을 권유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는 주장이다. 정부여당 함귀용 심의위원은 ‘코빅 볼 땐’이라는 문구와 관련해 “코빅을 볼 때에는 티빙을 사용하라는 취지이기 때문에 권유에 해당한다”며 “이는 ‘음악이 필요한 순간 멜론’과는 별개의 문제”라고 주장했다. 함 심의위원은 또한 “(‘코빅 볼 땐 티빙’이 배경이었던)신영일·공서영 아나운서를 비친 뒤에 티빙의 사용법에 대해 설명을 했기 때문에 더욱 더 권유 행위로 볼 수 있는 것”이라고 중징계를 요구했다.

또 다른 정부여당 추천 윤석민 심의위원 또한 “간접광고는 스토리텔링 상 필요한 맥락 속에서 과하지 않게 드러내는 정도의 합의”라며 “그런데 티빙의 경우, 뜬금없이 프로그램 진행에 관계없이 의도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그런 맥락에서 문제”라고 지적했다. 하남신 심의위원은 “심의를 하는데 있어서 상품의 유무형을 구분하는 것은 넌센스”라며 “시청 흐름에 방해돼 지나치거나 노골적이어서 시청자의 거부감이 느껴지는 상식선에서 규제해야한다”고 입장을 같이 했다. 야당 추천 박신서 심의위원 또한 “‘코빅을 볼 땐’이라는 문구는 연상작용을 불러일으킨다. 시청방해 여부를 따져서 결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문제는 파장…다음 ‘방금그곡’ 서비스는 어떻게?

이날 방통심의위는 중징계가 대세를 이루며, tvN <코미디 빅리그>와 관련해 ‘경고’ 제재를 내렸다. 9명의 참석한 가운데 장낙인 심의위원을 제외하고 8명 전원이 ‘경고’ 의견을 냈다. 하지만 여전히 석연치 않다.실, ‘시청흐름 방해’, ‘스토리텔링 상 필요한 맥락’ 자체가 지나치게 임의적이다. 그 여부에 따라 간접광고 제재를 해야한다는 논리는 정확히 얘기하면 어떤 경우 할 수도 있고, 어떤 경우 안 할 수도 있다는 것의 다름아니다. 간접광고가 법적으로 허용된 이후 드라마나 예능 프로그램에서는 눈살 찌푸리게 하는 광고들이 넘쳐나고 있는데 이를 '시청흐름 방해'와 '맥락'으로 판단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지금은 아예 상품을 간접광고 하기 위한 스토리텔링이 구성되고 있는 실정인데, 이에 대해 방통심의위는 뚜렷한 입장을 갖고 있지 않다.

그러다보니 ‘형평성’의 문제가 필연적이다. 장낙인 상임위원의 지적처럼 tvN의 티빙 광고를 제재할 수 있다면, ‘음악이 필요한 순간 멜론’ 역시 마찬가지여야 하지만 이에 대해서는 또 상임위원들의 입장이 다르다.

▲ tvN '꽃보다 청춘'에 나오는 다음 '방금그곡' 서비스

명확한 기준이 필요하다. 만약, 방통심의위의 이번 심의를 간접광고 심의의 '가이드라인'으로 이해하면 무수한 프로그램들이 제재를 받아야 한다. 무형의 상품에 대한 간접광고는 ‘멜론’과 ‘티빙’만의 문제가 아니다. 최근 tvN <꽃보다 청춘> 등에서 배경음악이 깔릴 때마다 등장한 간접광고가 있다. 포털 다음의 ‘방금그곡’ 서비스가 그것이다. 해당 서비스의 수식은 “방금 나온 음악이 궁금할 땐”이다. 읽기에 따라 ‘티빙’보다 훨씬 더 직접적인 권유다. 또한 ‘시청흐름 방해’ 등을 간접광고의 기준으로 본다면 거의 모든 드라마와 예능 프로그램이 문제가 된다.

결국, 논의와 규정이 미비한 상태에서 방통심의위의 제재가 '찍어내기 식'이란 비판을 살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장낙인 심의위원은 “이미 스포츠 중계의 경우 가상광고가 허용돼 있는 상황”이라며 “스토리 전개상 필요한 때 간접광고라는 것은 의미가 없다”며 “무형상품에 대한 간접광고 제재 규정이 없다는 점에서 방송통신위원회로 보내는 게 맞다”고 소수 의견으로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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