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0㎒ 대역의 재분배를 놓고 많은 논란이 야기되고 있다. 지난 14일 국무조정실 산하 주파수심의위원회는 ‘통합공공망 주파수 분배안’을 발표하면서 재난망의 대역을 확정하였다. 이에 대해 지상파 방송과 유관 단체들은 미래부의 알박기라며 전면 재검토를 요구하고 나섰다. 애초에 ‘광대역 재난안전 무선통신망’을 통신 영역에 배분해야 한다던 최성준 방통위원장은 입장을 바꿔 재난망에는 이견이 없지만, 주파수 대역의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밝혔다. 그런데 이러한 복잡다단한 맥락 때문인지, 700㎒ 대역 주파수 분배 논쟁과 관련해서 전파의 진짜 주인인 시민들의 인식은 저조한 편이다. 그래서 이 지면을 통해 정치적 맥락을 정리해보고자 한다.

등장인물: 입주자(국민), 아이들(전파 이용자, 국민), 관리사무소(방통위), 부녀회장(구 방통위, 현 미래부)

입주민이 500가구가 넘는 거대 단지의 아파트가 있다. 이 아파트에는 가운데는 입주민들이 아파트를 매입하면서 세대별로 균일하게 지출하여 조성한 100평 상당의 토지가 있다. 이에 대해서 가구별로 소유권을 행사하기가 어려워서 입주자 대표회의는 해당 토지에 대한 등기를 관리사무소로 이전하였고, 이 토지를 50평씩 나누어 한 쪽에는 놀이터를 만들고 다른 한 쪽에는 상업시설을 들이기로 정했다.(주파수 분배표) 그래서 놀이터에는 미끄럼틀, 시소, 그네 등의 놀이시설이 들어섰고, 상가에는 상점들과 장사를 위한 야외 테이블, 주차장 등이 들어섰다.

몇 년이 지나고 놀이터의 시설들이 낡기 시작했다. 이에 주민들은 놀이터를 정비하기로 하였고 그네와 미끄럼틀이 복합되어 있는 최신 놀이 시설을 들이고, 아이들의 안전을 강화하는 시설을 추가하였다.(DTV 전환) 그러다보니 원래 놀이터로 정해졌던 땅에 약간의 공터가 10평정도 생겼다.(700㎒ 대역) 그런데 어느 날 부녀회장이 놀이터 공터가 그냥 노는 땅이 아니냐며, 이 공간에 상가 시설을 추가하는 것이 어떠냐고 제안을 해왔다. 원래 관리소장의 소관이었지만, 관리소장의 아내였던 부녀회장은 상가 점주의 요청대로 10평의 공터에 상가시설을 들일 것을 계획했다.(광개토 플랜)

하지만 주민들은 아이들의 놀이터가 좁아지는 것에 대해 불만을 가지고 있었다. 지금은 공터이긴 하지만, 앞으로 이곳을 활용하여 아이들이 더욱 즐겁게 놀 수 있는 최신 놀이 기구를 설치할 예정이었기 때문이다.(UHDTV 서비스) 논란이 오가던 중 아파트에서 사고가 생겼다. 한 가구에서 불이 났는데 소방차가 주차할 공간이 없어서 화재 피해가 컸던 것이다. 이에 대해서 위급상황에 차량을 주차할 특별 공간이 필요하다는 주장들이 제기되었다.(재난망 배정) 일부 사람들은 원래 주차 지면이 상업시설 쪽에 있으니 팻말을 세워 그곳에 만드는 것이 낫다고 하였고, 이를 반대하는 사람들은 주차장에 손님이 얼마나 붐비는 줄 아느냐며 놀고 있는 공터에 만들자고 주장을 하였다. 이대로라면 남은 공터도 상업시설로 바꾸는 것은 문제도 아니었기 때문이다.

아파트 단지 내에서 이런저런 논란이 일고 있었지만, 아이들과 학부모들은 여전히 놀이터 공터는 아이들을 위해 놀이시설로 채워야 한다는 생각이었다. 많이 양보해서 앞으로 도입할 첨단의 놀이 시설은 최소 6평의 정사각형 공간이라도 있으면 가능했기 때문에 공터 한쪽 끝을 긴급 차량 주차장 지면으로 4평 정도는 줄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그동안 놀이터는 관리소장이 관할하던 곳이었는데, 갑자기 부녀회장이 10평의 공터에 공사를 하겠다며 공터 한 가운데다 팻말을 박고는 주차장으로 만들겠다고 선언을 했다. 문제는 이렇게 되면 놀이 시설은 어느 쪽에도 세울 수가 없어서 남은 터에는 사실상 상업시설의 간이 탁자나 벤치 등이 들어올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주민들은 이것을 알박기라며, 부녀회장이 상가 점주들의 편의만 봐준다며 비난을 했다. 부녀회장은 ‘그렇다고 최신 놀이시설을 포기한 건 아니다’며 주민들의 주장에 반박했다. 그리고 이야기는 계속된다...

지금도 700㎒ 대역에 대한 논란은 진행중이다. 각각의 입장에 따라 다양한 근거들도 제시된다. 문제는 이러한 상황에서 실제 시민들의 권리가 얼마나 고려되고 있는가 하는 점이다. 미국식으로 DTV 방송 방식을 선정해서 발생하고 있는 기술적 문제, UHDTV를 보편적 서비스로 볼 것인가의 사회적 문제, 경매 방식을 통한 이통사 주파수 배분이 가져올 수 있는 소비자 부담의 경제적 문제, 방통위와 미래부 간의 권한을 두고 벌어지는 정치적 문제 등, 정부와 이해 당사자들은 자신들의 주장만을 되풀이할 뿐이다. 우리 스스로 판단하지 않으면 언제, 어떻게, 또. 주머니가 털릴지 모를 일이다,

이경락 _ 공공미디어연구소 연구원. YTN사이언스의 사이어스투데이에서 '미디어 앤 사이언스'라는 이름으로 과학저널리즘을 비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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