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사회의 남성들은 병역문제에 지극히 민감하다. 그들 대다수가 겪는 현실이기 때문이며, 그 ‘대다수’에서 벗어나는 이들이 모종의 권력을 가지고 있다고 지레짐작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짐작은 대체로 사실이기도 하다.

이런 실정에서 ‘정치인’과 ‘연예인’의 병역문제는 매우 특이한 위상을 취한다. 왜냐하면 한국 사회의 사회지도층 및 부유층 중에서 오로지 그들의 병역문제만이 대중에게 드러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한국 사회에서 아버지가 부유하거나 권력자라면, 그 아들은 어쩌면 아버지가 정계에 입문하는 것을 싫어할 지도 모른다. 또는 권력자 역시 자신의 아들이 연예계에 입문하는 것을 싫어할는지도 모르겠다. 그러니까 한국의 사회지도층 및 부유층들은 대체로 대중에게 드러나면 곤란한 양상으로 살아가고 있으며 그것을 드러내주는 문제 중에 하나가 병역문제라고 하겠다.
실제로 군대복무를 하다가 사회지도층 및 부유층의 자녀를 만난 이들은 그와 같은 얘기를 한다. 말하자면 그의 아버지가 정치인의 야망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그가 할 수 없이 군대복무를 하게 되었다는 얘기를 들었다는 것이다. 그런 이들은 대체로 미국 유수대학의 유학생인데, 어떤 이는 이름만 대면 대한민국 국민 누구도 아는 이의 아들이 “우리 학교(그 미국 유수대학에 다니는) 한국인 중에서 군대 다녀오는 이 나밖에 없다”는 식의 말을 하면서 투덜대는 걸 들었다고 한다. 부모가 사회지도층 및 부유층이면 설령 현역입대를 하게 된들 많은 배려를 받고 상당히 편한 곳에 배치되는 것이 대개의 상황인데도 그렇다.
그런 상황에서, MC몽이란 가수의 컴백이 또 한 번 한국 사회에서 민감한 문제가 되었다. 그는 2010년 이 사회를 떠들썩하게 했던 병역비리 사건의 주인공으로, 결국 고의발치를 통한 병역법 위반 혐의에선 증거불충분으로 무죄를 받았지만 입대연기로 인한 공무집행방위 혐의에 대해선 유죄를 받아 2012년 징역 6개월 집행유예 1년 사회봉사 120시간을 선고받았다.
병역기피는 과연 연예인들이 흔히 일으키는 다른 물의인 도박, 폭행, 음주운전 등보다 더 비윤리적인 일일까? 도박이라면 어떤 자유주의적인 시선에서 개인의 일탈로 치부할 수 있을지 모르겠으나, 음주운전은 사람을 죽일 위험성이 있는 일이 아닌가? 그럼에도 우리는 병역기피가 훨씬 더 심각한 일이며 우리 공동체의 근본을 훼손하는 일이라 치부한다.
따져보면 병역기피에도 여러 가지 양상이 있다. 먼저 ‘양심적 병역거부자’라고 이름 붙여지는, 집총거부 내지는 평화주의의 신념에 의해 입영 거부를 선택하는 이들이 있다. 한국 사회에서 이들이 군대 대신 가야 할 곳은 감옥이다. 따라서 이들은 자신의 신념적 행위에 대한 대가를 군복무보다 비싸게 치른다. 물론 감옥의 환경이 군대보다 훨씬 척박하고 전과자는 군필자보다 대체로 사회에서 좋은 대접을 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상당수 이들은 이들의 수형기간이 군복무기간보다 짧다면서 이들의 선택과 행위를 비판하곤 한다. 다만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한 반감과 별개로 대체복무제에 대한 찬성여론은 상당히 높아진 것이 최근의 상황이다.
다음으로 현재의 병역기피자 중 다수를 차지하는 가장 안전한(!) 병역기피 방법일 것이 분명한, 외국 국적 혹은 영주권을 가지게 되면서 빠져나가는 경우가 있다. 부유층의 경우 원정출산 등으로 자녀의 병역의무를 원천적으로 피해갈 수 있으며, 부유층이 아니더라도 가족이 이민을 간다거나 하는 상황에서 병역의무를 연기하다 소멸시키게 되는 경우가 있다. 이런 경우 특정 나이 때까지 외국에서 살아야 한다.
그도 아니고 이 나라에 태어나 외국 국적이나 영주권도 없다면 신체검사에서 면제판정을 받는 길을 택해야 한다. 의사를 매수하거나 신체 어디를 훼손하거나 하여튼 어떻게든 기준의 허점을 이용하여 면제판정을 받아야 한다. 1990년대에만 하더라도 그리 어렵지 않았다는 이 방법은, 1997년 대선에서의 이회창 아들 병역비리 논란과 출산률 저하로 인한 현역 자원 감소로 인해 무척이나 어려운 일이 되었다.
MC몽의 사례는 대중의 의심이 옳다면 그중 세 번째 것을 택한 사례일 것이다. 그런데 그는 왜 아직도 대중의 ‘용서’를 받지 못한 것일까. 다른 사례들과 비교해보면 그 이유를 대략 네 가지 정도로 추측해볼 수 있을 것이다.
첫째, 병역기피가 아니라는 해명에 설득력이 있었나의 문제다.
가령 축구선수 박주영은 모나코의 영주권을 받으며 스포츠스타로서 부유층들의 방법을 모방하려 했다가 여론의 지탄을 받았다. 다만 박주영은 클럽축구 계약 중 방해를 받지 않기 위해서 그랬고 병역의무가 소멸하기 전 반드시 병역에 임하겠다고 설명하긴 했다. 박주영의 경우 현행 병역법 기준에 의한 합법적 병역면제의 가능성이 남아 있었기 때문에 그 설명이 전혀 말이 안 되는 것은 아니었다. 그리고 그는 2012년 런던올림픽 동메달에 기여함으로써 합법적 병역면제자가 되었다.
물론 박주영 역시 그 이후에도 비판의 대상이 되었고, 특히 2014년 브라질올림픽 때의 허술한 플레이로 대차게 까였다. 하지만 그렇다고 박주영더러 축구계를 아주 떠나라는 목소리는 없다. MC몽에 대한 비난과는 결이 다르다.
그러나 MC몽은 예의 발치수술에 대해 ‘병역기피’라는 의구심을 떨칠 만한 수준의 합리적인 설명을 한 적이 없다. 어린 시절 집이 가난했다거나 아버지와 자신이 아팠다거나 하는 딴소리만 늘어놓았을 뿐이다. 그렇기에 법리적 판단과 별개로 그의 행위는 입영연기로부터 발치수술에 이르기까지 모두가 병역면제를 위한 병역기피 행위로 판단되고 있으며 논리적으로 이를 반박할 방법도 잘 보이지 않는다.
▲ 2014 브라질 월드컵 조별리그 H조 3차전 벨기에와의 경기를 하루 앞둔 지난 6월 26일 오전(한국시간) 브라질 상파울루 코린치앙스 경기장에서 열린 공식훈련에서 박주영이 패싱 연습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둘째, 군대를 다녀오겠다는 말을 했었냐는 유무의 문제가 있다.
가령 가수 유승준과 가수 이현도의 차이를 생각해보자. 두 사람은 외국 영주권을 통해 병역을 기피했다는 문제가 있다. 그러나 유승준의 경우 병역 의무를 이행하겠다는 의지를 거듭 천명한 반면 이현도는 소리 소문없이 제도적으로 병역 면제 판정을 받았다. 물론 이현도 역시 많이 비판받기는 했으나, 유승준에게 훨씬 거대한 반감이 몰아닥친 것과 이해할 수 있는 일이다.
MC몽의 경우 병역기피 의혹이 일어난 이후 재판 과정에서까지 거듭 “군대를 가고 싶다”라고 말하여 빈축을 샀다. 이미 그가 입영대상이 아니거나, 정 원하면 자원입대는 할 수 있는데도 그러지 않으면서 그런 말을 했기에 빈축을 샀다. 그렇기에 MC몽에 대한 대중적인 반감은, 대중들은 그가 위선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다 믿는다는 점에서 나오는 부분이 있다.
셋째, 결국 군대를 다녀왔는가의 문제도 있다.
2004년 연예인병역비리 사건에 연루된 송승헌과 장혁 등은 비록 공소시효가 지나 법적으로 처벌받지는 않았지만 브로커를 끼고 병역면제를 위해 적극적인 행위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그들은 현역 입대하여 제대하면서 그 점에 대해선 더 이상 언급되지 않는다. 오히려 대체로 연예병사로 활동하는 일반적인 연예인들에 비해서도, 그들은 군생활이란 측면에서 볼 때 대부분의 한국 남성들의 ‘그 체험’을 사실상 공유한 것으로 평가받기도 한다.
마지막으로, 한국인들로부터 돈을 벌겠다고 하고 있느냐의 문제가 있다.
대부분의 한국 남성들에게 병역기피 문제는 병역기피자들이 차라리 ‘외국인’이 되어 그들의 시야에서 사라지지 않으면 용납하기 어렵다. 그래서 그들은 잠자코 외국에서 사는 이현도에는 무관심해졌지만 잊을 만하면 한국에서의 연예활동 복원을 타진하는 유승준에 대해선 재차 분개한다. MC몽의 컴백 역시 이런 지점에서 분개의 감정을 불러일으켰을 것이다. 또한 MC몽이 예의 ‘자원입대 불가능한 나이’가 되어서야 돌아왔다는 식의 ‘냉소적 서술’은 다시금 두 번째 문제와 연결되기도 한다.
이런 이유들을 검토해 보건대, 첫째와 둘째 사유는 나름의 논거가 있다고 볼 수 있다. 연예인이 대중에게 ‘거짓말’이 아닌 ‘진실’만을 말해야 한다는 요구는 순진하고 폭력적일 수 있으나, 이 경우 단지 사생활이 아니라 법리적이고 도덕적인 문제이므로 해명의 진실성은 판단의 근거가 된다고 볼 수 있겠다. 그러나 셋째와 넷째 사유는 상당히 감정적인 것으로 생각된다. 특히 브로커를 썼던 다른 연예인 병역비리자와 비교해보면 MC몽이 억울한 지점도 있다. 그러나 여하간 그들은 현역 복무 여부와 별개로 사안을 인정하고 사과하여 사건을 종결시킨 반면, MC몽은 여전히 잘못이 없음을 주장하고 있기에 현재진행형으로 볼 수 있다는 차이는 있다.
▲ 최근 종영한 드라마 '운명처럼 널 사랑해'에서 이건 역을 연기한 배우 장혁. (연합뉴스)
한편 또 한 번 생각해보면 연예인의 대중성이란 것은 사실상 대중에 의해 임의로 주어지는 것이기 때문에, 연예인에 대한 대중의 분개를 마냥 비합리적인 것으로 말하는 것도 그 영역의 특성을 무시한 일이다. MC몽에 대한 대중의 분개를 비합리적이므로 ‘부당’하다고 말한다면, MC몽의 과거의 드높은 인기는 합리적으로 ‘타당’한 것일까. 어쩌면 이 문제는 ‘타당’과 ‘부당’의 영역과는 상관이 없을지도 모른다.
싫어할 권리와 공격할 권리는 전혀 다른 문제이다
다만 그렇더라도 이런 얘기는 할 수 있을 것이다. MC몽에 대한 분개의 감정이 타당할지라도 그에 대한 대처는 그를 향해 공격적 언사를 내뱉는 것보단 ‘적극적 무시’ 내지는 ‘불매에 대한 독려’를 하는 것이 나을 것이다. '싫어할 권리'와 '공격할 권리'는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이며, 아무리 대중과 연예인의 특수관계를 고려한다 하더라도 그들이 'MC몽을 공격할 권리'까지 가지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인터넷상의 활동은 어디까지가 감정의 표현이고 어디서부터가 상대방에 대한 공격인지 애매모호한 부분이 많으나, 그렇다고 인터넷상이기에 모든 행위가 정당화된다고 말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또, 자신들에게 좋지 않은 체험이었던 병영생활에 대해 불만을 품고 있다면, 병역기피자들에 대한 분개를 퍼붓는 것보단 현재의 징병제 사병들의 처지에 관심을 가지고 정부에 정책대안을 요구하는 것이 훨씬 많은 사람들의 행복에 기여하는 일이 될 거라는 점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대부분의 예비역들이 군대만 벗어나면 징병제 사병의 생활여건 문제에는 관심을 가지지 않다가 눈에 드러난 병역 기피 문제에만 분개하곤 하는데, 그와 같은 상황의 반복이 여전히 징병제 사병의 환경을 지금의 수준으로 묶어놓은 것이라는 비판이 가능하다.
이어서, 비록 연예인과 대중이 특수관계를 이루고 있다 하더라도, 연예인들 역시 대중의 분개를 통해 통제될 수 있는 영역에 속해있는, 그러니까 권력자들의 구조에서는 상대적 약자의 처지에 있는 이들이라는 인식도 필요하겠다. 앞서 글 서두에 언급한 부유층 자녀들의 병역 문제에 대한 인식을 생각한다면 더욱 그렇다. 물론 그들을 우리가 처벌할 수 없기에 연예인들도 용서해야 한다는 논리는 성립할 수 없지만. 그렇다고 연예인에게 끝없이 분개한다 한들 그들과의 불균등함을 해소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MC몽에 대한 비판이 MC몽과 함께 작업했거나 그를 옹호하는 연예인들에 대한 비난으로까지 번져가는 것에는 쉬이 공감할 수 없는 이유가 그것이다.
그렇기에, ‘정치인’과 ‘연예인’만큼도 대중에게 드러나지 않고 통제받지 않은 채 숨어 있는 이들을 통제하기 위해선 박탈감에 대한 분개 표출보다 훨씬 정밀한 정치·사회적 관심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면 화도 덜 나게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다른 맥락이나 어떤 누리꾼들이 MC몽을 공격하기 위해 동원한 군가 <멸공의 횃불>은, 비록 아직도 있는 군가일 것이나 진작 사라졌어야 할 군가라고 본다. 중국 공산당과 수교한지가 이십 년이 넘은 나라에서 말이다. 중국은 이미 공산주의라 불러선 안 될 만큼 자본주의화 되어 있다고 말한다면, 북한 역시 이미 공산주의라 불러선 안 될 만큼 왕조국가가 되었다고 말할 수 있다. 공산당을 멸망시켜야 할 대상으로 보는 이런 인식을 우리는 편의상 ‘냉전적 인식’이라 부르나, 실은 미국에서도 메카시가 활약했던 기간 정도를 빼면 낯선 것이다. 현대 한국은 ‘적’을 고정해두기엔 너무 복잡한 질서 속에 위치해 있고, ‘주적’이 없다고 국방을 포기할 수 있는 일은 아니다. ‘멸공’ 운운은 더 이상 애국심의 보루가 아닌 편협한 세계관의 발현으로 바라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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