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TN이 청와대 풀기자단의 요청을 받고 ‘대통령의 세월호 유가족 외면’ 모습을 방송하지 않았다는 의혹에 대해 해명했다. 하지만 화면 사용 여부 등에 대해 청와대 풀기자단의 요청이 있을 경우, 언론사 협조체제 상황에서 이를 거부하기는 현실적으로 힘들다고 밝혔다.

전국언론노동조합 YTN지부(지부장 권영희, 이하 YTN노조)는 30일 성명에서 △국회 시정연설을 마치고 돌아가는 박근혜 대통령이 세월호 유가족들을 외면하고 떠난 것과 관련한 기사를 삭제한 이유 △풀기자단 요청이라는 이유만으로 대통령의 유족 외면 화면을 핵심 화면을 쓰지 말라고 지시한 이유 등을 보도국장 등에 공개 질의했다. (▷ 관련기사 : <대통령의 세월호 유족 외면 화면, 청와대 요청으로 기자단이 뺐나?>)

YTN노조는 노조의 질의에 대한 정치부 국회팀 담당 데스크, 영상편집부 데스크 등의 해명 내용을 31일 공개했다.

▲ 29일 낮 피켓 시위를 벌이고 있는 세월호 유가족들 앞을 박근혜 대통령(동그라미 표시)이 지나가고 있다. 앵글 탓에 세월호 유족들의 피켓에 적힌 내용은 방송에서 볼 수 없었다. (사진=YTN뉴스 캡처)

우선 YTN노조는 “대통령 시정연설 중계보도 때 별도 질문으로 포함돼 있던 세월호 유가족 관련 기사가 빠진 것에 대해 국회팀 데스크는 ‘강압적으로 삭제를 지시한 적은 없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YTN노조에 따르면, 국회팀 데스크는 대통령 국회 시정연설이 중심이 되는 보도이니만큼, 세월호 유가족 시위와 맞닥뜨린 대통령의 모습은 지엽적일 수 있기 때문에 별도 질문으로 다뤄질 만큼의 기사가치는 없는 사안이라 판단했다고 해명했다.

영상편집부 데스크 역시 대통령의 유족 외면 장면을 “사용하지 말라고 한 적은 없다”고 말했다. 청와대 풀기자단에게 ‘관련 화면을 사용해도 좋을지 논의 중이니 잠시 기다려 달라’는 연락을 받고, 편집부원들에게 일단 기다려보라고 했고 이후 ‘사용해도 된다’는 추가 연락이 옴에 따라 방송에 포함시켰다는 설명이다.

영상편집부 데스크는 청와대 풀기자단 요청에 따라 보도 가능한 화면과 보도가 불가능한 화면이 결정되는 것이 옳은지 묻는 노조의 질문에 “풀기자단 요청을 무조건 따르면 안 되는 것은 맞다”면서도 “여러 언론사와의 취재협조 체제를 고려할 때 YTN만 이를 어기는 것은 현실적으로 힘들다”고 답했다.

이 대목에서 취재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구성된 청와대 풀기자단이, 화면 사용 여부를 직접 판단해 협조를 구하는 등 풀기자단에 소속된 언론사의 보도 내용을 좌우하는 데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또한 각 언론사의 보도 책임자조차 풀기자단의 ‘요청’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점도 알 수 있다.

YTN노조는 “대통령에 대한 보도는 국익과 연결된 것인 만큼 사실확인에 있어서는 더욱 민감하고 철저해야 한다는 취지는 동의할 수 있지만 그 기준이 이미 확인된 사실이나 취재된 화면을 보도할지 말지에까지 적용될 수는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청와대 풀기자단의 요구에 대통령과 관련한 YTN 방송 화면이 좌우되는 것이 온당한가’ 하는 문제제기의 본질은 변함이 없지만 이는 YTN 내부의 문제라기보다는 청와대 보도 관행과 관련한 언론사 전반의 문제라고 진단한다”며 “YTN만이라도 이러한 관행에 얽매이지 않기 위한 고민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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