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로부터 “지역감정을 조장하고 지방대학 출신을 폄훼한다”고 매도됐던 ‘언론피해자’가 있다. 그는 아이러니하게도 MBC를 친정으로 둔 현 새정치민주연합 신경민 의원이다. 2012년 10월 벌어졌던 일이고 1심과 2심 재판부에서 모두 신 의원이 승소했으나 피해는 계속됐다고 했다. 최근 <서울신문>이 과거 국감장 ‘막말’사건을 정리할때도, 신 의원의 사례가 포함됐다. 24일 국회에서 만난 신 의원은 “디지털 시대 기록은 없어지지 않기 때문에 피해는 계속될 것”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지난 15일 대법원 판결이 있었다. 대법원 제2부(재판장 조희대)는 MBC와 소속기자 2인이 청구한 상고를 기각하며 “MBC가 신경민 의원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2심판결을 그대로 확정했다. MBC에 대한 ‘정정보도’와 함께 2000만원의 손해배상 판결을 받았다. 100% 승소였다.

▲ MBC를 상대로 명예훼손 소송에서 정정보도와 2000만원 승소를 이끌어낸 새정치민주연합 신경민 의원을 24일 국회의원회관에서 만났다ⓒ미디어스
MBC는 대법원 판결에 따라 지난 20일 기존 보도를 정정했으나 신경민 의원은 “이기긴 이겼는데 달라진 건 하나도 없다”며 “공정하지 못한 판결”이라고 토로했다. 그는 “MBC가 법원 판결로 어쩔 수 없이 정정은 했으나 판결로 끝나지 않을 것”이라며 “MBC는 여전히 황야의 무법자로 권력을 쥐고 있어 또 보복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약점을 보이면 MBC가 가만히 있겠나”며 씁쓸함을 드러냈다. 특히, 신 의원은 MBC는 1분 30초짜리 허위 리포트를 내보냈으나, 정정보도는 28초에 불과하다는 점을 문제로 지적했다. 또, 손해배상금 2000만원 또한 해외사례에 비춰볼 때 너무 적다는 비판도 이어졌다.

신경민 의원은 MBC 보도로 인해 그동안 피해를 입어왔고 피해는 앞으로도 이어질 것으로 예상했지만, 해당 보도를 담당했던 MBC 기자는 정식직원이 됐고, 간부는 승진했다고 설명했다. MBC로부터 그 어떤 사과도 받지 못했다. 이것이 진정한 명예회복이라고 이야기할 수 있을까. 그리고 그나마 국회의원 정도 되니까 이 정도 구제(!)라도 받은 것인지 다른 언론 피해는 전혀 상황이 다를 것이다.

인터뷰는 자연스럽게 MBC의 현 상황에 대한 이야기로 이어졌다. 언론계 및 학계·시민사회는 ‘MBC가 망가졌다’는 데에 큰 이견이 없다는 상황이다. <시사저널>, <시사인> 등 매체는 물론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 조사에서도 MBC의 ‘신뢰성’, ‘공익성’, ‘공정성’이 크게 하락한 것으로 조사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MBC는 최근 교양제작국을 해체하겠다는 조직개편안을 확정했다. 친정의 몰락을 지켜보는 신경민 의원의 심경은 어떨까.

신경민 의원은 MBC 시사교양국 해체와 관련해 “예상했던 일”이라면서 “더 심한 일들이 또 벌어질 수 있다. MBC라는 좋은 사회적 자산을 잃어버렸다”고 토로했다. 이어, 신 의원은 “MBC는 현재로서는 체질이 도저히 바뀔 수 없는 상황이 됐다. MBC의 정상화한다는 것은 우리 사회 민주주의의 회복의 중요한 이슈”라면서 “그것이 아마도 바로미터, 방송민주화의 시금석이 될 것”이라고 소견을 밝혔다. 이어, 신 의원은 “유능한 직원들은 다 골방에 앉혀놓고 저렇게 (엉망으로) 프로그램을 한다는 것은 기본 경영에서도 잘못된 것”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아래는 신경민 의원과의 일문일답이다.

“언론사 상대 형사소송은 잘못됐다는 소신 때문에 민사…이겼지만 달라진 건 없어”

- MBC 상대로 대법원에서 ‘정정보도’ 및 ‘손해배상소송 청구’ 승소했다. 판결 내용의 의미는 뭔가.

“사실 이 건은 3심(대법원)까지 갈 사안이 아니었다. 1심에서도 이겼다. 그런데 당시 재판부는 MBC의 ‘의견표명’이라는 해석을 붙여 정정보도에 대해서는 인정하지 않았다. 이기긴 이겼는데 찜찜한 상황이었다. 다행히 2심에서 MBC의 ‘의견표명’이라는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아 정정보도까지 결론이 났고, 대법원이 이를 확정했다. 사건 자체로만 보면 형사사건에 해당한다. 그렇지만 MBC에서 오랫동안 법조기자로 있었는데, 보면 세계적으로 명예훼손을 형사사건으로 다루는 나라는 없다. 대신 해당 나라들은 손해배상의 책임을 무겁게 한다. 그 무게로 인해 다시는 개인의 명예를 함부로 훼손할 수 없도록 규제하는 것이다. 개인적으로 언론사를 상대로 형사소송으로 가는 것을 잘못됐다는 소신 때문에 민사소송으로 갔지만 재판부는 2000만원 배상만 판결했다. 언론사의 개인들에 대한 명예훼손을 줄이려면 이보다는 더 많은 배상이 필요하다”

“저의 사례는 언론사가 황야의 무법자로서 기능한 사건이다. 1분 30초짜리 허위 리포트를 수없이 내보냈다. 칼로 찌르고 옆을 찌르고, 찌른 곳 또 찌르고 한 사람을 난자한 것이다. 그런데 겨우 2000만원만 인정했다. 또, 정정보도 또한 딱 28초였고 그 중 절반은 당시 보도내용을 다시 반복한 것이었다. 공정하지 못한 판결이다”

- 판결의 소감은?

“이기긴 이겼는데 현상은 하나도 바뀐 게 없다. MBC에서 해당 보도에 직관접적으로 관여했던 당사자들은 현재 진급 등 신분이 업그레이드됐다. 당시 해당 리포트를 했던 박영일 기자는 시용기자에서 정식기자로 채용됐다. 또, 당시 김장겸 보도국 정치부장은 현재 보도국장이 됐다. 재판에서만 이겼을 뿐이지, 사실상 본질은 그대로 있는 셈이다. 제대로 바뀌려면 이 사람들은 판결 여부와 상관없이 사과를 하고 여러 가지 조치를 스스로 취했어야 한다. 그런데 그런 건 없었다. 선진사회라면 회사가 문을 닫아야 하는 사건이다”

▲ 2012년 10월 16일자 MBC '뉴스데스크' 보도 캡처
- MBC에서 신경민 의원이 지역감정을 조장하고 지방대학 차별했다는 보도가 나갔다. 당시 상황을 알고 싶다. 그 후, MBC와의 관계는 어땠나.

“2012년 그때 MBC 김재철 전 사장 때문에 국정감사가 파행중이었다. 야당 의원들이 점심을 먹고 들어와 ‘도대체 MBC는 어떻게 된 것이냐’고 물었다. 어떤 사람들이 김재철 사장의 호위무사를 하고 있느냐는 질문이었다. 당연히 다른 의원들은 김재철 사장만 알지 누가 누군지 모르기 때문에 그 사정을 잘 알지 못했다. 그래서 보도본부장과 국장, 정치부장 등에 대한 정보를 이야기해준 것이다. 그 정보에는 출신 학교와 지역, 성향, 나와의 관계 등이 포함됐다. 국감중이 아니었기 때문에 자유롭게 환담을 하던 상황이었다. 그런데 건너편에 전혀 모르는 MBC기자(시용)가 앉아있었나 보다. 그것을 보고 회사(MBC)에 정보보고한 것이다. 타사(정상적으로 운영되는 언론사라면)라면 사실 이런 정보는 정보보고 거리도 안된다. MBC 해당 회사이기 때문에 보고를 했다고 하더라도 이 정도는 내부정보보고로 알고 있는 정도여야했다. 그런데 MBC는 정식으로 발제를 하고 속보를 쓰고, 아침저녁으로 뉴스를 내보냈다. MBC <뉴스데스크>를 보고 깜짝 놀랐다. MBC는 특정 대학과 지역을 비하한 것으로 공인으로서 있을 수 없는 발언이기 때문에 보도했다고 하는데, 아시다 시피 대법원에서 명예훼손 판결이 난 것이다. 사실 보도거리가 안 되는 것을 ‘뉴스가치’라고 포장했던 것이다”

“그 이후에도 많은 보복을 당했다. 새정치민주연합에 들어와 여러 가지 직책(대변인 등)을 맡았었다. 당을 대표에 라디오에 출연할 수밖에 없는 일도 꽤 있었는데 MBC에서는 한두 번 정도(?) 거의 나가지 못했다. 그 사건 이후 MBC가 여러 가지 함정에 많이 빠뜨렸다. 특히, 처가로부터 받은 주식이 안철수 작전주에 묶여 있다. 이게 상황에 따라 갑자기 재산이 늘어나기도 했는데, MBC는 이를 확대보도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터뷰를 거절하지 못했다”

“디지털 시대 기록은 사라지지 않아 피해는 계속될 것…MBC도 가만두지 않겠지”

- 대법원 판결로 명예가 회복됐다고 보는가?

“MBC 리포트는 기록이 남아있다. <서울신문>에서 대법원 판결이 나기 얼마 전 국감을 시작하면서 ‘국감 막말 의원들’이라면서 내 사례를 집어넣은 적도 있다. 당시 고법에서 정정보도 판결이 났고, 최종심을 기다리는 중이었는데 어처구니가 없었다. <서울신문> 측에 전화를 해서 조치를 요구했는데, ‘여당 기자가 써서 확인을 못했다’, ‘논란이 있었던 것은 맞지 않느냐’, ‘젊은 기자 사기를 생각해달라’는 등 방어논리를 펴는 것을 보고 굉장히 불쾌했다. 언론을 권력으로 생각하면 안 된다. 잘못이 있으면 인정해야한다. 그렇기 때문에 대법원 판결로 끝날 문제가 아니라는 얘기다. 디지털 시대 기록은 없어지지 않는다”

“MBC 역시 마찬가지이다. 여전히 황야의 무법자처럼 칼과 총을 가지고 있는데 또 보복하지 않겠나. 내가 약점을 보이면 MBC는 또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다. 앞으로도 많은 피해가 예상된다. 그런 점에서 언론 피해자에 대한 법원의 판결은 더 무겁게 나와야 한다. MBC가 1분 30초짜리 6번을 허위보도했다면, 그에 상응하는 6번 이상의 정정보도를 하도록 해야 한다. 손해배상금 또한 피해에 상응하는 만큼 해줘야 한다. 이렇게 28조 정정보도로 그 책임을 감해주는 것은 문제다. 이렇게 가볍게 처분한 것은 법원이 안 당해봐서 그렇다”

▲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가 24일 오전 서울 마포구 상암MBC 사옥 앞에서 교양제작국 해체 반대 피케팅을 벌이고 있는 모습 (사진=미디어스)
- MBC 상황이 좋지 않다. 각종 설문조사에서 ‘공정성’, ‘신뢰성’이 크게 하락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최근에는 ‘교양제작국 해체’를 골자로 하는 조직개편안은 확정했다. MBC 뉴스 어떻게 보고 있나?

“MBC 뉴스 잘 안 본다. 보고 싶은 생각도 없다. 그리고 ‘교양제작국 해체’는 예상했던 일이다. 그렇게 할 것으로 짐작을 하고 있었다. 더 심한 일들도 벌어질 것이라고 본다. 이것은 MBC라는 좋은 사회적 자산을 잃어버리는 일이다. MB정권 이후, 제가 잘린 게(앵커교체) 신호탄이었다. 그것을 시작으로 긴 작전이 시작됐다고 본다. 그리고 박근혜 정부까지 이어졌다. 그러니 인적 청산을 엄두도 못 내고 있는 것이다. 2012년 대선이 끝난 뒤, MBC 내 생각있는 임직원들이 굉장히 많이 울었다고 들었다. 그 후에 일어난 일들은 예상대로 흘러간 것이다. 그렇게 MBC는 체질적으로 도저히 바뀔 수 없는 상황까지 왔다. MBC정상화는 민주주의의 회복 중 중요한 화두가 될 것이다. 방송민주화의 중요한 시금석이자 바로미터가 될 것이다”

“MBC 해직기자 문제 또한 여권이 전혀 움직이지 않는다. 청와대와 여당이 한 몸이 되어서 그렇게 된 것이다. 지난 방송공정성특별위원회 또한 하나마나특위였다. 회의 참석하고 수당만 받아가는 것이다. 여권에서는 이 같은 자신들에게 위기가 생기면 어떤 작동하는 매뉴얼이 있다. 특위 역시 마찬가지이다. 특위를 한다는 것 자체가 이미 무력화시키겠다는 의도이다. 하지만 여론은 일단 ‘특위’가 구성되면 잦아들지 않느냐. 특위, 특검 다 믿지 않는다”

“교양제작국 해체, 예상했던 일…MBC 정상화에 오랜 시간 걸릴 것”

- 친정이자 해당 조직으로부터 피해자가 된 당사자로서 MBC에 한 마디만 해달라

“MBC에는 해줄 말이 없다. 유능한 직원들 다 골방에 앉아 손가락 빨게 하고 있다. 좋은 직원들을 다 내치고 저렇게 (엉망으로) 프로그램을 한다는 것은 기본 경영에도 어긋나는 것이다. 수십 년의 노력을 통해 사회적 자산으로 만들어놨는데, 망가뜨리는 건 한 순간이더라. MBC는 기본으로 돌아가야 한다. 그런데 현재로서는 가능성이 없어 보인다. 정권이 혹 교체되더라도 MBC는 체질개선이 필요한데, 다시 정상화되기에는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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