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지니의 삼시세끼는 일 년을 갈 것이다. 사실 놀라운 일이다. 아무리 이서진과 나영석의 조합이라 할지라도 신규 프로그램이 일 년을 갈 것이라고 장담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또한 일 년을 가게 된다면 그 인기가 만만치 않다는 것인데, 그 시점에서 정말 이 예능을 끝내기는 더 어려워지게 될 것이다. 이제 겨우 2회를 봤을 뿐인 상황에서 일 년 후를 미리 걱정할 필요는 없지만 나영석 PD의 통 큰 기획과 자신감은 흥미롭기만 하다.

그나저나 강원도 정선의 서지니 하우스는 정말 잘 지었다. 집 주변에 작은 텃밭이야 그리 어렵지 않았겠지만 가까이에 꽤나 큰 냇물이 흐르고, 너른 수수밭까지 갖춘 모양세가 근사하다. 두 번째 게스트로 등장한 백일섭이 꽃보다 할배에서 여행 갔던 마테호른보다 더 멋지다고 할 만큼 풍경도 좋지만 나영석 하면 떠오르는 생고생시키기의 계획이 엿보인다는 점에서 참 준비성 하나는 틀림없다는 생각을 들게 한다.

일하지 않는 자는 먹지도 말라는 말이 있지만, 일을 하고난 뒤에 먹는 밥은 정말 맛있다. 오죽하면 조상님들께서는 시장이 반찬이라는 속담까지 남기셨겠는가. 초보 요리사인데다가 더 초보 농부인 이서진과 옥택연이 나중에는 어떤 모습을 보일지는 알 수 없지만 지금 당장은 해먹을 수 있는 것이 변변할 수가 없다. 이번 주에는 이서진이 미국 유학시절 즐겨 해먹었다는 꼬리곰국이 곁들여졌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그들의 밥상에 오른 반찬은 깍두기에 텃밭에서 조달한 가지볶음이 전부였다.

아무리 일주일에 이틀이라고 할지라도 계속해서 이렇게 먹으면 밥이 맛있을 수가 없다. 다른 예능이라면 몰라도 삼시세끼에서 맛없는 식사는 있을 수 없다. 그렇다고 맛없는 밥을 맛있는 척 해봐야 매의 눈을 가진 시청자에게 곧바로 들통 나고 말 것이다. 그래서 정선 서지니 하우스에는 그토록 너른 수수밭이 있어야 했던 것이다. 다시 말해서 나영석 PD가 이서진과 옥택연을 위해 준비한 가장 확실한 반찬은 바로 노동이라는 것이다.

물론 몰카 좋아하는 나영석 PD의 치밀한 속임수도 빼놓을 수 없었다. 첫 회에는 윤여정과 최화정을 손님으로 불러오더니 이번에는 그보다 더 어려운 신구와 백일섭이었다. 이서진과 옥택연 둘만 먹는다면 굳이 없어도 될 고기를 제작진으로부터 제공받을 수밖에 없었고, 고기 하나에 수수 한 가마를 수확해야 한다는 노예계약이 자연스럽게 맺어지게 됐다.

삼시세끼 2회의 키워드는 ‘노예’였다. 물론 이것 역시 이서진의 언어 센스가 만들어 제작진에게 건넨 선물이다. 제작진은 이 단어를 아주 마르고 닳도록 자막에 사용했다. 국민투덜이 이서진의 입에서 떨어질 새가 없었던 것도 당연한 일이다. 더욱이 이서진에게는 물론이고 옥택연에게는 너무도 어려운 신구와 백일섭이 손님으로 찾아왔으니 이 노예설정은 좀 더 실감나게 보여질 수 있었다.

이미 꽃보다 할배 짐꾼시절 익힌 노하우로 이서진은 일찌감치 아궁이 청소를 한다는 핑계로 몸을 숨겼지만 그런 요령이 머릿속에 떠올릴 계제가 못 되는 옥택연은 혼자서 허리도 펴지 못한 채 동분서주하는 모습이 영락없는 종살이 하는 돌쇠였다. 그런 택연의 모습이 한편으로는 우습기도 하고 귀엽기도 하지만 서진이와 한솥밥을 먹는 동생답게 어르신 모시는 극진한 모습은 참 보기 좋았다.

그렇게 몸보다 마음이 바쁘게 음식을 마련해야 했던 옥택연은 심지어 술을 가지러 멀리 냇가까지 두 번이나 달음박질을 했어야 했으니 돌을 씹어 먹어도 꿀맛이지 않았겠는가. 제 아무리 짐승돌이라도 아이돌이고, 이서진 또한 곱게 자랐으니 언제 낫질을 제대로 해봤겠는가. 아직 본격화되진 않았지만 제작진이 애써 준비한 노예계약에 걸려든 이서진과 옥택연의 본격 수수밭 노예생활은 또 다른 재미를 기대케 하고 있다. 물론 그 노동 후의 밥맛은 이미 보장된 것이나 다름없다. 참 지독한 나영석이다.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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