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가 교양제작국을 해체하는 조직개편안을 확정해 우려가 크다. 하지만 이를 관리감독해야 할 방문진 김문환 이사장은 “이사회 의결사항이 아니다”라는 말로 책임을 방기했다. 또 “거의 몰랐다”라고 발언해 비웃음을 샀다.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위원장 홍문종, 이하 미방위)는 24일 방송통신원회 및 소관 기간에 대한 확인감사를 실시했다. 이날 MBC는 <PD수첩> 등을 만들어 온 교양제작국 해체를 골자로 하는 조직개편안을 확정했다. 그러나 MBC를 관리 감독해야 할 방문진 김문환 이사장은 “(조직개편은)이사회 의결사항이 아니다”라는 책임 방기성 발언으로 논란을 빚었다. 의결사항이 아니니 추진하는 데 문제가 없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 김문환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이 21일 국회에서 열린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의 방문진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새정치민주연합 정호준 의원은 “지난 방문진에 대한 국정감사(22일)에도 우려를 표명했는데, 그 당시 김문환 이사장은 MBC조직개편에 대해 ‘들어본 바 없다’고 했었다”며 “또, ‘아직 결론이 나오지 않은 것으로 안다’고 이야기했다. 그 당시 정말 몰랐나?”라고 물었다. 이 같은 물음에 김 이사장은 “거의 몰랐다”라고 답했고 회의장은 순간 웃음바다가 됐다.

정호준 의원은 “‘거의 몰랐다’는 말이 뭔 말이냐. 알았다는 것이냐, 몰랐다는 것이냐”고 질타했다. 이에 김문환 이사장은 “몰랐다”고 정정했다. 그러자 정호준 의원은 “그렇다면 MBC는 방문진 이사장도 모르는 사이 몰래 조직개편을 준비하고 있다가, MBC 업무보고가 끝나자마자 확정했다는 것이냐”며 “지금 증인선서까지 해놓고 (위증 아닌가)”라고 의문을 제기했다. 정 의원은 “(만일, MBC가 다 준비해놓고) 업무보고가 끝나자마자 발표한 것이라면 그것은 굉장한 국민기만”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MBC 교양제작국 해체는 국민적 관심사항인데 방문진이 전혀 몰랐다고 한다면 제대로 된 역할을 하지 못한 것”이라면서 “그렇다면 방문진의 존재이유는 뭔가. 이사장은 반성을 해야한다”고 쓴 소리를 던졌다.

새정치민주연합 유승희 의원은 “MBC가 공영방송을 포기하는 기도라고 느껴진다”면서 “공영적 가치를 창출하는 게 방송법이 명기한 방송의 목적인데, 매우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유 의원은 이어, MBC 교양제작국이 그동안 기획·제작했던 프로그램 하나하나를 나열한 뒤 “대작들은 시청률 20%를 넘긴 것들도 많다. 이런 프로그램이 MBC를 지탱해준 중요한 힘이고 효도부서인데 은덕을 발로 차는 것이 아니냐”라고 질타했다. 같은 당 우상호 간사는 MBC와 관련해 “무소불위의 행태를 보이고 있다”며 “그런데 MBC를 관리감독해야할 방문진도 고유 권한에 대해 행사하지 않고, 방문진 감독기구 방통위 또한 개혁하지 않고 있다. 이런 경우 국회통제라도 강화해야하지 않을까 생각된다”고 비판했다.

그러나 김문환 이사장은 “정보라는 것은 역방향이 있는 것”이라면서 “그리고 MBC 조직개편은 방문진 의결로 결정되는 게 아니다. (그러니 MBC에서)보고를 안 하면 알 수가 없다. 오늘 아침에 보고를 받았다”고 답했다. 이어, 교양제작국 폐지 우려에 대해 김 이사장은 “제가 볼 때 시각이 다른 것”이라면서 “의원들이 관심을 가져주는 것은 좋은데 제가 답변드리기 어렵다. MBC 조직개편은 보고사항에 불과하다”고 되풀이 했다.

김문환 이사장은 또한 “MBC조직개편은 (사내)이사회를 거쳐야 하는데, 제가 알기로는 아직 이사회를 열지 않았다”고 발언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는 사실이 아니다. 이미 이사회에서 처리, 교양제작국 해체는 확정이 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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