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일파 청산은 소련 지령에 의한 것”, “역사청산은 해선 안 될 짓”, “문창극 강연 보고 감동 받았다” 등의 발언으로 역사관 논란에 휩싸인 이인호 KBS 이사장이 역설적으로 자신에 대한 언론의 공격이 부당했기 때문에 이사장이 되겠다고 결심했다고 밝혔다.

▲ 이인호 KBS이사장이 22일 오후 열린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답변하고 있다. (사진=미디어스)

22일 오후 열린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한 이인호 KBS 이사장은 KBS이사회 이사 및 이사장이 된 데에 절차적 하자가 있었느냐는 새누리당 서상기 의원의 질문에 “절차적 하자가 없었다고 본다”고 잘라 말했다.

이인호 이사장은 “제가 이사장으로 내정됐다는 기사를 보고 굉장히 놀랐다”며 “(그때까지) 제 자신이 마음 결정을 못했는데 그게(그런 보도가) 나와서 놀랐고 수락하기로 마음 결정한 게, 일부 신문 이런 데서 저한테 대한 공격, 부당한 공격이 들어오는 걸 보고 ‘이건 내가 해야 되겠다’ 하는 결론을 내렸다”고 말했다.

이인호 이사장은 자신이 세간의 입에 오르내리게 된 이유가 ‘잘못된 인터넷 보도’ 때문이라며 언론에 대한 불만을 드러냈다. 이인호 이사장은 “제가 요즘 인터넷에 떠오르고 있고 심한 경우에 망언 제조기라는 말까지 듣고 있다. 그렇다면 제가 최근 몇 년 사이에 이상한 사람이 됐는가 하면 그건 아니다”라며 “왜 이렇게 됐느냐 하면 인터넷에 보도되는 내용이 (저의) 말을 잘못 연결시켜서 정확하지 않게 되는 것이 많고, 일부 언론인과 지식인들과 대한민국에 대해 생각하는 게 저와 다르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인호 이사장은 역사학자로서의 식견과 소신을 밝히는 것이 KBS이사회 업무수행과 관련이 있느냐는 서상기 의원의 물음에 “저는 직접적인 관계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이인호 이사장은 “방송 제작, 편성, 경영은 사장에게 위임된 권한이고 이사들이 직접 관여할 것은 없다”며 “최종의결기구로서 여러 가지 얘기할 때 제가 가지고 있는 국가관, 방송관은 간접적으로는 영향을 미칠 수 있을 뿐”이라고 전했다.

편향된 역사관 질타에도 “대한민국 국민이면 다 공유할 수 있는 역사관” 항변

이날 국감에서는 그동안 숱한 논란에 휩싸였던 ‘역사관’에 대한 질문이 쏟아졌다. 이인호 이사장은 그간 기명 칼럼이나 공개 강연 등을 통해 자신의 역사관을 지속적으로 밝혀 왔다.

이인호 이사장은 이승만 전 대통령에 대해 공이 90%, 과가 10%라고 발언하거나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광주유혈사태’라고 규정하며 “몇 백 명이 죽은 것을 몇 천 명이 죽었다는 식으로 흑색선전이 됐다”고 주장했다. 지난 9월 23일 전경련 주최 강연에서는 “친일파 청산은 소련 지령에 의한 것”이라고 해 도마에 올랐다. KBS의 단독보도로 널리 알려진 문창극 전 국무총리 후보자의 강연을 보고 나서는 “감동받았다”며 “(만약 문 전 후보자가) 낙마한다면 (그때는) 솔직히 이 나라를 떠날 때라고 생각한다”고 발언하기도 했다.

이인호 이사장은 자신의 발언 취지에 대해서 적극적으로 설명했으나, 그간 발언했던 내용을 부정하지는 않았다. 이인호 이사장은 “(KBS 보도처럼) 이런 식으로 어떤 견해를 정확하게 요약하지 않은 방송이 안 된다는 뜻이었다. 총리가 되어야 한다, 안 된다는 국회의원들의 권한이지 언론이 여론재판하면 안 된다는 뜻”이라며 “전체강연과 KBS가 요약한 것을 볼 때 전혀 다른 인상 나온 걸 볼 때 (잘못된 요약을) 경계해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인호 이사장은 “(저는) 역사가로서 훈련받은 사람이고 정확하게 말하고 정직하게 얘길 하는 건 제가 평생 목숨과 같이 소중하게 생각한다”며 “같은 말이라도 잘못 짜깁기가 되면 사회 갈등을 조장하고 오해를 낳는다. (그러면) 지식인들이 자신의 소임을 다하지 못하는 것이고 우리 사회 갈등 구조 심화되는 게 거기서 오는 영향이 있다고 늘 생각했다. 그래서 (문 전 후보자 강연에 대해) 강력한 얘기했던 것”이라고 밝혔다.

김구 선생과 관련해서는 “김구 선생은 임시정부 수반까지 하면서 독립운동가로서 대단히 훌륭한 분이었지만 1948년에 대한민국 독립하는 데에는 반대하셨던 분이기 때문에, 그런 의미에서 대한민국 (건국의) 공로자로서 김구 선생님을 거론하는 건 맞지 않다”고 설명했다.

새정치민주연합 최민희 의원이 공영방송 이사장이기 때문에 민감한 역사적 사안에 대해 공개적인 강연을 중지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묻자 이인호 이사장은 “저는 여야가 대립하는 정파적인 현안은 절대 강연 안할 것”이라고 답했다. 하지만 잇따른 ‘편향된 역사관’ 지적에는 “(저는)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동해물과를 부르는 사람이라면 다 공유할 수 있는 그런 역사관을 갖고 있고…”라고 항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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