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궤변과 거짓을 동원하여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가두어버리는 공권력의 횡포 앞에 선다면, 여러분은 어떻게 하겠습니까? 제가 이 재판에 임하면서 던지고 싶은 질문이었습니다. 국민의 자유와 권리가 공권력에게 짓밟히고 있는 현실과 마주했을 때, 인권 옹호를 사명으로 하는 변호사는 무엇을 해야 할까요? 불의한 현실에 맞서야 할까요? 아니면 공권력의 폭력 앞에 침묵해야 할까요? 변호사가 된 이후 줄곧 자신에게 던져온 질문이었습니다”

20일 오후 서울중앙지방법원 제29형사부(부장판사 윤승은) 심리로 ‘피고’ 권영국 변호사에 대한 첫 공판이 열렸다. 권영국 변호사는 지난해 7월 24일, 25일과 8월 21일 서울 중구 대한문 화단 앞에서 열린 쌍용차 해고 문제 해결 촉구 집회 당시, 집회 참가자들과 함께 경찰의 질서 유지선을 임의로 치우고 경찰들과 몸싸움을 했다는 이유로 지난 6월 검찰에 기소됐다.

권영국 변호사가 피고인으로 법정에 서게 되자 85명에 이르는 대규모 변호인단이 구성됐다. 이날 공판에는 38명이 참석했고, 공동 변호인단의 의견은 강문대 변호사가 발표했다.

강문대 변호사는 “쌍용차 사건은 많은 노동자들이 생계터전을 잃고 다수가 자살까지 해 사회적으로 주목을 받은 사건”이라며 “쌍용차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활동한 권 변호사의 집회 및 시위는 노동자들을 지원하거나 부당한 공권력에 대한 문제제기를 위한 기본권 행사다. 검찰의 공소제기는 그 자체로 민주주의의 원칙과 헌법상 원칙에 어긋나는 부당한 공소제기”라고 비판했다.

강문대 변호사는 “경찰은 국민의 안전을 현저하게 침해하는 경우에만 집회 해산 명령을 내릴 수 있다. 따라서 (집회 당시) 경찰이 내린 해산 명령 자체가 부적절해 적법하지 않고 공무집행방해죄도 성립하지 않는다”며 권영국 변호사의 무죄를 주장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6부(부장판사 함상훈) 역시 지난해 12월 6일 권영국 변호사가 서울 남대문경찰서장을 상대로 낸 옥외집회금지통고처분 취소소송에서 “남대문서장은 옥외집회를 허가하라”고 원고승소 판결을 내려 경찰의 ‘집회금지 통보’가 부당한 결정이었다고 밝힌 바 있다.

▲ 경찰은 쌍차 집회가 열리던 대한문 앞에 화단을 설치했고 대한문 앞을 집회금지구역으로 설정했다. 사진은 지난해 8월 6일, 민변 권영국 변호사가 대한문 앞에서 민주주의법학연구회 소속 변호사 및 교수들과 함께 대한문 앞 집회를 통제하는 경찰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권영국 변호사도 피고인 모두진술을 통해 검찰의 공소 제기가 부당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권영국 변호사는 “제가 변호사가 된 이후 피고인으로 법정에 서는 것은 지난 2009년 쌍용차 평택공장 앞에서 조합원들에 대한 접견권을 행사하려다가 공무집행방해죄와 상해죄의 혐의로 체포된 후 두 번째”라며 “수사당국에 의한 잦은 소환과 기소는 한 개인의 직업적 신념과 가치관을 심각하게 위협한다는 점에서 결코 가볍게 넘길 일은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권영국 변호사는 “이 사건은 회계조작을 통한 정리해고의 의심을 받고 있는 쌍용차 사태를 둘러싸고 전개되었던, 노동자·시민들의 집회·시위의 자유와 공공복리 내지 질서유지를 내세운 공권력이 맞부딪힌 사건”이라며 “경찰은 시위가 장기화되자 대한문 인도 위에 화단을 설치하고 그 구역을 법적 근거도 없이 사실상 집회 금지구역으로 만들어버렸다. 이는 사회적 약자가 우리 사회와 정부에 호소할 수 있는 마지막 수단을 봉쇄하겠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권영국 변호사는 “저는 변호사이다. 변호사는 국민의 인권 옹호와 사회정의 실현을 자신의 임무로 한다”며 “집회의 목적은 ‘경찰력의 남용으로 인해 집회금지 장소가 되어 버린 화단 옆과 앞의 장소도 집회의 자유가 살아 숨 쉬는 민주주의의 자유로운 공간임을 확인하고, 이를 시민들과 공유하는 것’이었다. 나아가 사회적 약자의 목소리를 짓밟고 있는 우리 현실을 고발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권영국 변호사는 이번 재판에 대해 “공권력이 남용되고 있는 우리 사회의 단면을 볼 수 있는 재판이 되었으면 한다”며 “이 재판을 통해 우리 사회가 직면하고 있는 민주주의와 기본권의 위기 상황을 볼 수 있기를 진정으로 희망한다”고 전했다.

자신을 위해 기꺼이 변호인 선임계를 제출한 동료 변호사들에게도 “저를 변론하기 위해 참석해주신 선·후배 동료변호사들에게 진심으로 감사를 드린다. 동료의 곤궁한 처지를 외면하지 않는 따뜻한 마음과 사익이 아닌 공동의 선을 추구했을 것이라는 동료에 대한 믿음을 보여주었기 때문”이라며 고마움을 전했다.

앞서 서울중앙지검 공공형사수사부(부장검사 김동주)는 권영국 변호사를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 △특수공무집행방해치상 △특수공무집행방해 △일반교통방해 등의 혐의로 기소했다. 당시 민변은 “민변 노동위원회가 개최한 적법한 집회를 방해하는 것도 모자라, 경찰의 공권력 남용으로 집회방해의 피해를 입은 권영국 변호사를 기소까지 한 것은 실로 적반하장이요 검찰의 기소권 남용의 극치”라고 질타했다.

다음은 권영국 변호사의 모두진술 전문.

재판에 임하는 제 마음은 매우 착잡합니다. 변호사가 변호인이 아니라 피고인으로 법정에 선다는 것은 흔치 않은 일일뿐만 아니라 본인의 직업적인 신뢰와도 관련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제가 변호사가 된 이후 피고인으로 법정에 서는 것은 지난 2009년 쌍용차 평택공장 앞에서 조합원들에 대한 접견권을 행사하려다가 공무집행방해죄와 상해죄의 혐의로 체포된 후 두 번째입니다. 수사당국에 의한 잦은 소환과 기소는 한 개인의 직업적 신념과 가치관을 심각하게 위협한다는 점에서 결코 가볍게 넘길 일은 아닐 것입니다.

본격적인 공판에 앞서 오늘 저를 변론하기 위해 참석해주신 선·후배 동료변호사들에게 진심으로 감사를 드립니다. 동료의 곤궁한 처지를 외면하지 않는 따뜻한 마음과 사익이 아닌 공동의 선을 추구했을 것이라는 동료에 대한 믿음을 보여주었기 때문입니다. 고맙습니다.

제가 법정에 서게 된 사건의 핵심은 그 표면적인 이유와는 달리 공권력에 도전했다는 이유 때문이라고 생각됩니다. 저는 노동현안에 대한 검토와 해결을 주된 임무로 삼는 민변 노동위원회 위원장으로서, 회계조작의 의혹을 받고 있는 쌍용차 정리해고 사태에 대한 정부의 책임과 해결을 촉구하기 위해 거리시위에 참여하였고, 청와대 앞을 찾아가 대통령 면담을 요구하였으며, 대한문 앞 농성을 벌이던 해고자들을 화단을 보호한다는 명분으로 내쫓으려던 공권력의 법집행에 맞섰다는 이유로 집회와시위에관한법률위반죄, 일반교통방해죄, 특수공무집행방해치상죄 등으로 기소되었습니다.

이 사건은 회계조작을 통한 정리해고의 의심을 받고 있는 쌍용차 사태를 둘러싸고 전개되었던, 노동자·시민들의 집회·시위의 자유와 공공복리 내지 질서유지를 내세운 공권력이 맞부딪힌 사건입니다.

쌍용차 정리해고 사태의 해결을 촉구하는 집회시위가 서울 도심에서 장기화되자 경찰은 집회제한과 금지통고를 남발하기 시작했고, 한편으로 대한문 인도 위에 화단을 설치하고 그 화단을 보호한다는 명분으로 화단 앞 구역을 법적 근거도 없이 사실상 집회 금지구역으로 만들어버렸습니다. 그것은 정리해고 투쟁의 상징으로 된 쌍용차 문제에 대해 공권력의 이름으로 사실상 재갈을 물리겠다는 의도와 다름이 없었습니다. 사회적 약자가 우리 사회와 정부에 호소할 수 있는 마지막 수단을 봉쇄하겠다는 것이었습니다.

사회적 현안에 대한 해결을 회피하는 정부를 비판하고 그 정부의 책임을 촉구하는 국민의 목소리를 억압하는 권력의 모습은 언제나 국민의 표현의 자유에 대한 억압이라는 갑옷을 입고 등장합니다. 대한문에서 쌍용차 해고자들의 장기간의 농성과 시위는 자본과 정부에게는 눈에 가시와 같은 존재로 여겨졌을 것입니다. 그리하여 대한문 화단 앞 구역은 경찰서장과 경비과장의 지시로 집회금지구역이 되어버리는 비극이 발생하였습니다. 정부와 경찰은 함께 살자는 사회적 약자의 요구는 외면한 채 집회와 시위를 통제하며 급조된 화단에 대항한다는 이유로 해고자들과 시민들을 체포·구속하였습니다.

저는 변호사입니다. 변호사는 국민의 인권 옹호와 사회정의 실현을 자신의 임무로 합니다. 국민의 인권 옹호를 제1의 임무로 해야 하는 변호사로서, 법적 근거도 없이 경찰서장과 경비과장의 말 한마디로 집회금지구역으로 변해버린 대한문 앞 장소에서 집회의 자유를 되찾아야만 했습니다. 그래서 제가 주최자가 되어 신고한 이 사건 집회의 일차적인 목적은 바로 “경찰력의 남용으로 인해 집회금지 장소가 되어 버린 화단 옆과 앞의 장소도 집회의 자유가 살아 숨 쉬는 민주주의의 자유로운 공간임을 확인하고, 이를 시민들과 공유”하는 것이었습니다. 나아가 화단을 보호한다는 이유로 사회적 약자의 목소리를 짓밟고 있는 우리의 현실을 고발하고 싶었던 것입니다.

그러나 경찰은 ‘집회제한통보’라는 처분을 통해 집회 장소를 자의적으로 지정하여 화단 앞 집회를 금지하였습니다. 피고인은 이에 대항하여 경찰의 자의적인 집회제한을 다투었고, 법원으로부터 집회제한통보가 위법하다는 사실과 효력정지 결정을 받아냈습니다. 그런데, 정부와 경찰은 자신의 위법성을 시정하기는커녕 또 다시 ‘질서유지선’이라는 이름으로 집회 장소 안에 ‘넘어서는 안 되는’ 통제선을 설치하고 그 바로 뒤에 경력을 배치하여 집회 장소를 무단으로 침범했습니다. 겹겹이 둘러친 경찰병력이 노려보는 가운데, 그것도 질서유지선이라는 플라스틱 설치물로 앞뒤가 갇힌 상태로 ‘자유’를 외쳐야 하는 굴욕적인 현실을 마주해야 했습니다.

경찰은 질서유지선이 ‘주요도로의 교통소통’을 위해 필요하다는 명분을 내세웠습니다. 하지만 정작 질서유지선은 차량이 다니거나 일반인들이 통행하는 피고인의 앞이 아니라 피고인이 서 있던 등 뒤에 설치되었습니다. 집회 참가자들의 등 뒤에 도열해서서 집회를 관리하고 통제하는 경찰국가의 모습을 상상해보시기 바랍니다.

궤변과 거짓을 동원하여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가두어버리는 공권력의 횡포 앞에 선다면, 여러분은 어떻게 하겠습니까? 제가 이 재판에 임하면서 던지고 싶은 질문이었습니다. 국민의 자유와 권리가 공권력에게 짓밟히고 있는 현실과 마주했을 때, 인권 옹호를 사명으로 하는 변호사는 무엇을 해야 할까요? 불의한 현실에 맞서야 할까요 아니면 공권력의 폭력 앞에 침묵해야 할까요? 변호사가 된 이후 줄곧 자신에게 던져온 질문이었습니다.

저는 이 재판에 임하면서 다음과 같은 바람을 가지고 있습니다. 공권력이 남용되고 있는 우리 사회의 단면을 볼 수 있는 재판이 되었으면 합니다. 경찰과의 물리적 충돌 여부를 따지는 협소한 송사가 아니라 국가가 공공복리와 질서유지라는 이름으로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침해했을 때, 우리 사회는 어떻게 판단하고 행동해야 하는지 기준을 세우는 재판이 되길 바랍니다. 인권을 옹호해야 할 책무를 지고 있는 변호사를 공권력에 대항했다는 이유로 집회의 현장에서 끌어다 법정에 세웠다면 그 정도는 돼야 하지 않겠습니까? 이 재판을 통해 우리 사회가 직면하고 있는 민주주의와 기본권의 위기 상황을 볼 수 있기를 진정으로 희망합니다.

2014. 10.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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