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월화 드라마 <에덴의 동쪽>이 인터넷 상에 화제다. '에덴의 동쪽'은 1960년대부터 2000년대까지를 배경으로 두 집안의 엇갈린 운명과 사랑을 그린 드라마다.

1일 포털사이트 뉴스 검색 순위 1위를 점하는가 하면, 드라마 홈페이지에는 수백건의 시청자 의견이 오르고 있다. 에덴의 동쪽이 이처럼 인터넷 상에서 화제가 되는 이유는 때아닌 '신파' 논란 때문이다.

에덴의 동쪽과 관련된 비판을 종합해 보면 이렇다. 드라마의 전개 방식이 과거 어디선가 한번쯤 본 드라마인 것 같다는 비판이 있다. '올인', '사랑과 야망', '모래시계', '야망의 전설'이 떠오른다는 얘기다.

▲ MBC 드라마 '에덴의 동쪽'ⓒMBC
극의 설정이 지나치게 억지스럽다는 비판도 있다. 예를 들면 이렇다. 지난달 30일 편에선 사랑하지 않는 남자 신명훈(박해진 분)에게 겁탈을 당한 김지현(한지혜 분)이 임신을 했다.

그러면서 김지현은 "저 하나만 죽으면 끝난 줄 알았는데 제 뱃속에 또 한 생명이 있어요. 전 이제 제가 사랑하는 사람을 사랑할 수 없는 저주받은 인생이 돼 버렸어요. 근데 왜 제가 그래야 하나요? 왜 하필 저냐구요?"라며 울음을 쏟아냈다. 사랑하지 않는 남자의 아기를 가졌고, 정작 사랑하는 사람과는 이뤄질 수 없게 된 설정이다.

또한 애증의 모자관계, 가족 간의 끈끈함, 복수를 위한 피나는 노력 등 다분히 어디서 본 설정이다. 일부에선 신파의 종합세트라는 비판도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에덴의 동쪽은 지난달 30일 방송된 12회의 전국 시청률이 26%를 넘어섰고, 동시간대 최고 시청률을 기록했다.

연예관련 뉴스는 앞다퉈 드라마가 지나치게 신파적이라고 지적하면서 기사를 만들어가고 있다.

그런데 한 가지 생각해 볼 점이 있다. 과연 신파적이라고 드라마에 손가락질을 할 수 있느냐이다.

달리 생각보자. 어린 시절 헐크 호건을 좋아했다. 당시 호건은 또래 친구들 사이에서 영웅이었다. 과거 프로레슬링 WWF(현재 WWE)의 녹화 비디오테이프가 있다면 그야말로 대박이 날 것이다. 무서울 것이 없었다. 연일 프로레슬링의 기술을 연마하느라 교실 뒤는 시끌벅적 요란스러웠다.

나이가 들어 프로레슬링이 짜여진 각본에 의해서 연출된 드라마와 같다는 소리에 실망도 컸다. 그러나 아직도 케이블에서 프로레슬링 경기가 나오면 채널이 멈춰진다. 짜여진 각본임을 알면서도 말이다.

또 있다. 최근 '우리 결혼 했어요', '패밀리가 떴다', '1박 2일' 등이 시청자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하고 있다. 케이블에서는 '애완남 키우기 나는 펫 시즌5'가 마니아층을 형성하고 있다. 작가들에 의해 설정된 리얼리티 프로그램임에도 시청자들은 즐거워한다.

따져 보자. 시청자들은 최근 리얼리티 프로그램을 보면서 '설정이다 아니다'를 애써 고민하지 않는다. 그것을 고민하면서 본다면 과연 프로그램이 재미가 있을지도 의문이다.

마찬가지로 WWF도 그것이 짜여진 각본임을 의식하면서 즐기지 않는다. 화려한 기술을 다시 한번 볼 수 있는 즐거움이 있는 것이다.

그런데 1일 에덴의 동쪽은 무차별 포화를 맞았다. 신파적이고, 억지스러운 설정 때문이란다. 무차별 포화를 보면서 뭔가 빠져있는 내용이 있다. 에덴의 동쪽은 다큐멘터리가 아니라 드라마라는 점이다. 드라마는 설정을 억지스럽게 할 수 있다. 또한 내용에 있어서 다소 신파적일 수도 있다. 그래서 드라마다. 현실이 아니기 때문에 재미가 있고, 현실이 아니기 때문에 울며 웃을 수 있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미드와 일드가 시청자들의 눈을 높였는데 때아닌 신파가 등장했다고 딴죽을 건다. 거기에 연기자들의 인신공격까지 이어진다. 하지만 시청자들의 눈이 높아진 것과 에덴의 동쪽의 재미와는 별개의 문제다. 획일적으로 250억원의 대작은 뭔가 달라야 한다는 기대감이 작용해 에덴의 동쪽을 바라보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드라마를 드라마로 볼 수 있는 여유와 획일적인 즐거움이 아닌 다양한 재미가 공존하는 시선이 요구된다. 좀 신파면 어떠냐? 그냥 재밌게 보면 되지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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