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오후 북한이 경기도 연천 민통선 부근에서 대북 전단 삐라를 향해 14.5mm 고사총으로 수십 여발 발포를 했고 이에 대해 우리 군의 대응 사격하는 사건이 있었다. 11일자 신문들은 이 사건에 대해 각각 다른 해석을 내놨다.

가장 강경했던 것은 <동아일보>였다. 11일자 <동아일보>는 <‘김정은 위기說’ 속 北의 연천 총격 도발, 확실히 응징하라>란 제목의 사설에서 이 사건을 “2010년 연평도 포격 도발을 떠올리게 하는 정전협정 위반”이라 정리하면서 “어제 도발은 북한이 ‘따뜻한 인사’를 전하고도 당장 돌아서서 남한 공격을 감행할 수 있는 집단임을 다시 일깨웠다”라고 의의를 정리했다.
<동아일보> 사설은 “다행히 인명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지만 북한은 이번에도 연평도 포격 도발 때처럼 민군(民軍)을 가리지 않고 공격 대상으로 삼았다”라면서, “어제 수준의 대응으로 북한이 우리 측을 시험하거나 도발하려는 의지를 접을지 의심스럽다”라고 주장했다.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도발의 연상선상에서 이 사건을 바라볼 때, 우리 정부와 군이 좀더 강경한 대응을 해야 한다고 주문한 것이다.
▲ 11일자 동아일보 2면 기사
<동아일보> 사설은 “우리 군이 북한의 도발에 단호하게 대응하는 것은 북한의 경거망동을 막기 위해서 필요하다. 북한이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에 대해 뼈저리게 후회하도록 철저하게 응징했더라면 이번처럼 육지로까지 도발 무대를 확대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들이 적화통일 야욕을 포기하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북한 실세들의 남한 방문을 확대 해석해 5·24제재 조치 해제와 금강산 관광 재개를 말하는 것은 위험을 자초하는 일이다. 철통같은 군의 안보 태세는 물론이고 대북 대응을 놓고 소모적인 남남(南南)갈등을 벌이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라며 마무리되었다. 단호한 대처를 주문하는 것은 물론 5.24 제재 조치 해제나 금강산 관광 재개 등 <중앙일보>와 같은 보수언론 역시 말해왔던 유화책에 대한 거부의사를 분명히 했다.
<조선일보>는 비록 보수적인 기조 속에서도 <동아일보>에 비해선 다소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같은 날 <조선일보>는 <NLL 이어 기관총 도발, 北의 관계 개선 약속 거짓이었나>란 제목의 사설에서 “말로는 남북 관계 개선을 강조하면서도 동시에 군사 도발을 서슴지 않는 북의 실체가 또 한 번 드러났다”라며 <동아일보>와 비슷하게 사건을 규정했다.
그러나 <조선일보> 사설은 “북은 전단 살포를 우리 정부가 막아야 한다는 주장을 펴 왔다. 실제 류길재 통일부 장관도 최근 전단 살포 자제를 공개 요구하고 이날도 현장에 정부 관계자가 직접 나가 만류했다. 그러나 북은 우리의 자유민주주의 체제에서 민간단체의 자발적 활동을 정부가 강제로 막을 방법이 없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라면서, <동아일보>처럼 강경대응을 주문하기 보다는 북측의 공격 명분에 타당성이 없다는 것을 설명하는 태도를 취했다.
▲ 11일자 조선일보 3면 기사
<조선일보> 사설은 “남북 관계는 물론이고 북 내부 정세도 섣불리 예단하기 힘든 민감한 국면에 접어들었다. 이럴 때일수록 북의 일거수일투족에 호들갑을 떨기보다는 냉철하게 북의 동향을 주시하면서 모든 가능성에 대비해야 할 때다. 정치권과 민간단체 역시 말 한마디, 행동 하나하나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라고 마무리되었다.
<중앙일보>는 역시 평소처럼 다른 보수언론보다는 대북문제에 있어 유화적인 모습을 보였다. <중앙일보>는 이날 <북한, 대화 무드 깨는 군사 도발 중지하라>란 제목의 사설에서 “북한이 민간 피해가 예상되는데도 고사총을 발사한 것은 어떠한 이유로도 용납될 수 없다. 명백한 정전협정 위반이다”라며 북한을 비판했다.
그러나 <중앙일보>는 “북한 실세들의 방남으로 모처럼 조성된 남북 대화 무드가 다시 대치 국면으로 옮아가고 있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살얼음판의 평화는 남북 모두에 바람직하지 않다”라고 말하면서, “우리 사회는 특정인과 특정 단체의 활동을 강제적으로 막을 수 있는 체제가 아니다. 그러나 대북 단체들이 남북 관계가 외줄타기를 하는 상황에서 전단을 꼭 살포해야 했는지는 한번쯤 생각해볼 일이다. 남북 관계의 대승적 견지에서 행동할 필요가 있다”라고 주문했다. 대북 단체들의 전단 살포에 대해서도 문제제기를 하는 모습을 보였다.
▲ 11일자 중앙일보 3면 기사
중도언론과 진보언론으로 넘어가면 이 대북전단 살포의 문제를 더 주목하는 모습을 보였다. 중도성향의 <한국일보>는 아예 사설 제목을 <남북 총격까지 부른 대북전단 살포 자제해야>로 달고 대북 단체들을 비판했다.
<한국일보> 사설은 “양측의 총격으로 민간인이나 군인 사상 등 구체적인 피해는 없었다고 한다. 그러나 대북 전단 살포가 빌미가 돼 남북간 심각한 교전상황으로 번질 수 있다는 게 단순한 기우가 아님이 드러났다. 북측의 고사총격은 대북전단 살포지역을 직접 겨냥한 게 아니고 상공에 떠오른 풍선을 격파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그로 인해 우리측 인명피해가 발생했다면 우리 군의 대응은 훨씬 강도가 높았을 것이고, 이에 상응한 북측의 강력한 반격이 가해졌다면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번졌을지도 모른다”라며 대북전단 살포의 위험성을 지적했다.
또 <한국일보> 사설은 “이런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대북전단을 계속 보내야 하는지 동의하기 어렵다. 속고 있는 북한주민들에게 외부소식과 진실을 알리겠다는 의도를 모르는 바가 아니다. 그러나 1970~80년대 북측이 남측에 보낸 붉은 삐라가 역효과만을 냈음을 기억할 때 지금 반북단체들의 전단 살포 효과가 얼마나 있는지 의심스럽다”라며 대북단체들의 전단 살포 자제를 거듭 촉구했다.
진보성향의 <한겨레>는 <‘전단 살포’ 문제로 총격까지 벌인 남북>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오히려 <한국일보> 보다 애매한 입장을 취했다. <한겨레>는 “대북 전단 살포 문제로 남북이 총격을 벌이는 이례적인 일이 벌어졌다. 단순한 신경전을 넘어선 상황이다. 남북 관계의 현주소를 잘 보여준다”라고 상황을 설명했다.
▲ 11일자 한겨레 6면 기사
<한겨레> 사설은 “북쪽이 10일 오후 우리 민간단체가 날린 대북 전단을 향해 여러 발의 고사총을 발사한 것은 과잉 대응이다. 공중을 향해 쐈다고는 하나 결국은 남쪽으로 사격을 한 것이어서 도발이라고 할 수 있다. 이에 맞서 우리 군은 수십 발의 기관총 사격을 했다. 목표를 어떻게 설정했는지는 분명하지 않지만 이 또한 과잉 대응일 수 있다. 다행히 인명 피해가 없는 등 국지전 상황까지 발전하지는 않았지만 남북 사이의 긴장은 높아질 수밖에 없다”라면서 북한의 도발과 우리 군의 대처 모두 ‘과잉 대응’이라고 비판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는 대북전단 살포가 현명한 처신이 아니라고 확실히 선을 그은 <한국일보>의 주장과 다르게 애매하지만, 오히려 국군의 대응사격을 일부 비판했다는 점에선 지나치게 양비론적 태도를 취한 것이 아니냐는 비판도 받을 수 있는 대목이다.
<한겨레> 사설은 “지금과 같은 대립 구도로 남북 관계를 끌고 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북쪽은 지속적으로 대화 공세를 펴고 있고, 우리 정부도 대화를 해야 한다는 입장은 변함이 없다. 그렇다면 적극적으로 긴장 요인을 줄이고 관계 개선의 계기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지금처럼 사안마다 서로 치고받는 식으로 대응해서는 상황에 휘둘리기가 쉽다. 상대를 배려하고 있다는 의도가 느껴져야 신뢰가 쌓일 수 있다”라며 원론적인 입장으로 마무리 되었다.
▲ 11일자 경향신문 3면 기사
이날 <한겨레>와 함께 진보언론으로 분류되는 <경향신문>은 이 사안에 대해 특별한 사설을 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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