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자 데일리서프에서, 한나라당 의원 김용태의 치졸함과 더불어 문화일보의 야비함에 대해서 조목조목 비판하는 기사가 눈에 띈다. ‘10·4 남북정상선언 1주년 기념위원회’가 기념행사 개최를 위해 당시 수행했던 재벌그룹 회장 등에게 특별회비로 100만원씩 기부해 달라고 한 일을 김용태가 폭로한 일이다.

▲ 한나라당 김용태의원ⓒ여의도통신

기사를 보면, 국회 정무위 소속인 김용태는 ‘10·4 남북정상선언 1주년 기념행사 준비위원회 결과 보고 및 지원 청원’이란 공문을 폭로하면서 1주년 기념위원회(공동위원장 이재정 전 통일부 장관, 백종천 전 청와대 통일외교안보정책실장)가 다음달 1~2일 서울 밀레니엄 힐튼호텔에서 열리는 1주년 기념행사 준비를 위해 지난해 남북 정상회담에 특별 수행원으로 참석한 기업에 찬조금 명목으로 '특별회비'를 요청했다고 밝혔다.

특별회비 100만원을 요청받을 사람은 지난해 남북 정상회담에 특별수행원 자격으로 참가한 구본무 LG 회장, 최태원 SK 회장, 윤종용 삼성전자 부회장,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등 4대 그룹 인사를 포함해 총 15명이다.

항상 그렇듯이, 조중동문과 한나라당의 팀워크가 돋보인다. 조중동문이 특정인사나 단체를 ‘조지면’ 한나라당이 국회에서 떠들고, 이를 받아 조중동문은 또 다시 한나라당 국회의원 누가 이런 발언을 했다며 확대보도해서 여론을 ‘창조’해 나가는 ‘뺑뺑이 저널리즘’. 바로 그것이 이번에는 문화일보를 통해서 다시 한 번 ‘과시’되었다.

문화일보는 29일자 보도에서 ‘기념위원회의 공문’과 관련해 ‘논란’이 되고 있다고 주장한 뒤, 한나라당 한 의원의 말이라며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문제가 많은 10·4 남북정상선언을 기념하기 위해 각종 반시장적 규제를 가했던 기업들에게 돈을 내라고 하는 것은 납득하기 어려운 일”이라고 설을 푼다.

아주 단순한 사건이지만, 김용태나 문화일보의 치졸하고 야비함에 대해서 개인적으로 민감하다. 지난주 수요일 ‘언론개혁시민연대’가 주최하는 후원의 밤에서 느낀 답답함과 막막함이 데일리서프 기사를 보면서 울컥 되살아났기 때문이다.

후원회비가 지난해와는 비교도 되지 않게 적었다. 참석인원도 마찬가지. 정권이 바뀌면 인심도 바뀐다는 최근 한나라당 원내대표 홍준표의 주장을 실감한다. 그래, 정권이 바뀌었다. 그래서 언론연대의 후원의 밤 행사를 사업자들에게는 거의 알리지 않았다. 조촐하게 진행했다. 그래서 후원금도 참석자도 적었다.

그런데, 사업자들에게 연락하지 않은 이유 때문에 스스로에게 은근히 분노가 인다. 사업자들이 참석하면 불이익을 당할 수 있기 때문에 연락하지 않았고, 혹시 모를 기관원이 참석자를 체크할까봐 두려워서 연락하지 않았던 것이다.

최근 미디어관련 사업자들로부터 하나같이 “청와대와 정보기관에서 언론연대를 ‘주목’하고 있다”는 첩보성 정보와 함께, “후원하기가 아주 곤란한 지경”이라는 푸념을 거의 매일 듣고 있다. 또한 “현 정권이 관련 기업에 직접 문의하지도 않고 바로 국세청을 통해서 확인할 수도 있을 것”이라는 ‘거절형 추측논리’까지 들어야 하는 지경이다.

▲ 문화일보 9월 29일자 2면
이런 푸념과 추측을 듣자면 더 이상 ‘연구용역’이니 ‘후원금’이니 하는 말이 입밖으로 나오지 않는다. 정권이 바뀌었으니까! 그런데 참 억울한 일이 있다. 노무현 정권에서도 끊임없이 탄압받고 저항하며 어떤 지원도 받지 못한 언론연대가 현 정권 들어와 더 심한 압박을 받고 있다는 점이다.

누가 말하기를, 현 정권이 시민단체 ‘빅5’는 반드시 잡는다고 했단다. 이미 참여연대는 촛불문화제를 통해서 인적 물적 압박이 인내의 임계점까지 다다랐고, 대운하로 각을 세우고 있는 환경운동연합이 검찰과 언론에 의해 치유하기 어려울 지경까지 상처를 입었다. 그 다음은 너무나 자명한 일이다.

한국방송광고공사(코바코) 해체 반대, 신문과 방송의 겸영 반대, KBS2와 MBC 사유화 반대 등 미디어관련 정책에서 사사건건 부딪치고 부딪혀야 할 언론연대는 아마도 그들에게 눈에 가시가 될 수밖에 없는 상황.

KBS 사장 해임사태, PD수첩 검찰수사, YTN 낙하산 사장 사태 등 이미 지난 여름 내내 치열한 싸움의 중심에 선 언론연대. 그 언론연대를 철저하게 진압하지 않으면 지금 논쟁 중인 미디어관련 정책 논쟁도 상당히 애로가 있을 수 있겠다. 그래서 그런지 아예 대놓고 언론연대와 관련한 그 어떤 지원이나 후원 자체를 가로막고 있는 것 아닌가.

시민운동이란 시민의 지원 속에서 자생할 수 있을 때 제대로 된 시민운동이 될 수 있다. 하지만 한국사회에서 시민단체가 일정한 역할을 하기 시작한 것은 불과 20년이 채 되지 않았다. 당연히 시민단체 후원 풍토가 거기까지 가기에는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또한 시민들의 후원금만으로 조직을 운영하기에는 시민단체 앞에 너무나 많은 일들이 펼쳐져 있다. 앞서 언급한 지난 봄부터 지금까지 그리고 앞으로 있을 각종 미디어관련 사건들에 대해서 최소한 성명서에서부터 항의 기자회견, 토론회, 집회, 그리고 이에 따른 대안정책과 논리개발을 위해 많은 인력과 돈이 필요할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론을 설명하면, 시민들의 자발적인 후원금만큼만 일하면 되지 않느냐의 반론도 있다. 하지만 시민운동, 시민단체가 왜 필요한가? 정치권력 자본권력의 일방적인 정책, 기득권세력, 특권세력만을 위한 법과 제도의 조작을 막기 위해서다. 당장 할 수 있는 일, 해야 할 일이 눈앞에 있는데, 이를 외면할 수는 없는 일.

비록 내일 ‘망’한다고 하더라도 오늘 싸워야 하는 것이 운동이다. 비록 내일 없어진다고 하더라도 오늘 정책을 생산해야 하는 것이 운동이다. 스피노자의 ‘사과심기’가 운동이며, 언론연대가 주저앉으면 또 다른 운동단체가 그 자리를 이을 것이라는 낙관주의가 오늘의 원동력이다.

이런 현실과 고민 속에서 허우적거리며 하루하루를 버텨가고 있는 이 때, 국회의원 그것도 여당 국회의원이라는 작자의 치졸한 폭로, 통일운동에 대한 몰상식과 몰이해, 오로지 정치적 반사이익에만 집착하는 되먹지 못한 국회의원과 부화뇌동하여 재미를 본 적이 많은 옐로페이퍼 문화일보의 작태를 보면서 울컥 솟아오르는 분노가 이 글을 길게 끌게 했다.

반대하면 밟는다, 그 어떤 저항세력도 반대논리도 인정할 수 없다, 우리만 따라라, 우리가 선이다…. 정권 잡으면 이렇게 되는 모양이다. 부럽다. 당신들이 정권을 잡고 그 권력으로 건강한 비판세력의 뿌리를 뽑으려고 갖은 수단을 다 사용할 수 있어서.

그러나 잡초는 짓밟아도 다시 창공을 향해 그 머리를 땅 위에 올리고 불을 질러 태워도 자신을 거름 삼아 또 다시 성장한다. 시민운동은 잡초의 생명력으로 5년을 견뎌 나갈 것이며 시민운동은 그 5년을 견디면서 다시 강해질 것이다. 제발 치졸함과 야비함을 더 강하게, 더 자주 보여주기를….

서럽다 뉘 말하는가 흐르는 강물을~
꿈이라 뉘 말하는가 되살아오는 세월을~
가슴에 맺힌 한들이 일어나 하늘을 보네~
빛나는 그 눈 속에 순결한 눈물 흐르네~

가네 가네 서러운 넋들이 가네
가네 가네 한많은 세월이 가네
마른 잎 다시 살아나 푸르른 하늘을 보네~
마른 잎 다시 살아나 이 강산은 푸르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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