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발 ‘멜라민 공포’로 나라안팎은 비상이 걸렸다. 미국발 광우병 쇠고기 파문에 버금갈 만큼. 멜라민이 안 들어간 가공식품을 찾기 힘들다. 광우병은 잠복기가 길고 치료법이 없어 더욱 무섭다는 차이점이 있긴 하지만, 피해 규모를 예상하기 어렵다는 공통점 탓에 이번에도 소비자들의 불안은 더욱 커져가고 있다.

이미 지난 봄 미국산 쇠고기 파문 당시, 국민들은 정부의 ‘먹어도 안 죽는다’는 소극적이고 무책임한 대처 방식을 충분히 경험했다. 국민 건강권도 못 지키는 정부의 검역 시스템에 대한 국민들의 답은 강한 불신과 분노의 촛불이었다.

이런 가운데 동아일보가 다시 ‘촛불 때리기’에 나섰다. 연일 나라가 들썩이고 있는 상황에서 동아일보는 ‘미국산에는 시위하더니 왜 중국산에는 시위도 안 하는가’라며 국민들에게 ‘촛불’을 권하고 있다.

▲ 동아일보 9월 26일치 사설 <진짜 '국민건강권' 위협하는 중국산 식품>
동아일보는 26일자 사설 ‘진짜 ‘국민건강권’ 위협하는 중국산 식품’에서 “차제에 중국산 식품에 대한 철저한 검역과 함께 소비자의 선택권 보장 차원에서 원산지 표시를 강화해야 한다”면서 “미국산 쇠고기에 대해 ‘광우병 괴담’을 유포하며 ‘국민건강권을 지켜내자’고 불법 폭력시위까지 일삼던 단체들과 이에 동조하며 국회 등원을 거부하던 야당이 중국산 식품에는 왜 이리 관대한지도 궁금하다”고 비아냥거렸다.

이어 동아일보는 30일자 A30면 ‘기자의 눈- 미국 쇠고기와 중국 ‘멜라민’의 차이는…’에서 “식품 유해성에 대한 실체가 없었던 미국산 쇠고기 시위 때와는 달리 이번에야 말로 유모차부대가 서울시청 앞에서든, 중국대사관 앞에서든 시위를 벌이겠거니 싶었는데 아직은 그런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쇠고기 파동 때와는 전혀 딴판이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 동아일보 9월 30일치 기사 <기자의 눈 - 미국 쇠고기와 중국 '멜라민'의 차이는…>
그러면서 이날 ‘기자의 눈’은 미국산 쇠고기와 중국산 멜라민 사태의 차이에 대해 “‘미국’과 ‘중국’의 차이라고밖에 볼 수 없다. 식품 안정성이 아니라 정치 문제인 셈”이라고 규정짓는다. 김광현 동아일보 기자는 인도 환경단체의 콜라 반대 시위의 예를 들어 “쇠고기 시위는 ‘인도 콜라 사건의 한국판’으로 볼 수 있다”면서 “둘 다 본질은 유해식품 사건이 아니라 반미 운동이었다”고 결론 내린다. 결국 광우병 소가 미국소라서 반대했다는 주장이다.

익숙하다. 지난 봄 동아일보의 “미국산 쇠고기 수입이 국민 건강권 포기라는 주장은 반미 선동에 불과하다”는 주장이 다시 등장했다.(4월24일자 사설 ‘누굴 위해 ‘광우병 소’라 선동하나’)

▲ 동아일보 4월 24일치 사설 <누굴 위해 미국 소를 '광우병 소'라 선동하나>
지난 봄부터 촛불시위 내내 국민들이 들어 보인 ‘이명박 OUT’이라는 손팻말이, 동아일보의 기억에는 없는 것일까. 국민들을 분노에 차게 만든 것은 바로 정부의 태도였다.

국민건강권을 가지고 굴욕 협상을 펼친 이명박 정부. 국민들의 분노에 찬 촛불을 끊임없이 ‘반미’로 덮어버리려는 동아일보. 결국 그러면 ‘광우병 소가 미국소’이기 때문에, 동아일보는 정부의 ‘괴담론’에 발맞추며 편들기를 했던 것일까.

“미국산 쇠고기의 안전성은 과학적 검증과 국제기준에 따라 판단할 일”이라고 차분하게 보도하던 동아일보가 “중국산 유해식품에 대해서는 이렇게 매번 뒷북 행정”이라며 매섭게 정부를 몰아세우고 있다.

미국 쇠고기와 중국 멜라민을 바라보는 이 신문의 태도 차이는 무엇일까. 이 역시 ‘기자의 눈’에 답이 있다. 결국 ‘식품 안전성이 아니라 미국과 중국의 차이, 즉 정치 문제’인 셈이다. 국민건강권이 아니라 정치문제로 보기 때문에, 동아일보는 미국산 쇠고기 반대 촛불을 다시 들먹이며 촛불 시민들을 우롱하는 것이다.

동아일보가 모르는, 미국 쇠고기와 중국 멜라민을 대하는 촛불 시민의 차이는? 바로 정부의 태도에 있다.

물론 여러 식품 파동에서 나타나듯이, 우리의 허술한 검역과 유통 체계 실태는 ‘멜라민’에서도 예외가 아니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정부가 늦게나마 중국산 식품 전면 검사와 유통금지를 시작으로 식품안전 대책을 분주하게 마련하고 있다.

하지만 미국산 쇠고기 수입에 돌연 서명을 하고 돌아온 이명박 대통령은 어떠했는가? ‘명박 산성’을 선보이며 일관성있게 ‘미국 소 예찬론’을 고집하고 있다. 이 때문에 결국 광우병에 대한 국민들의 공포가 분노로 바뀌게 된 것이다.

촛불 시민들이 동아일보에게 하고 싶은 말은 오늘 김광현 동아일보 기자의 ‘기자의 눈’ 마지막 단락에 잘 정리되어 있다.

“유해식품에 대해서는 엄하게 다스려야 한다. 특히 아이들이 먹는 것을 가지고 장난치는 사람이나 기업은 절대 용서해서는 안된다. 먹을 것을 가지고 정치적인 장난을 치는 사람들도 마찬가지다. 사실을 왜곡하면서까지 어린 학생을 포함한 국민들을 불안하게 하고 세상을 어지럽히면서 등 뒤에서 정치적 반사이익을 챙기려는 사람들 말이다.”

동아일보여, 더 이상 국민들에게 ‘촛불’ 권하지 말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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