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오르는 길은 대부분 계곡을 따라 나 있습니다. 모르는 산을 처음 오르려면 물 흐르는 계곡이 이정표가 되어 그런지 흐르는 물을 거슬러 구불구불 올라가는 길이 좀 쉬운 길이라서 그런지 알 수 없지만, 산 오르는 길은 대부분 계곡을 따라 나 있습니다.

우리 사는 곳도 올라오는 길이 물 흐르는 계곡을 따라 나 있습니다. 흐르는 물소리를 들으며 천천히 산 길에 들어섭니다. 좀 걸었다 싶으면 두 곳에서 흐르는 계곡물이 만납니다. 이곳에서 나무다리를 걸어 계곡을 건너야 합니다. 3년 전에 마을 남자들이 모여 나무다리를 놓았습니다.

나무다리가 있기 전에는 계곡을 돌 징검다리로 건넜습니다. 정교하게 놓은 돌다리가 아닌 대충 높은 돌을 골라 건너는 징검다리였습니다. 균형감이 떨어지는 사람은 건너다 물에 빠지기도 하고 비가 많이 오면 건널 수 없는 돌다리였습니다. 요즘 세상에 보기 드문 풍경이라 정감이 있었는데 이런 불편함 때문에 마침 마을에 이런저런 이유로 남정네들이 다섯일 때 나무다리를 만들었습니다. 긴 나무 다섯개 걸쳐놓은 흔들거리는 나무다리지만 비 많이 올 땐 나무다리를 잘 놓았다는 생각이 절로 듭니다.

나무다리가 놓인 곳은 올라가는 길에 항상 쉼터 노릇을 합니다. 대부분 나갈 때는 필요한 게 있어서 나가기 때문에 올라올 땐 짐이 있기 마련입니다. 짐을 지고 올라오는 길에 나무다리가 보이면 짐을 내려놓고 쉽니다. 물 흐르는 모습을 보면서 삶을 생각하고 더운 몸을 식히는 곳입니다. 뭇 생명을 품에 안고 생명을 나누는 물처럼 살자고 다짐하곤 합니다. 여름에 나무다리 아래는 물놀이 하는 곳입니다. 물 웅덩이가 물놀이 하기에 적당해 여름 낮만 되면 아이들하고 물놀이 하는 곳입니다.

눈보라와 비바람을 그대로 맞으며 다리 노릇을 하고 있어 언제까지 버틸지 알 수 없지만 지금껏 나무다리는 쉼터와 다리노릇을 잘하고 있습니다. 내 삶도 언제까지일지 알 수 없지만 험한 세상을 잘 건널 수 있는 다리와 쉼터 노릇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듭니다.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