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이 9월 19일부터 10월 4일까지 16일 동안 진행됐다. 그러나 ‘성공적인 개최’라고 말하기엔 너무나 쑥스러운 모습을 보여줬다. 인터넷 유저편집 백과사전 ‘엔하위키’에선 “2014 인천 아시안 게임/사건사고”라는 항목이 생겼을 정도이며 대회의 흥행 역시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 이에 <미디어스>는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을 둘러싼 여러 측면의 논란을 ‘적자대회 논란을 둘러싼 이모저모’, ‘한류 일색 개/폐막식 논란을 둘러싼 이모저모’, ‘야구 대표팀 병역문제 및 경기력 논란을 둘러싼 이모저모’를 훑어보는 세 편의 기사를 통해 정리해본다.

인천아시안게임이 결국 적자를 기록하면서 끝났다. 1일 인천시와 인천아시안게임조직위원회가 발간한 보고회 자료에 따르면 이번 대회에는 각종 경기장 건립·보수비 1조 7224억원과 운영비 4832억원 등 2조 2056억원이 소요됐다.
이중 운영비는 정부 지원금이 2007억원, 시지원금이 1282억원이 들어갔고 1543억원은 조직위가 각종 마케팅 비용으로 충당해야 할 부분이다. 그런데 입장료 수익이 300억원 정도일 것으로 예상되는 데다가, 중계료 역시 방송3사 합산 120억원에 불과해, 조직위가 운영비에서 흑자를 내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기업광고를 낙관적으로 예측해 최종 2000억원 이상의 수익을 낸다 하더라도 2000억 이상이 적자로 남을 판이다.
▲ 2일 인천 남동체육관에서 열린 2014 인천 아시안게임 리듬체조 개인종합 결승 경기에서 1위를 한 한국의 손연재가 경기 직후 열린 시상식에서 금메달을 목에 건 뒤 태극기를 들고 활짝 웃고 있다. (연합뉴스)
'적자 지자체'의 '적자 투성이' 아시안게임
1조 7224억원이 들어간 시설비의 영역은 더욱 심각하다. 시는 전체 경기장 49곳 가운데 17곳을 신축하고 12곳을 보수했다. 대회 운영에 활용한 인접 도시 경기장, 훈련시설 등에도 돈을 들였다. 이를 위해 발행한 지방체의 원금이 1조 2523억원, 이자까지 합한 부채는 1조 7502억원이다. 인천시는 이 금액을 2029년까지 갚는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 향후 15년간 매년 1000억원이 넘는 돈을 갚아야 하는 셈이다. 대회를 위해 신설한 17곳의 관리비용으로도 연간 수백 억원이 추가 지출된다.
스포츠제전이 흑자를 내기 힘든 것이야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조직위 관계자의 “국제대회는 수익사업이 아니라 각종 파급효과를 기대하고 개최하는 것이기 때문에 적자는 어쩔 수 없다”는 항변에도 일리는 있다.
그러나 인천아시안게임을 둘러싼 정황을 살펴보면 이상한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총 13조원에 달하는, 예산 대비 채무비율이 35.7%로 세종시를 제외한 16개 광역시·도 중에 제일 높은 부채를 가진 인천시는 시설비에만 돈을 아끼지 않았다. 정부는 문학경기장을 리모델링해 주경기장으로 사용하라 권고했지만 주경기장을 새로 지었다.
그러면서도 시설은 부실하고, 도시락 등 식료품도 부실하고, 자원봉사자에 대한 사전교육 및 관리감독도 부실했다. 국제적 스포츠 대전을 여러 번 치러본 나라의 대회진행이라 볼 수 없을 정도였다. 예산 배정의 우선순위가 ‘안정적인 대회진행’이 아니라 ‘건설사의 이윤추구’에 있는 것이 아닌가 묻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었다.
▲ 2일 인천 문학경기장에서 열린 2014 인천 아시안게임 남자 축구 결승전에서 북한을 상대로 연장 결승골을 넣은 임창우가 팀동료들과 환호하고 있다. (연합뉴스)
'북한 문제 우왕좌왕'으로 흥행 훼방놓은 정부
지출 뿐만 아니라 수익 추구를 위한 노력에서도 문제를 드러냈다. 그러나 티켓 판매의 부분에선 지방정부의 미숙 뿐만 아니라 정부의 문제도 보였다. 인천시와 아시안게임 조직위는 북한의 ‘미녀응원단’이 행사 분위기를 띄우고 흥행을 고조할 것이라 기대했는데, 정부는 몇 푼 안 되는 응원단 체류비 문제로 북한과 티격태격했고 결국 북한은 응원단을 파견하지 않았다. 정치권 관계자들은 “당시 새누리당 인천지역 의원들도 북한 응원단은 와야 한다며 아우성이었다”면서 “코미디도 이런 코미디가 없다”라고 고개를 가로저었다.
정부 부처 간 손발도 맞지 않았다. 국방부는 9월 1일 <국방일보>에 게재된 <한 응원단 파견 논란의 진실>란 제목의 글에서 북한 응원단이 “철저한 출신성분 심사와 사상검증을 통해 선발되는 소수정예의 혁명전사”라며, “남북화해협력의 사절이 아닌 미인계를 앞세운 대남선전의 선봉대에 불과하다”라고 주장했다. 국방부는 북한 응원단이 “우리의 대북 경계심과 안보의식을 저하시키고 국론분열을 획책하기 위한 화전양면전술이자 대남심리전의 일환”이라 단정했다.
이에 대해 9월 4일 류길재 통일부 장관이 직접 “정부는 북한 선수단과 응원단의 인천 아시아경기대회 참가를 환영한다는 입장이 분명하다”라고 발언하고, 통일부 관계자는 “국방부 입장은 이해하지만 일관된 대북메시지라는 차원에서 정무적 판단이 아쉽다”고 말하는 등 통일부가 아쉬움을 표하는 상황마저 있었다.
또 여당인 새누리당의 김무성 대표도 인천 아시안게임이 “북한의 많은 엘리트 체육인들과 응원단이 와서 교류하고 서로 이해하며 긴장을 완화할 몇 년 만에 오는 좋은 기회”라며 “이걸 제대로 살리지 못하는 정부 당국이 참 무능하다”고 지적했다.
응원단만 문제가 된 것도 아니었다. 인공기 소지와 관련해서 외국인은 허용하되 내국인은 금지시키고, 인공기를 만국기에 포함시키지 않기 위해 만국기 자체를 모두 철거해버리는 소동을 벌여 선수단은 물론 주위의 눈쌀을 찌푸리게 하는 등 대회 분위기를 띄우는 것보다 북한 문제를 민감하게 받아들이는 모습이 역력했다.
▲ 28일 오후 경기도 화성종합경기타운 주경기장에서 열린 2014 인천 아시안게임 남자 축구 8강전 북한과 아랍에미리트의 경기. 전반전 시작에 앞서 북한 선수들이 인공기에 대한 경례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응답하라 1986'? 대회를 통한 내수촉진은 더는 없다
인천시와 아시안게임 조직위는 “세월호 사고와 월드컵 축구 조별 예선 탈락 등으로 스포츠에 대한 관심이 떨어졌다”고 한탄한다. 물론 그런 면이 없지 않지만 그렇다고 인천시와 조직위가 잘 했다고 보는 사람도 없다. 가장 인기가 많은 프로스포츠로 볼 수 있는 4대구기종목(축구, 야구, 농구, 배구) 중 남자부문에서 무려 세 개의 금메달(축구, 야구, 농구)을 땄음에도 부족한 마케팅과 미숙한 진행이 더 큰 화제가 된 것이 현실이다. ‘한류’만을 강조한 개막식 공연으로 빈축을 샀지만 해외 입장권 판매 역시 저조했다고 한다.
결국 인천 아시안게임의 사건·사고는 이 대회가 ‘건설자본의, 건설자본에 의한, 건설자본을 위한’ 대회였음을 보여주는 정황증거일 수 있다. 선수도 관중도 그 진행에 만족하지 못한 대회에, 시가 계속 비용을 들여 책임져야 할 경기장만 덩그라니 남았다.
1986년 서울 아시안게임과 1988년 서울 올림픽은 ‘허리띠를 졸라맸던’ 한국 중간층이 본격적으로 소비사회를 열어젖히며 내수경제를 촉진시키는 계기가 되었다. 한국의 언론들 역시 그때를 기점으로 기업광고의 비중을 늘려나갔다고 한다. 당시엔 실제로 시설이 부족했기 때문에 이런 저런 시설들을 짓는 것이 수지타산을 맞추면서 경기부흥도 이끌어 내는 일일 수가 있었다.
또한 1988년 서울 올림픽은 전 세계 사람들에게 폐허가 된 한국의 발전된 모습을 보여주면서 '자본주의 체제의 승리'를 보여줬다고 해석되기도 한다. 2002년 월드컵만 하더라도 한국이란 나라를 세계인들에게 널리 알린 계기가 되었다. 2002년 월드컵 때 한국을 방문했다가 이 나라에 매료되어 <이코노미스트> 특파원으로 한국을 찾아온 다니엘 튜더 같은 이가 <기적을 이룬 나라 기쁨을 잃은 나라>와 같은 저술을 낸 상황은 그간의 국제적 스포츠제전이 세계인들로 하여금 한국에게 관심과 호감을 가지도록 하는 계기를 마련했음을 알려준다.
그러나 지금은 사정이 사뭇 다르다. 국제적으로 봐도 한국은 이미 아시안게임으로 인지도를 높일 필요는 없을 만큼 잘 알려진 국가다. 오히려 개막식에 관한 논란을 보면 아시안게임이 '한류'의 인기에 묻어가려고 하는 모습마저 보였다. 또한 국내적으로 볼 때에도 더 이상 스포츠제전은 경기부흥의 계기가 되지 못한다. 인천시 뿐만이 아니라 수많은 사람들이 이미 빚을 지고 있다. 시설을 짓는다고 인천시가 살아날 리 없으며, 단지 건설사들이 잠깐 모르핀 주사를 맞는 것일 따름이다.
▲ 3일 인천 삼산월드체육관에서 열린 2014 인천 아시안게임 남자농구 결승전에서 한국 선수들이 이란을 꺾고 환호하고 있다. (연합뉴스)
'초이노믹스', 또 어디서 '모르핀' 찾을까
기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초이노믹스’란 것도 부동산 시장에 놓는 모르핀 주사일 뿐이다. 하지만 이미 빚을 잔뜩 지고 집을 산 이들이 다음 ‘폭탄’을 받을 이를 찾아 두리번거리는 현재의 시장에서 규제를 완화해준다고 부동산 경기가 살아나기를 바란다는 것은 난망하며, 여기서 살아난다 한들 다음 세대에겐 재앙일 뿐이다.
이렇듯 인천 아시안게임의 적자구조가 ‘초이노믹스’의 이면 혹은 같은 원인에서 자라난 ‘삽질’일 따름이라면, 우리는 앞으로 한국 사회에서 열리는 모든 국제스포츠제전에 앞서 어떠한 기대도 가지지 않고 ‘엔하위키’ 항목 신설을 준비해야 하는 것일까?
이에 대해선 꼭 그렇지 않을 것이란 시선도 많다. 당장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의 경우 강원도가 그간 대단히 의욕적으로 대회 유치를 준비해왔기 때문에 인천의 상황과는 전혀 다를 것이라고 기대할 수 있다. 적자구조야 어쩔 수 없겠지만 ‘산을 깎아내는’ 식으로 준비를 하는 평창 동계올림픽의 대회진행이 허술할 거라는 공포심까지 가질 필요는 없을 것 같다. 2014년 소치 동계올림픽이 러시아 국가주의의 노골적인 전시장이었고 여기서 빅토르안이 성공하고 김연아는 금메달을 뺏겼다는 인식이 있는 만큼 국민들의 관심도 인천 때와는 다를 것으로 보인다.
건설업계에 대해서도 다른 방식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시선도 있다. 건설업계 사정을 아는 한 관계자는 “사실 지금 근근히 버티는 많은 건설사들은 대형건설의 노하우를 알고 있으면서도 말라 죽어 가고 있는 시점이다. 만일 그 건설사들이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줄줄이 도산하는 참극이 벌어진 후 북한지역 사회간접자본 투자의 길이 열린다면 오히려 한국도 애를 먹을 수 있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사정이 그렇다면 4대강이나 부실경기장 건축과 같은 파괴적인 방식으로는 아니더라도, 그 업계에 대한 모르핀이 필요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 모르핀이 필요하다는 논리 역시 남북교류 협력이 상당한 수준으로 진척될 때까지의 시간을 벌어야 한다는 전제에서 가능한 것인데, 교류협력 증진에 대한 노력 없이 ‘미녀응원단’이나 비난하며 허송세월하는 박근혜 정부 치하에서 우리는 또 어떤 ‘파괴적인 모르핀’을 보게 될지 모르는 일이다.
▲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일 오전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클럽토론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최 부총리는 경기 회복을 위해서는 단기대책과 함께 경제체질을 개선하기 위한 근본적 구조개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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