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대리기사와 행인 폭행 혐의에 연루된 세월호 유가족 3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한 것을 두고, 법 연구자들뿐 아니라 정치권에서도 ‘무리한 영장 신청’이라는 반발이 나오고 있다.

▲ 세월호 참사 가족대책위 김형기 전 수석부위원장(왼쪽)과 김병권 전 위원장(오른쪽)이 대질 심문을 받기 위해 지난 25일 오후 서울 영등포경찰서에 출석해 고개 숙여 인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서울 영등포경찰서는 29일 세월호 참사 가족대책위의 김병권 전 위원장, 김형기 전 수석부위원장, 한상철 전 대외협력분과 부위원장 3명에게 폭력행위 등 처벌법 위반(공동상해)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이용기 전 장례지원분과 간사는 폭행 가담 정도가 상대적으로 가벼워 불구속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됐고, 지용준 전 진상규명분과 간사는 폭행 상황 종료 후 현장에 나타난 것이 확인돼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경찰은 유가족 3명에게 구속영장을 신청한 것에 대해 쌍방이 아닌 일방폭행인 점, 피의자들이 혐의를 부인하며 진술을 짜 맞추려고 할 수 있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구속 기준으로 보기에는 경찰이 밝힌 사유에 미흡한 점이 많아 세월호 유가족들에게 지나치게 업격한 법을 적용했다는 비판이 줄을 잇고 있다.

당장 민주주의법학연구회(이하 민주법연)는 30일 성명을 내어 경찰의 구속영장 신청 결정을 강력 비판했다.

민주법연은 “헌법 제27조 제4항이 무죄추정원칙을 규정한 이상 불구속수사․불구속재판이 원칙”이라며 “세월호 가족대책위원회 김 전 위원장과 김 전 수석부위원장은 싸움의 원인이 누구에 있는지와 쌍방 폭행임을 주장할 뿐 폭행 사실을 인정했다. 구속 수사를 할 까닭이 없다”고 말했다.

민주법연은 “경찰은 대책위 전 위원장이 대부분 혐의를 인정하면서도 CCTV 녹화 증거 영상 증거 가운데 일부를 인정하지 않았다는 군색한 이유를 대고 있다”며 “법정에서 다툴 문제를 수사 단계에서 경찰의 뜻대로 자백하라고 강요하는 꼴”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관련 유가족은 모두 경찰조사에 응했기 때문에 도주 우려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구속영장을 신청한) 경찰의 속셈이 궁금해지는 대목”이라고 말했다.

민주법연은 “경찰의 무리한 영장신청은 세월호 책임의 화살을 피하고 보자는 꼼수가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든다. 세월호 유가족에 대한 2차 폭력”이라며 “정부는 대형 참사에 대한 스스로의 책임은 회피하면서 개인 간의 폭력사건에 대해서는 침소봉대해가며 헌법 원칙을 거스르면서까지 엄격한 책임을 지우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검찰에는 경찰의 영장 신청 기각을, 국회에는 진상규명 및 책임자 처벌이 객관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는 세월호 특별법 제정에 합의할 것을 요청했다.

정의당 역시 29일 낸 논평에서 “경찰 스스로 밝혔듯 사건 현장 CCTV 등 물증을 확인했다고 한다면 더 이상 무슨 인멸할 증거가 있다는 것인지 이해할 수 없다”며 “경찰의 이번 조치는 유가족을 국민으로부터 고립시키려는 의도에서 비롯된 것이 아닌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정의당은 “현재 세월호 특별법을 둘러싸고 새누리당-새정치민주연합-유가족 3자 협의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수사결과를 발표한 경찰의 저의가 무엇인지 의심스럽다”며 “경찰은 즉각 구속영장 방침을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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