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07-10-17 08:06’ 제목은 <김태호PD, “박수칠 때 떠나고 싶다”>.

인터넷매체 마이데일리가 17일 네이버에 송고한 기사의 입력시간과 제목이다. 요즘 한창 주가를 올리고 있는 MBC <무한도전>의 김태호 PD를 인터뷰한 것인데, ‘문제’가 있다. ‘문제’가 있는 정도가 아니라 아주 심각하다. 이 인터뷰는 마이데일리 배국남 대중문화전문기자가 쓴 걸로 돼 있다. 하지만 엄밀히 말하면 아니다. 이 기사는 <PD저널> 김고은 기자가 10월17일자로 발행된 <PD저널>에서 김태호 PD를 인터뷰한 것을 인용해서 쓴 기사다.

▲ 마이데일리가 지난 17일 네이버에 송고한 MBC <무한도전> 김태호PD 인터뷰 기사.
인터뷰 기사를 3꼭지 나눠서 포털에 전송하는 ‘마이데일리식 저널리즘’

<PD저널>은 이 기사를 10월17일 새벽 ‘03:27:06’에 입력한 걸로 돼 있다. 그러니까 17일 새벽에 뜬 기사를 보고 마이데일리가 인용해서 포털에 보낸 셈이다. <PD저널>의 인터뷰 기사 제목은 <“박수칠 때 떠나고 싶지만 지금 아니다”>다. 마이데일리가 포털에 송고한 기사는 “박수칠 때 떠나고 싶다”다. 의미가 정반대로 바뀌었다.

네티즌 입장에서 “박수칠 때 떠나고 싶다”는 <무한도전> PD의 인터뷰 기사 제목을 봤을 때 어떤 생각이 들었을까. 당연히(!) 해당 PD가 프로그램을 그만두는 걸로 생각할 것이다. 이른바 ‘낚시’의 전형이다. ‘남의 기사’를 인용하면서 제목에서 ‘낚시질’까지 하는 마이데일리식 저널리즘의 수준을 보여주고 있다. (마이데일리의 이 기사는 17일 오후에 <PD저널>의 ‘원제목’으로 다시 바뀌었다.)

▲ 한국PD연합회(회장 양승동)가 발행하는 <PD저널> 사이트에 게재된 김태호PD 인터뷰 기사.
마이데일리는 <PD저널> 기사를 인용하면서 기사를 3꼭지로 나눴다. 인터뷰 기사와 ‘스타섭외 비결’ 그리고 최근 논란을 빚은 정준하에 대한 생각. 물론 마이데일리는 기사 본문에서 “김태호PD는 PD저널 최신호와 가진 인터뷰에서”라는 부분을 통해 출처를 밝혔다. 3꼭지 모두 출처를 밝혔으니 문제될 게 없지 않냐는 반론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인용 기사에도 정도가 있는 법이다.

‘손도 안대고 코 푸는’ 마이데일리…이게 마이데일리식 저널리즘인가

마이데일리는 <PD저널> 사이트에 뜬 기사를 보고 ‘주르륵’ 긁어서 ‘간단히’ 정리한 뒤 3개로 ‘잘게 쪼개서’ 포털에 송고, ‘베스트 클릭’에 오르는 등 장사를 짭짤하게 했겠지만 <PD저널> 김고은 기자는 김태호 PD를 인터뷰하기 위해 “MBC 예능국 회의실에서 이틀의 기다림과 이틀의 인내”를 필요로 했다. 심하게 말하면 마이데일리는 김고은 기자의 이 같은 ‘노력’을 ‘훔친’ 것과 다를 바 없다.

▲ 지난 17일 오후 네이버 '방송/TV 섹션' 화면. 제목이 <"박수칠 때 떠나고 싶지만 지금 아니다">로 바뀌었다.
이런 식의 기사생산이 가능한 이유는 바로 포털 때문이다. 마이데일리는 네이버와 계약을 통해 기사를 송고할 수 있다. 하지만 포털과 계약을 맺지 ‘않고’ 있는 <PD저널>은 이 기사를 네이버에 보낼 수 없다. 마이데일리가 <PD저널>에 뜬 기사를 ‘주르륵’ 긁어서 3개로 나눠 포털에 보낼 수 있는 것도 바로 여기에 있다.

네이버에서 이 기사를 접한 많은 네티즌은 <PD저널>의 기사가 아니라 마이데일리의 기사로 인식할 것이다. 그게 뭐가 그리 중요하냐고? ‘저작권’의 개념을 그리 쉽게 생각하면 안된다.

포털 겨냥한 ‘마구잡이’ 기사 생산은 이제 그만

게다가 이 기사는 대중문화전문기자라는 타이틀을 달고 있는 배국남 기자가 쓴 것이다. 다른 언론사 사이트에 뜬 글을 ‘주르륵’ 긁어서 그걸 3개로 나눈 다음 포털에 보내는 일이 언제부터 대중문화전문기자의 역할로 자리매김했는지 모르겠지만 아무리 ‘포털식 기사’가 대세라 해도 이건 정도가 너무 심하다.

같은 날 조선닷컴도 <PD저널> 기사를 인용, 김태호 PD 인터뷰 기사를 네이버에 송고했다. 제목이 <무한도전 김태호PD “‘김태희처럼 해달라’ 제안 수차례 거절”>이다. 한 꼭지이고 바이라인은 조선닷컴이었다. 인용보도를 하려면 이처럼 ‘최소한’으로 하는 게 ‘상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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