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일미화·역사왜곡’ 논란을 빚고 있는 KBS 이인호 이사장이 취임 이후에도 편향된 발언을 거듭하고 있다. 이 이사장의 의도가 결국, 편향된 역사관을 한국사회에 뿌리 내리도록 하기 위함이 아니냐는 우려까지 제기되고 있다. 이에 역사·언론단체들은 30일 KBS본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친일·독재를 비호하고 헌법정신을 유린하는 이인호 KBS이사장은 즉각 사퇴하라”고 촉구했다.

“이인호 씨 망언 계속하는 이유 있는 것 같다”

▲ 역사·언론단체들은 30일 KBS본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친일·독재를 비호하고 헌법정신을 유린하는 이인호 KBS이사장은 즉각 사퇴하라"고 촉구했다ⓒ미디어스
기자회견에서 민족문제연구소 이준식 연구위원은 “이인호 씨의 망언이 임계점을 넘어섰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이인호 KBS이사장은 문창극 전 국무총리의 교회강연에 대해 “감동받았다”면서 KBS보도를 정면으로 비판한 바 있다. 또한 5·18광주민주화운동을 “광주유혈사태”로 규정하고 사망자 수가 부풀려졌다는 군사정권과 유사한 인식을 보여줬다. 제주4·3항쟁 등에 대해서도 “공산당의 체제전복 시도에서 비롯됐으며, 진압과정에서 억울하게 희생된 양민들은 대한민국을 지키는데 필요했다”고 옹호했다. 또, 과거 참여정부의 과거사진상규명 활동에 대해 ”해서는 안 될 짓“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공개적으로 친일파 숙청을 비판하기도 했다.

KBS이사장에 취임한 이후에도 역사편향, 왜곡 발언은 거듭되고 있다. 지난 23일 전국경제인연합회(이하 전경련)가 주최 강연회에서도 “친일파 청산은 소련의 지령이었다”고 폄훼하는 등 논란이 자처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이준식 연구위원은 “이인호 KBS이사장이 망언을 계속하는 이유가 있는 것 같다”며 “망언이 계속되면 일베 같은 곳에서 이 이야기를 퍼 나른다. 그러면 이 망언이 사실처럼 되길 기대하는 욕구가 있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며 “이는 작년 교학사 교과서 논란과 올해로 이어진 국정교과서 채택 문제, 이인호 이사장을 공영방송 KBS이사장에 앉힌 것과 무관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이준식 연구위원은 “학생들에게 친일을 옹호하고 독재를 미화하는 잘못된 역사관을 심어주려는 것”이라면서 “대한민국 사회가 다시 친일로 돌아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인호 KBS이사장의 조부는 친일파의 거물이었다. 이 이사장은 그런 조부를 옹호하다 친일파가 부역한 이승만 정권까지 옹호하게 된 것”이라면서 “그 옹호는 이제 조만간 박정희 정권에 이르게 될 것이다. 그 전에 이 이사장의 망언에 종지부를 찍게 해야 한다. 반드시 공직에서 몰아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준식 연구위원은 “국민의 혈세로 운영되는 KBS이사장 자리에 친일파를 옹호하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헌법정신을 가르쳐야할 KBS이사장이 반민주…물러나야”

역사정의실천연대 한상권 상임대표 역시 “헌법정신과 민주주의를 교육시켜야할 KBS이사장 자리에 이인호 씨 같은 분들이 있는 것은 절대 안 된다. 그가 퇴진하는 것은 국민들의 당연한 권리”라고 강조했다. 민주언론시민연대 박석운 공동대표는 “이이호 이사장의 조부가 친일이기 때문에 안 된다는 게 아니다”라면서 “문제는 자신의 가족, 조상이라고 해서 감싸는 것에 기본적 하자가 있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방송독립포럼 최성민 공동대표는 ‘이인호 이사장 퇴진’ 촉구에 대해 “외부의 투쟁도 중요하지만 KBS 내부 구성원들이 충분한 자기 역량을 발휘해 대응해줄 것을 요청한다”고 밝혔다.

한편, 이날 기자회견에는 역사정의실천연대, 동아자유언론수호투쟁위원회, 민주언론시민연합 방송독립포럼, 새언론포럼, 언론개혁시민연대, 언론소비자주권국민캠페인, 전국언론노동조합, 80년해직언론인협의회, 표현의자유와언론탄압공동대책위원회 등이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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