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본회의가 정의화 국회의장의 결단으로 30일로 미뤄진 시점에서 새정치민주연합의 문희상 비대위원장이 회동을 제의했으나 새누리당이 이를 등원 거부 ‘꼼수’라고 규정하고 거부하는 등 30일에 여야 간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 예측하기 힘든 상황이다. 29일 아침 신문들은 정파적으로 분열된 한국 사회의 언론지형을 정확하게 드러내는 보도를 했다.

<조선일보>는 4면 기사에 <與 “先등원” 野 “先협상”…한발도 못 나간 與野>란 제목을 달고, <중앙일보>는 10면 기사에 <문희상 “대표회담 하자”…김무성, 10분만에 딱 잘라 “NO”>란 제목을 달았으며 <동아일보>는 4면 기사에 <野 “대표 만나 세월호법 협상을”…與 “30일 본회의가 우선”>이란 제목을 다는 등 보수언론은 기사 제목 선정에선 다소 중립적인 태도를 취했다. 중립언론으로 분류할 수 있는 <한국일보>의 6면 기사의 <꽉 막힌 여야 채널…내일도 ‘반쪽 국회’ 되나>이란 제목 선정에 비교해도 큰 차이가 없었다.
그러나 <조선일보>는 1면 기사 하단의 제목을 <야, 또 강경론...내일 국회 복귀 불투명>으로 가져가 국회 파행의 책임을 야당으로 몰려는 의지를 보였다.
반면 진보언론들은 <한겨레>가 1면과 3면 기사 제목을 <협상 내치고 야당 굴복 강요하는 여당>과 <‘본회의 연기’ 빌미로 대화 거부…국회 정상화 다시 길 잃어>로 달고 <경향신문>은 4면 기사 제목을 <야 “만나자”…여 “본회의 먼저”>와 <‘세 바퀴’로 가는 새누리 강경 노선>으로 다는 등 여당의 책임을 적극적으로 지적했다. 물론 보수언론의 기사 역시 제목 선정 뿐 아니라 기사 내용을 살피면 야당 강경파를 원흉으로 지목하는 보도를 하긴 했다.
▲ 29일자 조선일보 4면 기사
사설을 쓴 언론은 <동아일보>, <한국일보>, <한겨레>, <경향신문>이었다. 먼저 중립을 취한 <한국일보> 사설을 보면 “야당 내 강경파의 기세가 꺾이지 않은 상황까지 감안하면 선뜻 문 위원장의 제의에 응했다가는 또 다시 시간만 허비하게 될 것이라는 우려가 무성하다. 이해 못할 바 아니다”라고 말하면서도 “그러나 정치가 실낱 같은 희망이라도 살려나가려는 ‘가능성의 미학’에 기대야 하고, 여당이 야당보다는 대화와 협상에 적극성을 띠어야 한다는 원칙론을 되새기면, 새누리당이 현재의 태도를 고집할 일은 아니다”라고 제언했다.
29일자 <한국일보> 사설은 “다행히 오늘 하루가 남아 있다. 그 동안 서로 할말은 다한 만큼, 여야 대표가 만나서 국회정상화 합의에 이르기에 충분한 시간이다”로 마무리 되는데, 이로 미루어 짐작해 보면 중도적 관점에서 봐도 대화 자체를 거부하는 새누리당의 태도가 더 문제란 사실을 알 수 있다.
그러나 같은 날 <동아일보>는 <문희상, 세월호법 당론도 없이 ‘회담 쇼’ 하자는 건가>란 제목의 사설에서 “세월호 특별법을 이유로 모든 법안 처리를 막아놓고 국회의장이 소집한 본회의까지 출석을 거부한 새정치연합이 ‘통 큰 정치’를 운운할 자격이 있는지 의문”이라며 야당을 일방적으로 비판했다. <동아일보> 사설은 “새정치연합이 세월호법 당론을 정리할 의사도, 능력도 없다면 정의화 국회의장은 30일 국회 본회의에서 91개 법안부터 처리해야 한다”라고 주문했다.
▲ 29일자 한국일보 6면 기사
특히 <동아일보> 사설은 “세월호 가족대책위는 ‘수사권 기소권의 사실상 포기’ 보도에 대해 ‘입장이 변한 게 없다’고 못박고 나섰다. 새정치연합은 더이상 유족들에게 얽매이지 말고 오늘 의총을 열어 언제까지 국정의 발목을 잡을 건지 밝혀야 한다“라고 말하면서 사실상 세정치민주연합에게 유족과 결별하고 백기투항하라는 주문을 했다. 이와 같은 태도는 새누리당을 넘어 청와대의 의중을 대변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되는 부분이다.
반면 <한겨레>와 <경향신문>은 이날 각각 <대화 거부하는 ‘폭주 여당’, 의회 파괴하려는가>와 <새누리당은 일말의 책임도 못 느끼나>란 제목의 사설에서 새누리당을 집중 비판했다. <한겨레> 사설은 “ 야당이 세월호 유족들의 양해를 얻은 중재안을 마련해 26일 여당 쪽을 만나려 했을 때도 여당은 접촉조차 한사코 피했다. 대체 왜 이러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라고 하면서, “무릎 꿇고 완전히 굴복하라는, 강자의 논리다”라고 규정했다.
<경향신문> 역시 사설에서 “세월호 참사 5개월이 넘도록 세월호특별법 합의를 못하고 국회 정상화를 지체시킨 데는 누구보다 집권당의 책임이 크다”라고 주장하면서, “집권당으로서 이런 현실을 부끄러워할 줄 알아야 한다. 그러나 새누리당은 전혀 자기 책임을 느끼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라고 지적했다.
▲ 29일자 한겨레 3면 기사
<동아일보>가 국회가 ‘기능’을 다하지 못하고 있다고 공격했다면 <한겨레>와 <경향신문>은 절차와 가치를 중시했다. <한겨레> 사설은 “새누리당이 의회민주주의를 말하고 있지만, 의회민주주의는 대화와 타협을 근본 작동원리로 삼는다. 대화와 협상을 거부하는 것 자체가 의회민주주의 파괴다. 그때부터 이미 ‘정치’가 아니라 군주제나 독재시대의 ‘통치’에 다름없게 된다”라고 주장했다.
<경향신문> 사설 역시 “새누리당은 지난 26일 단독으로 국회 본회의를 강행하려다 30일로 미루어지자 정의화 국회의장 사퇴 촉구 결의안을 제출하겠다면서 화풀이를 하고 있다. 가능한 한 여야가 함께 등원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드는 것은 국회의장으로서 당연한 책무이다. 의장은 집권당의 대리인도 아니고 꼭두각시도 아니다. 의장이 집권당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았다고 집중 공격하는 것은 공당의 행태라고 보기 어렵다”라고 새누리당을 비판하면서, “집권당으로서 책임 의식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그런 일에 집중하기보다 30일 본회의가 정상적으로 개최될 수 있도록 여야 간 대화에 적극 나서야 한다”라고 주문했다.
중도언론인 <한국일보>의 점잖은 비판에서도 드러났듯 창구를 열지 않고 협상 자체를 거부하는 것은 상대방을 백기투항 아니면 파행도 좋다는 태도라고 밖에 볼 수 없다. 이런 상황에서 나빠진 국민정서를 바탕으로 국회가 기능을 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하는 것은 삼권분립의 의미와 입법부의 존립의의를 묵살하고 무시하는 ‘반여의도 포퓰리즘’의 극치다. <동아일보>의 태도야말로 박근혜 정부와 새누리당의 ‘뻗대기’가 어떤 정신세계에서 가능한지를 여실하게 보여주고 있다. 또한 지면 편집으로 추측해 보건데 다른 보수언론의 내심도 <동아일보>와 별반 다르지 않을 것이라는 점은 한국 사회의 비극을 강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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