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5일 제작진에 대한 경찰 조사로 불방됐던 YTN 간판 프로 <돌발영상>이 26일엔 정상적으로 방송됐다. 그러나 이날 방송도 제작진의 인사위원회 출석 일정 문제 등으로 우여곡절을 겪어야 했다.

YTN 인사위원회는 25일 밤늦게 돌발영상팀 임장혁 팀장과 정유신 기자를 포함한 일부 인사위 출석 대상자들에게 이메일을 보내, 26일 오전 10시에 인사위에 출석해 진술하라고 통보했다.

▲ 9월 26일 방송된 YTN '돌발영상'. ⓒ방송 캡처
그러나 오전 10시는 돌발영상팀 제작진 3명이 오후 2시41분 방송분을 제작해야 하는 시간이어서, 2명이 제작에서 빠지면 돌발영상이 이틀 연속 불방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었다.

임 팀장과 정 기자는 오전 10시 인사위에 나가 30분 동안 대기를 하다 "우리를 계속 기다리게 하는 것은 돌발영상을 펑크내겠다는 것으로, 방송을 하게 할 거면 빨리 연기 결정을 내려달라"고 강하게 요청했다.

이에 인사위는 오후 3시로 출석시간을 연기하기로 했으나, 이 시간은 제작진이 주말에 방송할 '주간 돌발영상'을 제작해야 할 시간이었다.

다시 임 팀장과 정 기자는 "이젠 주간 돌발영상을 펑크나게 하려는 것이냐"고 항의했고, 인사위가 출석시간을 밤 8시30분으로 재차 연기한 뒤에야 이날치 돌발영상 방송분 제작에 들어갈 수 있었다.

임장혁 팀장은 <미디어스>와의 통화에서 "제작진이 인사위의 원래 방침대로 오전 10시 인사위에 출석해 진술을 했다면 방송 펑크는 불 보듯 뻔 한 상황이었다"며 "정유신 기자와 함께 일부 간부들을 향해 '해도 너무한 것이 아니냐'고 따졌다"고 말했다.

또 "이는 결과적으로 인사 대상자들에 대한 회사 쪽의 업무방해"라며 "돌발영상 제작 시간을 모른 채 인사위 시간을 통보했다면 YTN보도를 책임지는 간부들로서 무능하고 무책임한 것이고, 알고도 그랬다면 인사위가 스스로 징계 수준을 정해놓고 정해진 시간 안에 모든 것을 끝마치려는 의도"라고 강하게 비난했다.

이어 "오늘 방송이 나가기까지 과정이 무척이나 힘들었다"며 "어떻게든 방송을 해보자는 심정으로 프로그램을 만들었다"고 덧붙였다.

▲ 9월 26일 방송된 YTN '돌발영상'. ⓒ방송 캡쳐
정유신 기자는 "어제 '돌발영상' 불방으로 회사 쪽에 항의전화가 많이 왔다"며 "회사 쪽이 이런 점 때문에 부담을 느껴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들은 인사위가 보낸 이메일의 일부 표현에 대해서도 어이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당초 인사위는 이들의 출석 시간을 25일 낮시간으로 통보했다가, 노조가 경찰 조사로 불가능하다고 하자, 같은 날 밤시간으로 연기했다. 그러나 임장혁 팀장과 정유신 기자는 그 시각까지도 경찰 조사가 끝나지 않아 인사위 쪽에 출석 일정을 다시 연기해주도록 요청했다.

이와 관련해 인사위는 이메일에서 "경찰 조사를 이유로 연기를 요청해 귀하들이 자유로운 시간(밤시간)에 진술할 수 있도록 통보한 적이 있으나, 인사위의 이러한 배려에도 불구하고 귀하들은 또다시 개인적인 이유를 들어 출석 시간 연기를 요청했다"며 "26일 오전 10시까지 인사위에 출석하라"고 통보했다.

임 팀장은 "회사가 업무방해 등으로 우리를 고소해서 경찰 조사를 받은 것인데 그것이 어떻게 '개인적인 이유'가 될 수 있고, 그 조사를 받게 하려고 인사위 시간을 늦춘 게 어떻게 '배려'가 될 수 있느냐"고 말했다.

한편, 오늘 인사위원회는 오후 5시 30분 노종면 지부장의 소명을 끝으로 마무리 됐으며, 이날 노 지부장은 징계의 부당성에 대해 7시간 넘게 소명을 했다. 인사위는 오는 29일 다시 열릴 예정이다.

다음은 YTN 인사위원회와 관련한 시간대별 정리다.

△9월 18일: YTN, 노조원 33명에게 인사위원회 출석통지서 보내 서면진술만을 실시한다고 명시.
△9월 24일: YTN, 오후 17층 대회의실에서 인사위원회 개최. 노조원들의 소명이 길어지자 노조원들에게 25일 오후 인사위에 출석하라고 통보.
△9월 25일: YTN노조원, 오후 1시 경찰 조사에 앞서 서울 남대문경찰서 앞에서 기자회견.
YTN노조원 11명, 오후 2시와 5시로 나눠 남대문경찰서에서 조사 받음.
YTN, 노조원들에게 경찰 조사 끝나는 밤 9시, 10시, 11시에 인사위에 출석하라고 통보.
YTN노조, 경찰 조사 관계로 인사위 연기해줄 것을 요청.
YTN, 오후 8시 32분에 노조원들에게 이메일 보내 26일 오전 10시에 인사위에 출석하라고 통보.
△9월 26일: '돌발영상' 임장혁 팀장과 정유신 기자, 오전 10시 인사위에 출석해 '돌발영상' 불방 우려 표하며 항의.
YTN, '돌발영상' 제작진 항의에 대해 오후 3시로 인사위 출석 시간 연기.
'돌발영상' 임장혁 팀장과 정유신 기자, 주간 '돌발영상' 제작 여건상 오후 3시 인사위 출석 불가능하다고 판단, 항의
YTN, '돌발영상' 제작진에게 26일 오후 8시 30분에 인사위 출석하라고 재차 통보.

다음은 한국기자협회 YTN지회가 발표한 성명 전문이다.

<무엇을 위한 인사위 강행인가?>

사측은 노조가 대화로 사태를 해결할 뜻이 있음을 밝혔음에도 불구하고 인사위 개최를 강행했다.

무리하게 인사위를 강행하다보니 악수(惡手)가 거듭되고 있다.

보도 현업에 종사하고 있는 사원 수십명을 같은 시각에 불러 장시간 대기하게 함으로써 어떤 상황에서도 침해돼서는 안될 방송과 저널리즘의 질 저하를 초래하고 있다.

YTN의 간판 프로그램인 돌발영상은 이미 하루 방송되지 못했고 오늘(9.26)도 현업에 대한 고려 없이 담당PD들을 소환해 '방송이야 어찌 됐든 법대로 한다'는 태도로 일관했다.

심지어는 밤에 출석해 소명하라며 법과 상식을 뛰어넘는 요구까지 하고 있다.

YTN이 쌓아온 보도의 공정성과 중립성은 구성원들의 건강한 이성에 기초한 비판의식과 균형감각의 결과다. 돌발영상은 그 상징 가운데 하나다. 인사위를 구성하고 있는 인사들이 YTN의 이런 덕목을 지킬 의지가 과연 있는지 의심스럽다.

최근의 정황을 살펴볼 때 대화를 통한 사태 해결을 막고 파국을 불러옴으로써 노조를 궤멸시키고 자신의 입지를 도모하려는 세력이 있다는 의심을 거두기 어렵다. 오판하지 말고 자성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

2008년 9월 26일
한국기자협회 YTN 지회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