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동순 녹취록' 파문으로 자질 논란에 휩싸이며 사퇴 압력을 받았던 강동순 방송위원회 상임위원이 18일 방송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곤욕 아닌 곤욕을 치렀다.

▲ 18일 오전 방송위 국감에서 대립각을 세운 윤원호 의원과 강동순 방송위원.
이날 오전 열린 국회 문화관광위원회(위원장 조배숙)의 방송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조창현 방송위원장과 EBS 구관서 사장을 상대로 질의를 마친 윤원호 대통합민주신당 의원은 증인석에 앉아있는 강동순 위원을 향해 날선 질문 공세를 벌였다.

윤 의원은 "왜 여기 나와 눈을 감고 있느냐" "대권 후보가 바뀌어서 박정희 프로그램 못 만들게 돼 심정이 어떤가" "방송위원 역할이 무엇인가, 방송법을 알고는 있는가" 등 강동순 위원의 '녹취록 파문'을 상기시키는 질문을 이어갔다.

강 위원은 윤 의원의 갑작스런 질문에 난감한 표정을 지으며 답변을 시작했으나 불편한 질문이 계속 이어지자 불쾌한 심기를 감추지 못하고 감정적인 발언을 쏟아냈다.

강 위원은 "방송위원의 역할이 무엇이냐"는 윤 의원의 질문에 "방송법에 다 나와 있다. 머리가 나빠 다 외우지 못한다"며 감정적으로 대응해 다른 의원들에게도 "태도가 불순하다"는 빈축을 샀다.

강 위원은 "(녹취록 내용이) 법적으로 문제가 있었다면 검찰이 가만히 있었겠느냐"며 그날의 술자리가 사적 모임이었고 '사적인 생각과 공적인 업무는 별개'라고 주장하던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강동순 위원은 지난해 11월 9일 한 술자리에서 "정권을 찾아오면 방송계는 하얀 백지에 새로 그려야 된다"는 등 방송의 정치적 독립과 중립성을 심각하게 훼손하는 발언을 한 사실이 녹취록을 통해 드러나 물의를 빚었다. 녹취록에는 대선에 맞춰 박정희 전 대통령을 다룬 다큐 드라마의 제작 계획을 논의하는 내용이 담겨 있어 논란이 되기도 했다.

아래는 윤 의원과 강 위원이 대립각을 세웠던 일문 일답.

윤원호 의원 - (증인석에 앉아있는 강동순 상임위원을 향해) 왜 계속 눈을 감고 있습니까.
강동순 위원 - 전 눈 감은 일이 없습니다.

윤원호 - 박정희 프로그램 하신다고 했는데, 이거 형편이 여의치 못해 심정이 어떻습니까?
강동순 - 그렇게 질문하면 답변하기가 참.

윤원호 - 대권 후보가 바뀌어서…박 대통령을 찬양해야 한다며 새마을 프로그램 모의를 하셨는데.
강동순 - 모의가 아닙니다. 사석에서 이런저런 방송 관련 이야기를 한 것입니다.

윤원호 - 그런데 상임위 때 뜨겁게 논의됐던 게 바로 강 위원 사건이예요. 지금 여기 와 계신 게 어떻습니까?
강동순 - 법적으로 문제가 있었다면 우리나라 검찰이 가만 있었겠습니까? 법적으로 문제가 있다면 제가 책임을 지겠습니다.

윤원호 - 방송위원의 역할이 뭡니까?
강동순 - 방송법에 다 나와 있습니다. 전 머리가 나빠서 다 외우지 못합니다.

윤원호 - 방송법을 다 읽어는 보셨습니까? 방송법 모르는 분이 방송위원을 하고 있습니까?
강동순 - 압니다. 그리고 안다고 해도 다 외울 수 없습니다.

윤원호 - 강동순 위원을 추천한 한나라당 의원들도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해봐야 합니다. (장내 웅성웅성해지자) 강 위원에 대해 한나라당 의원들도 하실 말씀 없을 것 같은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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