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새정치민주연합 박영선 비상대책위원장이 탈당 의사를 복귀하고 당무에 복귀한 가운데 대부분의 신문은 박 위원장에게 국회 정상화를 부탁했다. 18일 <중앙일보>의 사설 제목은 <박영선의 마지막 임무는 국회 정상화다>이었고, 같은 날 <동아일보>의 사설 제목은 <돌아온 박영선, 국회 정상화 책임 다하라>였다. 중도언론인 <한국일보> 역시 사설 제목을 <박영선 대표 복귀 국회 정상화 계기 되도록>로 가져갔다.

<중앙일보> 사설은 “이제 박 위원장이 해야 할 임무는 두 가지다. 당내 각 계파가 적극적으로 반대하지 않는 후임 비대위원장을 선임하는 일과, 원내대표로서 마비된 국회 정상화를 선언하는 일이다. 세월호특별법안은 국회 정상화를 선언하고 풀어가야 할 원내 문제의 하나로 다뤄져야 한다. 당무와 국정, 두 가지 임무 가운데 더 중시해야 할 건 당연히 국회 문제다”라며 국회 정상화를 촉구했다.
▲ 18일자 중앙일보 1면 기사
<동아일보> 사설 역시 “당장 국회에는 내년 예산안은 물론이고 정부의 담뱃세 주민세 인상을 비롯한 증세 관련 법안과 경제 활성화 법안 등 심의를 필요로 하는 민생 현안이 쌓여 있다. 새정치연합은 ‘부자감세 철회 없는 서민증세 반대’를 내건 정책조정회의에서 정부의 세제 개편안을 비판했지만 예산·법안 심의권을 스스로 팽개치고 밖에서 비판만 하는 것은 허공에 대고 주먹질하는 꼴밖에 안 된다. 더구나 세월호 특별법을 빌미로 민생과 경제를 살리고 국가 혁신에 필요한 다른 법안들의 처리까지 막고 있는 것은 횡포나 다름없다”라며 국회가 업무에 복귀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반면 <한국일보>는 ‘국회 정상화’를 요구하기는 했으되 유족들의 요구와 세월호 특별법 협상의 고착에 부정적 시선을 가진 보수언론과는 관점의 차별성을 드러냈다. <한국일보> 사설은 “이제 야당 분란이 어느 정도 수습된 만큼 여야는 정상화의 걸림돌인 세월호 매듭을 풀기 위해 조속히 협상을 재개하되 현실주의적 접근이 요구된다. 여당은 진상조사위의 수사권ㆍ기소권 문제를 헤쳐나가기 위해 최소한 특별검사에 관한 양보안을 먼저 내놓아야 한다. 국회 마비를 풀어야 할 쪽은 당연히 국정의 무한 책임을 진 여당이다”라며 국회 정상화를 위해선 여당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사실도 강조했다.
<조선일보>와 <경향신문>은 다른 신문의 사설에 비해 ‘박영선 파동’에서 드러난 새정치민주연합의 참혹한 현실을 비판하는 모습을 보였다. 18일 <조선일보>는 <'박영선 脫黨 소동'이 보여준 어처구니없는 野黨의 오늘>이란 제목의 사설에서 “하지만 이번 사태의 전말(顚末)을 살펴보면 박 원내대표 개인의 책임으로만 돌리기에는 야당의 현실이 너무나 황당하고 참담하다(...) 마음에 들지 않으면 떼로 들고 일어나 삿대질부터 해대는 새정치연합의 풍토가 바뀌지 않는 한 누가 당 대표가 되어도 이 상황을 수습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얘기가 나올 수밖에 없다”라며 야당의 현실을 비꼬았다.
▲ 18일자 조선일보 3면 기사
<조선일보> 사설은 “새정치연합은 대선 후 1년여를 선거 불복성 장외(場外)투쟁으로 보내더니 지난 4월 이후에는 세월호 하나에 국회가 해야 할 모든 일을 옭아맸다. 일만 나면 국회를 뛰쳐나가 길거리 집회를 열고 단식까지 했다. 총·대선에 이어 지방선거와 보궐선거까지 연이어 패배한 것도 바로 이런 모습 때문이었다”라며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야당의 정치행위를 비판하면서, “지금 야당을 바라보는 국민의 시선은 걱정과 비판을 넘어 환멸(幻滅)과 체념 수준에 이르렀다. 새정치연합이 국민의 인내가 정말 얼마 남지 않았다는 점을 깨닫게 될지도 의문이다”라고 한탄했다. <조선일보>가 그 정치성향이 새누리당에 가까운 보수언론이란 점을 생각하면, “국민의 인내가 정말 얼마 남지 않았다는 점을 깨닫게 될지도 의문”이란 말은 단순한 한탄을 넘어 조소로 느껴지기까지 한다.
진영은 달랐지만 <경향신문> 역시 야당의 현실을 강도높게 비판했다. <경향신문>은 <한 편의 코미디로 끝난 ‘박영선 소동’>란 제목의 사설에서 “130석을 지닌 제1야당의 대표가 탈당을 운위하며 무책임한 ‘협박 정치’를 저지르고, 깜짝 놀란 원내대표단은 ‘의원 전수 조사’를 통해 소위 ‘박영선의 질서 있는 퇴진’ 각본을 만들어 봉합하기에 급급했다. 지지율 10%대가 말해주듯, 이미 신뢰가 바닥난 제1야당의 지리멸렬이 한심할 따름이다”라며 새정치민주연합의 현실을 정면으로 꼬집었다.
<경향신문>은 사설 말미에서 “에두를 것 없이 새로운 비대위원장과 원내대표를 속히 뽑아 리더십을 추슬러야 한다. 세월호특별법을 걷어차고, ‘민생법안을 처리 못하면 세비를 반납하라’고 내놓고 야당을 겁박하고 의회민주주의를 조롱하는 대통령을 두고 의례적인 논평 하나 내고 마는 제1야당은 존재 가치가 없다”라고 지적했다. 이는 박영선 비대위에는 기대할 것이 없으니 차기 대표단의 리더십을 주문하는 주장이다. 비판의 강도는 <조선일보> 사설에 버금갔다.
▲ 18일자 경향신문 1면 기사
같은 날 실린 <경향신문>의 이대근 논설위원이 쓴 <박영선 실패를 되풀이 하지 않는 법>란 칼럼에서도 지금까지의 야당의 비대위의 모습을 비판하며 차기 리더십에서 해야 할 일이 주문되었다. 이대근 논설위원은 “새정치민주연합 비상대책위원회 체제 앞에는 두 가지 나쁜 시나리오가 있다. 하나는 과도기를 조용히 보내는 것이다. 당 위기에 손도 못 댄 채 쉬쉬하다 다음 지도부로 넘기는 방법이다. 과거 비대위가 그랬다. 다른 하나는 뭔가 대책을 내놓기는 하지만 그게 오히려 당내 갈등을 촉발, 새로운 위기에 빠뜨리는 것이다. 박영선 비대위원장의 방식이다”라고 비판했다. 박영선 비대위원장이 복귀했지만 ‘두 가지 나쁜 시나리오’ 중 조용한 버전으로 돌아왔을 뿐이라는 신랄한 비판이다.
이대근 논설위원은 박영선 비대위원장이 외부인사 영입을 하고 노선 문제를 제기한 것이 현재의 새정치민주연합의 실정에 비추어 볼 때 오류라고 주장했다. 이 논설위원은 “또 다른 박영선을 만들지 않으려면 새 비대위 출범에 앞서 해야 할 것이 있다. 계파 보스들은 자기 계파 해체를 선언하고, 비대위에는 전권을 부여하고, 비대위원장은 당내 인사로 선임하는 것이다. 위원장으로 나설 사람이 없으면 가위바위보로 정해도 좋을 것이다. 계파가 없고 비상대권을 쥐고 있으면 비대위원장 역할이 그리 어렵지 않다. 세 조건을 갖추면 당은 살아날 것이고, 그렇지 못하면 죽을 것이다”라며 차기 비대위의 리더십을 살리는 방법을 제시했다.
이 논설위원은 “집에 도둑이 들어왔다. 안방 장롱을 열어 귀중품을 주머니에 넣고 있다. 잠이 깼지만 도둑을 제압할 용기가 나지 않는다. 그냥 조용히 나가길 기다리기로 한다. 그런데 도둑의 발이 뭔가에 걸려 당신 위로 넘어졌다. 조용하게 넘어가기는 글렀다. 새정치연합, 당의 생존을 걸고 낡은 당 구조와 맞서 싸워라”라며 비대위가 ‘두 가지 나쁜 시나리오’ 중 조용한 버전으로 회귀해서는 안 된다고 역설했다.
▲ 18일자 한겨레 1면 기사
한편 박영선 비대위원장이 탈당을 시사했을 때 <박영선의 ‘탈당’ 거론, 무책임의 극치>란 제목의 17일자 사설로 강경하게 비판했던 <한겨레>는 이날 박영선 위원장에 대해 별도의 사설을 쓰지 않았다. 대신 18일자 <한겨레>는 <대통령의 ‘위험한 정치’>란 제목의 사설에서 “각본대로 움직이는 군사작전을 방불케 한다. 대통령의 일장훈시에 여당이 파죽의 기세로 단독국회 수순을 밟고 나섰다”라면서 대통령 발언 이후 정부 여당의 처신을 적극 비판했다. <한겨레>는 이날 1면 편집에서도 박영선 당무 복귀를 1면에 배치한 대부분의 언론들과는 달리 대통령 발언을 비판하는 <"포용없는 박근혜 리더십, 정국 벼랑 끝으로 몰아">란 제목의 기사를 1면 탑에 배치했다.
<한겨레> 사설은 “국회를 압박하고 여당의 일방통행을 부추기고 야당을 벼랑 끝으로 내모는 대통령의 ‘초강수 발언’은 유족을 자극하고 야당의 강경투쟁을 부추길 뿐 정국을 풀어가는 데는 하등 도움이 되지 않는다. 대통령이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설정하면서 여야가 세월호 특별법을 절충할 수 있는 공간도 더욱 좁아졌다. ‘대통령의 결단’이란 최후의 카드도 봉쇄됐다. 이런 사정을 모를 리 없는 청와대의 ‘정국 강경몰이’가 행여 정국을 파국으로 치닫게 해 정치혐오를 부추기고 그에 따른 반사이익을 얻으려는 전략이 아닌지도 의심된다”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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