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세계 7대 자연경관 선정 당시 KT의 국제전화요금 부정의혹을 폭로한 이해관 KT새노조 전 위원장의 행위가 ‘공익제보’에 해당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제2부(주심 신영철 대법관)는 14일 KT가 이해관 전 새노조위원장에 대한 국민권익위원회의 “공익신고자 보호조치를 취소해달라”고 제기한 소송에 대한 판결에서 이 전 위원장의 행위는 ‘공익제보’에 해당된다고 결정했다. 다만, 재판부는 국민권익위원회의 ‘보호조치’는 취소해달라는 부분은 KT의 손을 들어줬다. 공익제보로 인정하지만 보호조치는 취소한다는 다소 애매한 결론을 내린 셈이다.

대법원 판결, 공익신고이지만 보호조치는 취소?

사건의 발단은 2012년 세계 7대 자연경관 투표로 거슬러 올라간다. 같은 해 4월 KT새노조 이해관 전 위원장과 참여연대 등은 “KT가 제주7대 경관 선정 관련 전화투표가 국내 통화(통화료 39원)였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국제통화(통화료 180원 적용)라 국민들을 속여 부정이득을 취했다”고 폭로했다. 문자메시지의 경우도 KT가 약관상 허가받은 국제문자메시지 100원보다 비싼 150원을 적용했다고도 비판했다.

이 같은 폭로 이후, KT는 이해관 전 위원장을 해사행위를 했다는 이유로 무연고지 가평지사로 발령냈고 공익제보자에 대한 보복징계 논란이 벌어졌다. 이해관 전 위원장은 곧바로 국민권익위원회에 ‘공익제보자’에 대한 보호조치를 신청했고 이것이 그대로 받아들여졌다. 하지만 KT는 국민권익위원회를 상대로 공익제보자 보호조치를 취소해달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해당 사건에 대한 1심과 2심 재판부는 각기 다른 결론을 내렸다. 1심 재판부는 이해관 전 위원장의 행위가 공익신고자 보호에 대한 대상법률(180개 법률)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KT의 주장을 받아들여 ‘공익신고자’로 볼 수 없다고 판결했다. 권익보호위원회의 공익신고자 보호조치 역시 취소하는 게 마땅하다고 판결했다. 반면, 2심 재판부는 대상법률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공익에 부합하면 공익신고자 보호대상에 해당된다는 판결을 내렸다. 그렇지만 2심 재판부 역시 국민권익위가 행정절차법상 절차를 지키지 않았다는 이유로 보호조치는 무효라는 결론을 내렸다. 대법원 판결은 2심 판결을 확정한 것이다.

국민권익위원회가 절차를 지키지 않은 것은?

이해관 전 위원장의 행위가 공익신고에 해당한다고 보면서도 재판부가 보호조치를 취소한 판결은 국민권익위원회가 법률상 행정절차를 지키지 않은 데에 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권익위원회의) 보호조치결정문에는 이 사건 신고가 공익신고에 해당하는지의 여부와 관련해, 원고가 이 사건 투표에 국내전화서비스를 제공하고도 국제전화요금을 부과했고 약관과 달리 국제문자서비스 요금으로 1건당 150원을 부과해 ‘관계 법령을 위한, 소비자 이익을 침해한’ 공익침해행위를 한 의혹이 있다는 취지와 (이해관 전 위원장이)법이 정한 절차와 방법에 따라 피고에게 신고를 했고 그 신고 내용이 거짓이거나 그 밖에 부정한 목적으로 신고한 경우에 해당하지 아니하므로 공익신고자에 포함된다고 기재돼 있다”고 설명했다. 보호결정문에는 이 밖에도 법이 정한 절차와 방법에 따라 공익신고를 하고 그에 따른 불이익조치가 있었다면 공익침해행위 확인 여부와 관계없이 보호대상에 해당된다는 취지도 포함돼 있었다.

재판부는 “하지만 (권익위원회의 보호조치결정문에는) 사건 신고 내용이 법 또는 구 시행령에 규정된 법률 중 어느 법률의 벌칙 또는 어느 법률에 따른 행정처분의 대상이 되는지 관해서는 아무런 기재가 없다”고 문제를 지적했다. 이어, “어떠한 이유로 공익신고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밝히지 않은 이상, 이 사건 처분은 처분의 근거와 이유를 제시하지 아니함으로써 구 해정절차법을 위반한 위법이 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시했다.

결국, 국민권익위원회가 보호조치결정문을 KT 측에 보내는 과정에서 회사가 어떤 법률을 위반했는지에 대한 명확한 적시가 없어 문제가 된 것이다. 이해관 전 위원장의 행위가 공익신고에 해당됨에도 불구하고 보호조치를 취소해야한다는 판결이 나온 이유이다.

대법원의 ‘공익신고’ 인정, 남아있는 쟁점

이번 판결을 통해 이해관 전 위원장의 행위가 ‘공익제보’로 인정받았다는 점은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대법원이 공익제보자 보호에 대해 폭넓은 해석을 한 고등법원의 결정을 그대로 인용했다는 점 또한 의미가 있다고 볼 수 있다.

KT는 이해관 전 위원장의 가평 전보조치에 대해 “관례상 정직 등 징계 후 전보조치한 사례가 많았고, 가평지사 인력이 부족했다”고 이유를 들었다. 보복인사로 볼 수 없다는 주장이었다. 하지만 재판부는 “(KT의 그 같은)사정만으로 이 전위원장의 사건 신고(KT부당이득)와 전보조치 사이에 인과관계가 없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이 같은 대법원 판결은 향후, 이 전 위원장의 남은 재판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KT는 가평으로 전보된 이해관 전 위원장을 같은 해 말 ‘무단조퇴’, ‘무단결근’을 이유로 해고했다. 그리고 국민권익위는 이 전 위원장의 해고 건에 대해서도 공익신고자로 인정, 취소를 결정했다. 그 후, KT는 또 다시 이 같은 결정을 취소해달라고 별개의 소송을 제기한 상황이다. 또, KT와 이해관 전 위원장은 해당 사건으로 인해 민사소송이 진행되고 있기도 하다.

이번 대법원 판결로 KT의 이해관 전 위원장에 대한 ‘해고’ 조치는 취소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전문가들의 해석이 나오고 있다. 국민권익위가 해고 징계와 관련해 KT 측에 보호조치 결정문을 통보할 때에는 행정절차를 제대로 지켰기 때문이다.

이해관 전 위원장은 <미디어스>와의 전화연결에서 “법원이 내부 공익제보자에 대해 폭넓게 인정한 건 다행”이라며 “국민권익위원회가 열심히 했지만 행정절차의 실수 때문에 앞으로도 ‘보복인사’, ‘불이익 조치’로 고생을 해야 한다는 것 때문에 마음이 무겁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이어, “앞으로 국민권익위원회나 우리 사회가 양심적 내부제보자에 대한 보호조치에 세심하고 적극성을 보여줬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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