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이하 새 노조) 소속인 신모씨는 김인규, 길환영 등 낙하산 사장에 반대하는 파업을 독려하고 다른 사이트에 올라와 있는 글을 퍼 올렸다는 이유로 회사에서 수차례 징계를 받았다. 한 개인이 본인 직군과 무관한 부서로 발령이 나고 두 번이나 감봉을 받은 것을 두고, 새 노조는 ‘악의적 징계’라고 질타했다.

2008년 8월 8일 정연주 사장을 불법해임하기 위해 제대로 된 꼴도 갖춰지지 않은 KBS이사회가 열렸을 때 이사회장을 막아선 경찰과 대립했다는 이유로, 경영직군인 신씨는 본인 직무와 관련 없는 기술 부서로 발령이 났다. 2010년에는 1차 인사권자인 담당 팀장조차 모르는 채로 수신료 업무를 맡는 인천사업지사로 쫓겨나기도 했다.

사측은 이번에는 사내 게시판(코비스)에 올린 글을 문제 삼았다. 새 노조에 따르면 사측은 신씨가 취업규칙 성실·품위유지, 전자게시관리지침을 위반했고, 그가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4월까지 올린 글 11건이 ‘특정 정치인 및 정치세력을 확대 부각시키거나 강조, 비방하는 내용’이었다며 감봉 3개월의 징계를 내렸다. 7월 24일 열린 인사위 1심에서 나온 감봉 6개월보다는 줄었지만 상당한 수위의 징계다.

신씨는 지난해에도 공정방송 쟁취 및 김인규 퇴진을 내걸고 진행한 2012년 파업 당시 쓴 파업 독려글 때문에 감봉을 받았다. 하지만 사측이 문제 삼은 새 노조의 95일 파업은 지난 6월 19일 서울남부지법에서 그 정당성을 인정받은 바 있다. 법원은 급작스럽게 파업에 돌입해 회사에 고의적으로 손해를 끼쳤다는 ‘전격성’, 파업으로 인한 노무 거부로 인한 추가비용 발생 등 ‘회사의 금전적 피해’ 혐의 모두 인정하지 않았다. (▷ 관련기사 : <'공정방송' 언론 직무, KBS 새노조 12년 파업도 ‘무죄’>)

신씨는 12일 <미디어스>와의 통화에서 “(사측이 문제 삼은 글을 보면) 이석기 내란음모 사건 혐의에 대해 국정원이 너무 부풀리는 감이 있다. 내란음모 부분은 무죄가 선고된 만큼 정황상 (국정원의 주장은) 맞지 않다는 내용이었다. 또 하나는 북한 무인기를 너무 반공 정서와 연관지어 이용한다는 내용이 담긴 펌글이었다”며 “이념이 아닌, 옳고 그름의 문제를 자의적으로 정해 징계를 내린 것”이라고 밝혔다.

신씨는 “게시판 분류를 통합해 글도 뒤죽박죽 올라가고 있고 길환영 사장 말기에는 찬성/반대 기능도 없어졌다. 지금도 정부여당을 비판하는 글은 바로 삭제가 된다”며 “언론사라면 다른 조직보다 ‘소통’이 더 활성화되어야 하는데 그렇지 않다. 상식 수준에서 판단하면 아무 일도 아닌데, 사측에서는 정권의 눈치를 보면서 너무 주관적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신씨에 대한 사측의 징계 시도는 더 남아 있다. 길환영 전 사장이 인사와 보도에 사사건건 개입했다는 사실이 드러난 지난 5월 파업 당시, 파업을 선동했다는 이유로 인사위에 회부된 건이 마무리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 KBS노동조합-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는 공정방송 쟁취 및 길환영 사장 퇴진을 외치며 공동파업에 돌입한 바 있다. 사진은 지난 5월 29일 열린 파업 출정식 때의 모습 (사진=미디어스)

새 노조 “사상과 표현의 자유 보장 못하는 KBS, 과연 언론사인가”

새 노조는 11일 낸 성명에서 “(신씨는) 누구보다도 KBS를 위해 헌신했고 직무수행에 있어서도 남다른 성실함으로 성과를 내는 조합원이었다. 그에게 죄가 있다면 인간의 염치를 알고 양심에 따라 행동했던 것밖에 없다”며 “조대현 사장과 경영진은 도대체 무슨 염치로 코비스 게시글을 갖고 특정정치세력 운운한단 말인가”라고 반문했다.

새 노조는 “오전에 편집회의 참석하고 오후 청와대 대변인 임명장을 받은 직원은 아무소리 못하고, 특정정당 편에 서서 충성발언을 서슴지 않은 녹취록 파문의 인사에게 국장 자리까지 주었던 자들이 지금 6층에 자리 잡고 앉은 인사들 아니던가”라며 “새 노조는 이번 징계는 부당하고 원천무효임을 선언한다”고 밝혔다.

새 노조는 “사상의 자유,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지 못하고 통제하려고만 하는 KBS가 과연 언론사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며 “코비스에 글을 올렸다는 이유로 두 번이나 징계를 내리는 사측의 악의적인 인사권 남용을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하지만 KBS 측은 새 노조의 성명은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다. KBS 측은 “회사의 징계처분 사유는 일정 기간 동안 코비스 게시판에 총 11건의 글을 게시함으로써 공사의 명예와 위신을 손상했고, 상호 인격을 존중해 직장의 질서를 유지해야 하는 품위 유지 의무를 위반(취업규칙 제4조 성실, 제5조 품위 유지 위반)했으며, 공사 전자게시관리지침 상 게시금지 사항에 해당하는 내용의 글을 게시한 사실 때문이었다”며 “특정 정치인 및 정치세력을 확대 부각시키거나 강조, 비방하는 내용’이라는 점은 징계사유가 아니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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