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치민주연합 비대위원장 외부 영입설에 대한 논란이 격화되고 있다. 박영선 비대위원장이 사실상 이상돈 중앙대 명예교수를 낙점한 데 대해 당 내 반발이 격화되면서 이상돈 교수의 거취가 불분명해졌기 때문이다.

박영선 새정치민주연합 비대위원장은 12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국민공감혁신위원장(비대위원장)은 외부인사를 영입하고 정기국회가 시작되면 저는 위원장 자리 내려놓겠다”면서 “혁신과 확장이라는 구도 아래 양쪽으로 영입을 진행하고 있으며, 진보와 개혁적 보수의 공동 위원장 체제가 좋겠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

박영선 비대위원장이 언급한 ‘진보와 개혁적 보수의 공동위원장 체제’는 이상돈 교수와 안경환 서울대 명예교수의 ‘투톱체제’를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 지난 2012년 1월 24일 서울 여의도 한나라당 당사에서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회 정치쇄신분과 위원장을 맡은 이상돈 비대위원장이 정당구조 개편 기본 방향 등에 대해 기자회견하는 모습. (연합뉴스)

문제는 이상돈 교수 영입을 두고 당내여론이 격화되고 있어 이상돈 교수의 비대위원장직 수락이 불투명한 상황이라는 것이다. 오전부터 각 언론에서 이상돈 교수의 거취에 대한 기사를 쏟아내고 있으나 내용이 제각기 사실상 다른 것은 이런 상황을 반영한다. 이상돈 교수가 당 내의 합의가 존재하지 않는 상황에서는 비대위원장직을 맡고 싶어도 맡을 수가 없다는 식으로 발언하고 있어 이에 대한 해석이 분분한 것이다.

이상돈 교수의 입장을 최대한 희망적으로 해석하면 당 내에서 총의가 모아질 경우 비대위원장 직을 수락할 수도 있다는 것으로 받아들여지지만 현재로서는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12일 SBS라디오 <한수진의 SBS전망대>에 출연한 새정치민주연합 박지원 의원은 “변호사가 원고도 변론하고 피고인도 변론하는 일은 어렵고 당이 수혈을 하더라도 혈액형이 같아야 수혈을 할 수 있다”면서 이상돈 교수의 새누리당 비대위원 전력을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박지원 의원은 “이상돈 교수가 정치 혁신에 탁월한 식견을 가지고 있고, 지금 박근혜 대통령을 비판적인 자세를 가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우리하고는 정체성이나 정통성이 맞지 않고 당원들의 자존심에도 허락하지 않는 분위기”라고 말해 사실상 이상돈 교수의 비대위원장 영입에 부정적인 견해를 드러냈다.

같은 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한 정동영 새정치민주연합 상임고문도 “이분을 영입하기는 사실 어렵게 됐다”면서 “환영을 하고 삼고초려를 해도 어려운 결정인데 어떻게 수락할 수 있겠나”라고 반문했다. 당 내 반발이 심각한 상황에서 이상돈 교수의 영입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을 언급한 셈이다.

정동영 고문은 “‘새누리당 전 비대위원인 새정치민주연합 현 비대위원장 이상돈 교수’ 이렇게 소개를 해야 할 판인데 이게 가능한 얘기가 아니다”라면서 “보수진영에서는 나름대로 합리적인 분이고, 하지만 그분의 본체는 어디까지나 새누리당이고 보수주의자”라고 발언했다.

정동영 고문은 “이런 분을 제1야당의 당 대표로 영입한다는 것은 새정치민주연합이 ‘우리 당은 새누리당과 아무런 차별성이 없는 정당이오’라고 전국민 앞에 공표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면서 “당원과 당의 역사에 대한 모독”이라고까지 발언했다.

같은 날 YTN라디오 <신율의 출발 새아침>에 출연한 박주선 새정치민주연합 의원도 “당에 직접 관여한 경력도 없고, 오히려 새정치민주연합 전신인 민주당의 반대 관점에 섰던 분을 꼭 영입해야 하는가, 찬성하기 어렵다”면서 “상식에 반하는 의외의 발상”이라며 부정적 의견을 피력했다.

박주선 의원은 “새정치민주연합의 소통과 화합을 맡을 수 있는 인사가 비대위원장을 맡는 것이 바람직하지, 교수 출신으로서 정당운영과 관련된 학문적 업적이 있다고 해서, 대학에서 강의하듯이 당을 이끌어 갈 수는 없는 일”이라면서 “외부 영입이 되더라도 새정치민주연합의 총의 속에서 영입이 돼야 한다”며 절차적 문제를 제기하기도 했다.

언론에 의해 당 내 강경파로 분류되고 있는 정청래 새정치민주연합 의원도 이상돈 교수 영입에 대한 반대의견을 재차 피력했다. 정청래 의원은 이 날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단독 비대위원장이든 공동 비대위원장이든 이상돈 교수가 영입될 경우 박영선 비대위원장의 사퇴를 요구하며 단식을 계속하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정청래 의원은 “이상돈 교수는 수 년동안 수구 세력과 유착해 우리당의 정치노선과 정당활동을 결과적으로 방해한 사람”이라면서 “박근혜 대통령 당선을 위해 새누리당의 불법과 탈법에 대해 눈감았던 사람을 대통령 욕 몇 마디 했다고 이성을 갖춘 합리적 보수라 생각하는 그 상상력에 경악한다”며 격렬하게 반발했다.

이에 앞서 새정치민주연합 소속 의원 54명은 11일 성명서를 내고 “이상돈 교수 영입을 즉각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