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특보의 언론사 사장 투입, 공영방송 민영화, 신방 겸영 허용 방침 등 이명박 정부가 언론을 장악하려 한다는 비판이 거센 가운데, 모든 매체를 아우르는 전·현직 언론인들이 이에 맞서 ‘끝장 투쟁’을 선언하고 나섰다. 동아투위 34주년인 다음달 24일에는 전·현직 언론인들이 대거 참여하는 ‘언론인 대회’도 열린다.

‘대한민국 언론인 시국선언 추진위원회’는 22일 오전 11시 서울 태평로 프레스센터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오늘부터 직종과 지역의 차이를 넘어 모든 언론인이 참여하는 서명운동에 돌입하며 이명박 정권의 언론탄압에 맞서 끝까지 투쟁하겠다”며 △정부의 신공안정국 조성과 언론자유 탄압행위 즉각 중단 △신방 겸영 허용, 민영 미디어렙 도입 중단 △최시중 방통위원장,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 유인촌 문광부 장관, 신재민 문광부 차관 등 자진사퇴 △이병순 KBS 사장, 구본홍 YTN 사장 등 ‘낙하산 사장’ 자진사퇴 △정권의 언론자유 유린에 부역하고 있는 언론계 인사들의 각성 등을 촉구했다.

▲ '대한민국 언론인 시국선언 추진위원회'가 22일 오전 11시, 서울 태평로 프레스센터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민주권과 언론자유 수호를 위한 언론인 시국선언'을 발표했다. ⓒ곽상아
이들은 “관제사장 임명에 이어 비판적 기자, PD, 기술인 등을 일선 제작현장에서 내쫓는 ‘보복성 대학살 인사’가 벌어진 KBS 사태, 환경감시기능에 충실한 <PD수첩>에 대한 권력의 협박에 경영진이 굴복한 MBC 사태는 현 정부 들어서 방송독립과 공영방송의 당위성이 송두리째 부정당하고 있음을 일깨워준 것”이라며 “신방 겸영 허용을 비롯한 신문법 개정, 공영방송 민영화, 대기업의 지상파방송·종합편성·뉴스전문채널 허용 확대 추진은 현 정권의 장기집권 가도를 열어줄 ‘조중동 방송 만들기’ 시나리오에 지나지 않는다”고 일갈했다.

이들은 정부의 민영 미디어렙 도입 방침에 대해서도 “종교방송과 지역민방은 물론 지역신문과 독립언론들을 고사시키고, 대자본 중심의 광고시장 재편으로 여론 다양성을 파괴하는 치명적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우려의 목소리를 나타냈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조양진 동아투위 전 총무는 “이명박 정권은 국민의 지지로 뽑혔지만 지지의 실제적 배경은 언론을 위장한 장사꾼이자 반민주 범죄자들인 ‘조중동’”이라며 “이들을 척결하기 위해 ‘조중동 척결 범국민대책위원회’ 구성하자”고 제안했다.

그는 “조중동은 구조적으로 악해질 수밖에 없는 구조이므로 결코 회개를 바랄 수 없다. 이들을 척결하기 위해서는 언론개혁운동이 아닌 ‘언론범죄자 축출작업’에 들어가야 한다”며 “ 대책본부가 세워지면 머지않아 조중동이 없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최상재 언론노조 위원장은 “언론노동자들이 노동의 기본권을 확대하고, 노동조합 활동을 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20년전, 민주화를 위해 많은 시민들이 피와 땀을 흘렸기 때문”이라며 “언론노조는 정부의 언론장악에 맞서는 투쟁대열의 가장 앞에 서서 언론을 바로세움으로써 지난 세월의 빚을 갚겠다”고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 기자회견에 참석한 언론계 원로와 현업단체 대표들이 '대한민국 언론인 시국선언'에 서명을 하고 있다. ⓒ곽상아
김경호 한국기자협회장은 “현재 기자들은 본연의 업무를 접고 눈물을 흘리고, PD들 역시 말문이 막히는 등 우리 언론이 암울한 시기를 맞고 있다”며 “모든 언론인들은 국민의 알권리를 위해 현장에서 피땀흘려 투쟁하겠다”고 밝혔다.

김영희 한국PD협회장 역시 “사회가 심상치 않으나 거꾸로 가는 역사는 없다. 모든 언론인들은 결코 언론이 특정세력에 의해 장악될 수 없도록 할 것”이라며 “전국의 모든 PD들이 시국선언 서명에 동참하도록 독려하겠다”고 말했다.

이성규 한국독립PD협회 전 회장은 “원래 독립 PD들은 ‘언론’이라는 자각이 없었는데 정부의 노골적인 언론장악 탓에 우리가 스스로 ‘언론’이라고 인식하게 됐다. 이명박 정권에 씁쓸한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며 “KBS 프로그램을 만들지 못하게 하기 전에 우리가 먼저 관제화되고 있는 KBS 프로그램 제작을 거부하는 등 이땅의 언론을 사수하기 위해 끝까지 맞서 싸우겠다”고 말했다.

이들은 기자회견 직후 ‘국민주권과 언론자유 수호를 위한 대한민국 언론인 시국선언’ 서명운동에 들어갔으며, 1차 서명 결과는 동아투위가 자유언론실천선언을 한 지 34주년 되는 날인 오는 10월24일 발표할 예정이다.

또한 이날에는 전·현직 언론인들이 참가하는 대규모 옥외집회 형식의 ‘언론인 대회’도 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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