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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난 유가족 가슴에 소금 뿌리기, 언론이 하고 있다”[인터뷰] 세월호 참사 국민대책회의 박래군 위원장
김수정 기자 | 승인 2014.08.23 12:03

4월 16일 제주도로 향하던 세월호가 진도 해상에서 침몰한 후, 이 ‘참사’의 진실을 밝혀야 한다고 가장 소리 높였던 주체는 유가족들이었다. 희생자 수가 304명에 이르는 대형 참사가 일어났지만 어떤 의지도 보이지 않고 시간만 보내는 정부 덕이었다.

결국 참사 한 달 후, 시민사회가 나섰다. 800여개 단체는 ‘세월호 참사 국민대책회의’ 아래 모여 “세월호 참사와 같은 일은 재현 되어서는 안 되며, 때문에 ‘철저한 진상규명’이 필요하다”는 유가족들의 주장에 힘을 보탰다. <미디어스>는 21일 오후, 국민대책회의를 이끌어가고 있는 박래군 공동운영위원장을 만났다.

   
▲ 박래군 세월호 참사 국민대책회의 공동운영위원장 (사진=미디어스)
광화문 광장에서 만난 그는 매우 바빠 보였다. 인터뷰 도중에도 수차례 걸려오는 전화에 정신이 없었다. 인터뷰를 진행한 21일은 언론인, 만화인, 사회 각계 인사 170일 선언 등 유가족들과 함께 하겠다는 의사 표시가 그 어느 때보다 활발했던 날이기도 했다.

국민대책회의도 같은 날 기자회견에서 ‘기소권, 수사권이 포함된 특별법 요구’라는 방향을 그대로 유지하겠다고 정한 유가족들의 뜻을 존중한다는 뜻을 밝혔다. 유가족들이 어떤 결정을 내리든 항상 유가족들과 함께 가겠다는 것, 이것이 국민대책회의가 일관되게 추구하는 방향이다.

박래군 위원장은 “특별법에는 진상규명을 위한 책임자 처벌뿐 아니라 트라우마 치료 지원 등 안전사회를 만들기 위한 대안들도 포함된 종합적인 법안”이라며 “많은 사람들이 (특별법을) 유가족만을 위한 법으로 알고 유가족들이 욕심 부리는 것 아니냐고 하지만 실은 세월호 이후의 우리 사회를 바꿔내기 위해 고안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직도 실종자가 남아 있는 팽목항을 잊지 않도록 하는 것도 국민대책회의의 몫이다. 매주 ‘기다림의 버스’를 운영해 10명의 실종자가 빨리 돌아오기를 바라는 시민들과 함께 진도 팽목항으로 떠나는 이유다.

사람들은 유가족들이나 국민대책회의가 ‘특별법 제정’ 하나에만 매여 있다고 생각하기도 하지만 박래군 위원장은 특별법을 제대로 만드는 것은 1차 과제라는 점을 인터뷰 내내 강조했다. 진상규명을 해 나가는 첫 단추일 뿐 지속적으로 풀어야 할 숙제가 산적해 있다는 의미다.

“특별법 만들어지면 그때는 또 새로운 싸움 국면으로 가는 것이다. 위원회 세팅을 예로 들 수 있다. 법이 아무리 잘 만들어져도 어떤 조사관이 들어가느냐가 관건이다. 위원회가 방향을 맞게 잡고 가는지 유가족들과 의견을 공유해야 하고, 위원회 활동에서 잘한 점은 칭찬하고 못한 점은 비판하면서 나아가야 한다.

사실 한국사회에는 제2의 세월호가 될 수 있는 요소를 곳곳에 가지고 있다. 핵발전소, 운송수단, 화학단지 문제 등등. 참사 요소를 안고 있는 불안사회이기 때문에 이런 부분을 꼼꼼히 점검하고 다시 재발되지 않도록 만들어가는 것이 목표다. 우리 사회를 대대적으로 바꾸기 위한 캠페인으로 해 나가야 하는데 현실은 1단계인 특별법 제정에 막혀 있는 셈이다.

정부는 세월호 특별법 안에 묶여 있는 민생법안을 서둘러 처리해야 한다고 하지만, 거기서 말하는 민생법안은 대부분 민영화와 관련돼 있다. 민영화를 하면 필연적으로 안전 문제를 소홀히 하기 때문에 결국 참사가 재발될 수 있다. 우리 사회가 이윤보다 인간의 생명과 존엄성을 소중한 가치로 여길 수 있게 만들어 나가야 한다”

세월호 문제는 우리 모두의 싸움, 장기전 준비해야

참사 한 달 뒤부터 유가족과 결합해 온 국민대책회의의 상황은 녹록치 않다. 조중동과 종편, 새누리당을 필두로 ‘이제 그만 잊자’는 세월호 피로도가 확산되고 있고, 이에 동조하는 시민들의 숫자도 적지 않다. 그나마 희망을 걸어 봤던 양당 합의 역시 수사권, 기소권과는 무관한 내용이라 유가족들의 한숨은 그칠 날이 없다.

“(반 세월호 정서는) 분명히 국정원이라든지 국가기관에서 작업한 것이라고 본다. 유가족들이 자식 죽음을 팔아 보상을 더 받으려고 한다는 주장은 새누리당 국회의원들이 했던 망발과 맥을 같이 한다. 동시에 그런 이야기들이 노인층을 중심으로 조직적으로 퍼지는 걸 봐서는 자생적인 반응이라고 보기 힘들다. 유가족들이 시민들의 지지를 받아 자기들의 기득권을 곤란하게 만드니 얼마나 불편하겠나. 그래서 유가족을 향한 매도가 계속되는 것 같다”

자연히 “힘들어 죽겠다”는 토로가 나올 수밖에 없다. 하지만 박래군 위원장은 “특별법 제정이 한없이 늘어질 수도 있기 때문에 장기적인 싸움을 하려는 준비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시간과의 싸움이기 때문에 쉽지 않다. 시민들도 금방 끝날 거라고 조급하게 생각하지 말고, 안전하게 살 수 있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세월호 참사를 놓지 말아야 한다는 것을 잊으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세월호 참사에서 교훈을 얻어 유사한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노력하는 사회. 박래군 위원장은 “한국사회에서 이런 모습을 실현시킬 수 있는지가 큰 과제다. 만약 가능하다면 그 자체로 우리 사회가 ‘변화의 힘’이 있다는 의미기 때문이다. 대책회의는 이를 자기 과제로 삼고 성과를 내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 광화문 광장에서 국민 단식 중인 시민들이 세월호 특별법 관련 피켓을 직접 제작하고 있다. (사진=미디어스)

범국민 서명운동을 통해 세월호 참사에 같이 울고 아파하고 분노하고 변화가 필요하다는 뜻을 가진 350만명의 시민을 발견한 것은 적지 않은 수확이다. 박래군 위원장은 “거대한 공감대가 생겼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라며 “짧게는 2년 이상, 길게 보면 10년 정도를 싸워야 하는데 유가족들만의 싸움으로 간다면 어렵다. 시민들의 힘 없이는 흐지부지될 수밖에 없다. 시민들의 네트워크를 자산 삼아 어떻게 싸워나갈지 고민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교황 방문 이후 세월호 가족들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일정 부분 사그라든 것도 긍정적 요소라고 평가했다. 특히 교황 방문을 계기로 보수적인 천주교 안에서 세월호 문제에 대해 관심을 갖고 지켜보겠다는 정서적 기반이 생겨난 것이 큰 힘이 됐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만들고 간 것들을 동력 삼아 어떻게 잘 해나가야 할지 답을 찾는 것은 우리의 몫이다. 우리도 800여개 단체가 모여 있다 보니 생각이 다 다르다. 일관된 방향을 잡고 힘을 모아내기 위해서는 수많은 논의를 거치고 고민을 해야 할 것 같다”는 박래군 위원장의 대답에서 그의 깊은 고민을 어렴풋이 느낄 수 있었다.

유가족의 상처에 소금 뿌리는 언론… “언론은 계속 걸림돌 될 것”

국민대책회의는 국정원 등 국가기관의 조직적인 움직임을 지적했지만, 이른바 반 세월호 정서를 만들고 확산시킨 데에는 언론 보도의 기여도 적지 않았다. 세월호 특별법의 취지나 상세한 내용, 유가족들의 목소리는 최소화하고 정치권의 지루한 공방으로 처리하거나 유언비어 주장을 비판 없이 전하는 언론 때문에 유가족들은 두 번 죽고 있다.

박래군 위원장은 특별법이 제정돼 조사위원회가 만들어지더라도 언론은 계속해서 걸림돌이 될 것이라고 덤덤히 말했다. 기댈 곳은 대안언론과 시민들뿐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MB가 4대강만 망가뜨린 게 아니라 언론을 다 장악한 게 우리 사회의 해악으로 드러나고 있다. 전원구조 오보만 해도 그렇다. 사실 있을 수 없는 일 아닌가. 주류언론은 편파적인 보도를 계속했고 (그런 행태가) 지금까지도 별로 시정되지 않아 진실이 많이 가려지고 있다. 진상조사위가 만들어지더라도 계속 걸림돌이 될 거다, 언론 문제는. 우리 편을 들어라 이런 주장이 아니다. 진실만 보도했으면 좋겠다. 최소한 사실 확인만이라도 했으면 좋겠다. 막말 때문에 유가족들은 내상을 입고 있는데 거기에 언론은 확인되지 않은 오보를 보탠다. 아픈 사람들에게 소금을 뿌리는 건 사람이 할 짓이 아닌데, 그걸 언론이 하고 있다.

세월호 참사 이후 잘못 가고 있는 언론 행태는 많이 드러났다. 하지만 본질적으로는 언론 보도가 전혀 개선 안 되고 있다고 본다. 언론 구도 자체가 너무 독점이 되어 있기 때문에 대안매체들이 분발할 수밖에 없고, 시민들이 직접 올리는 SNS의 힘을 믿어봐야 한다. 시민들의 의사가 잘 반영되는 언론이 상당히 필요하지만 기대하기는 어렵다. 워낙 눌려 있어서”

잘못된 보도 때문에 국민대책회의에 시민들의 직접적인 항의가 들어오는 경우도 많았다. 한창 국민단식이 진행되고 있을 때 광화문 농성장이 철거될 수도 있다는 보도가 나가 시민들의 반발이 거셌다. 확인되지 않은 보도였지만 농성에 동참한 시민들의 불안은 커졌다.

시민들이 얼마나 언론을 불신하고 있는지 가늠할 수 있는 일이, 인터뷰 도중에 일어나기도 했다. 한 자원활동가는 인터뷰 중인 박래군 위원장에게 유민아빠 지지방문 차 들른 학교 선생님조차 사진 한 장 찍고 돌아설 때는 함께 온 아이들에게 유가족들을 헐뜯는 식의 발언을 했다며 국민대책회의에서 어떤 대응을 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되물은 것이다. 참사 직후 진도에서 봉사를 했다는 그는 팽목항에서의 난리판을 보고 나서는 매스컴을 절대 믿지 않는다고 말했다. “위원장님 의사도 잘못 나갈 수 있다”며 박래군 위원장에게 각별한 주의를 주는 그에게서 항상 언론의 ‘왜곡보도’를 우려하는 불안감을 엿볼 수 있었다.

   
▲ 박래군 위원장은 난무하는 오보에 "최소한 사실확인만이라도 하고 썼으면 좋겠다"고 일침을 가했다. 세월호 참사 후 잇따라 반성문을 써낸 언론은 과연 달라질 수 있을까. 사진은 21일 오전 11시, 세월호 참사 국민대책회의에 몰린 취재진의 모습.(사진=미디어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을 묻자, 박래군 위원장은 시민들의 끊임없는 관심과 동참이 필요하다는 점을 다시 한 번 강조했다. 세월호 참사 이후 우리 사회는 좀 더 나아지고 좋아져야 한다는 믿음을 실현시키기 위해서.

“정부는 (참사를 잊고) 경제를 살리자. 일상으로 돌아가자고 한다. 하지만 정말로 세월호 참사 이후는 달라져야 한다고 생각한다면 이런 말들에 현혹되지 말고, 힘들고 괴롭더라도 유가족과 함께 좀 길게 갔으면 좋겠다. 잊지 말고. 그래야만 우리 사회의 잘못된 것을 바로잡고 안전한 사회를 만들 수 있다는 점을 꼭 알리고 싶다. 참사에서 교훈을 얻어 이번 기회에 우리 사회를 재구성해 나갔으면 한다”

김수정 기자  girlspeace@media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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