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과 수도권에 호우주의보가 내려진 날, 쏟아지는 빗속에서 뒤늦게 언론인들도 광화문 광장에 섰다. 벌써 39일 째 단식 농성 중인 유민아빠 김영오 씨와 뜻을 함께 해, 진상조상위원회에 수사권 및 기소권을 부여하는 특별법을 제정해야 한다고 외쳤다.

▲ 언론노조, 한국기자협회, 한국PD연합회, 민언련, 언론연대, 언소주 등 13개 언론단체는 21일 오전 10시,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제대로 된 특별법 제정 촉구를 위한 동조 단식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사진=미디어스)

현업 언론인들과 언론단체는 21일 오전 10시,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제대로 된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촉구했다. 동아자유언론수호투쟁위원회·80년해직언론인협의회·민주언론시민연합·방송기술인연합회·방송기자연합회·방송독립포럼·새언론포럼·언론개혁시민연대·언론광장·언론소비자주권국민캠페인·전국언론노동조합·한국기자협회·한국PD연합회 등 13개 단체가 모였다.

김종철 동아투위 위원장은 “유족들이 원하는 것은 보상이 아니라 왜 이런 비극이 일어났는지 원인을 정확히 밝히자는 것”이라며 “철저한 진상규명을 위해 박근혜 대통령을 포함한 모든 당사자에 대한 수사가 가능하도록 하는 특별법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새정치민주연합 박영선 원내대표는 새누리당 이완구 원내대표와 지난 7일과 18일 두 번에 걸쳐 세월호 특별법 합의를 이뤘다. 하지만 이는 수사권과 기소권이 빠진 졸속 합의인데다 ‘유가족 동의 없이’ 강행되어 불만이 높았다. 결국 유가족들은 20일 밤 양당 합의를 공식 거부한 바 있다.

이를 두고 김 위원장은 “무엇이 그리 급해서 (새정치연합은) 새누리당과의 협상에서 벗어나려고 발버둥 치는가”라고 일침을 가했다. 이어, “언론인들은 특별법이 제정될 때까지 현역, 해직을 불문하고 끝까지 함께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기자협회 박종률 협회장은 “기자협회 조사 결과 기자들 60% 이상이 세월호 참사가 박근혜 정부의 무능에서 비롯됐다고 답했다. (특별법 제정은) 철저한 진상규명과 재발방지를 위한 것”이라며 “여야는 유가족을 설득하기 위해 머리를 맞대고, 대통령은 결단을 내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광장으로 나온 언론인들, 세월호 보도 바꿔낼까

학계, 문화예술계, 종교계, 노동계 등은 이미 수일 전부터 유가족들이 염원하는 특별법 제정에 동의한다는 의견을 밝히고 농성에 참여하고 있다. 공연을 하면서도 단식을 병행하고 있는 가수 김장훈 씨는 어느덧 곡기를 끊은 지 18일째를 맞았다. 이미 많은 이들이 훨씬 더 앞서 유가족들에게 힘을 보태기 위해 나섰다는 사실을 상기하면, 언론인들의 농성 합류는 상당히 늦은 편이라고 할 수 있다.

‘언론인들의 행동이 너무 늦은 것은 아닌가’라는 질문에 언론노조 강성남 위원장은 “정말 부끄러워서 늦어진 것이다. 세월호 이후 노출된 언론의 문제가 개별 노동자들만의 문제는 아니지만, 현재의 언론이 만들어지는 데 일조했다는 점은 처절히 반성해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취재, 보도에 참여하는 현업 언론인들이 동조 농성에 합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런 움직임은 결국 ‘보도의 질적 향상’으로 이어져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조중동과 종편 등 보수언론은 왜곡보도로 유가족들을 고립시키고 있고, 지상파 방송 역시 세월호 특별법 난국의 핵심을 짚지 못한 채 여야 공방 위주로 보도하고 있다. 세월호 유가족의 목소리를 지속적으로 누락하는 MBC가 대표적이다.

김언경 민언련 사무처장은 “언론노조 등 현업 단체가 많이 들어온 것은 의미가 있다고 본다”면서도 “단식으로 반성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보도를 제대로 하는 것’이라고 본다. 언론인들을 대표해 나와 있는데, 보도는 엉망이라면 안 되지 않겠나. 기사를 바꿔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13개 언론단체는 박태순 언소주 공동대표를 시작으로 21일부터 단식 농성에 합류한다. 22일은 김종철 동아투위 위원장, 현이섭 전 미디어오늘 사장 등이 참여한다. 언론노조는 25일부터 산하 지·본부 위원장을 중심으로 릴레이 단식에 들어갈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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