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가 최근 초고속인터넷과 디지털TV 보유 1000가구를 선정, 자체 셋톱박스와 수신기로 53개 방송채널을 제공하는 ‘오픈 스마트 플랫폼(OSP)’ 시범사업을 진행 중이다. OSP는 직접수신과 인터넷프로토콜(IP) 방식을 결합한 OTT서비스(Over-The-Top)로 TV 48개, 라디오 5개 채널의 실시간방송과 함께 다시보기 서비스를 제공한다.

▲ KBS의 OSP 체험단 모집 광고 갈무리.

KBS는 인터넷과 디지털TV가 있는 직접수신 가구에 대한 무료보편 서비스로 설명했다. 21일 KBS 선재희 홍보부장은 <미디어스>와 통화에서 “아직 정책적으로 상용화를 결정하지 않은 시범서비스일 뿐”이라면서도 “OSP는 디지털TV로 지상파를 직접수신하는 시청자를 위한 스마트미디어 기술과 기기를 개발하는 것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편성표를 보면, KBS의 ‘유료방송 대체’ 전략이 보인다. 우선 EBS 포함 지상파 4사의 실시간방송과 함께 지상파 계열 유료채널들이 모두 포함돼 있다. 지상파 3사의 드라마 교육 교양채널이 가장 많다. 여기에 ETN 연예 등 연예채널도 있고, 24시 뉴스, 종교, 국제 채널도 여러 개다. 종교 바둑 낚시 여성전문방송 예술방송 채널도 들어가 있다.

전자신문은 OSP가 제공하는 채널이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의 3분의 1 수준이라는 점을 들며 “방송업계는 향후 KBS가 OSP를 상용화하면 국내 방송시장 구조가 급변할 것으로 내다봤다. 케이블TV, 위성방송, IPTV 등 유료방송 가입자가 OSP로 이탈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라고 보도했다. 지상파가 유료방송을 잠식할 것이라는 이야기다.

유료방송업계 관계자는 <미디어스>와 통화에서 “(서비스 방식과 제공 채널 등을 보면) 유료방송의 완벽한 대체재로 볼 수 있다”며 “시범사업이 본사업으로 그대로 이어진다면 지상파 방송의 역무침해 논란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지상파 실시간 방송에 계열PP, 24시 뉴스까지 있는데 결국 유료방송을 잠식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OSP 모델은 다른 나라에도 있다. 전자신문은 2012년 영국에 등장한 지상파-IP 방송 플랫폼 유뷰(YouView)를 예로 들었다. 유뷰 가입자는 8개월 만에 40만을 넘었다. BBC의 경우, 연간 26만 원의 수신료를 바탕으로 다채널서비스 ‘프리뷰’를 제공한다. 수신기가 설치된 TV를 구입하면 곧바로 50개 채널을 무료로 볼 수 있다.

OSP에 VOD서비스가 있는 만큼 OSP는 KBS의 유료방송 사업으로 볼 수 있다. 여기에 KBS는 자사 채널을 제외한 46개 방송채널사용사업자(PP)에 수신료를 줘야 하는데 무료보편 서비스가 될 가능성은 낮다. 유료방송사업자들의 반발을 예상하면서도 OSP를 시범서비스하는 목적은 수신료 인상 논의와 방송광고 규제완화의 명분쌓기로 보인다.

우선 OSP는 수신료 인상 명분이 된다. OSP에는 CJ E&M 등 인기 있는 유료PP 채널이 없는데 이는 OSP가 전면적인 유료방송사업이 아니라는 점을 보여준다. 설령 공급 채널을 확대한다고 하더라도 시청자의 90% 이상이 유료방송에 가입해 있는 상황에서, KBS가 유료방송사업자들 같이 시청자 1인당 수십만 원의 마케팅 비용을 쓸 수는 없다.

OSP는 또한 지상파가 바라는 ‘광고총량제 도입+중간광고 허용’의 명분쌓기일 수 있다. 방송이 통신의 부가서비스가 된 상황에서 OSP는 틈새시장일뿐이다. 결국 KBS를 위시로 한 지상파는 수신료 인상, 광고총량제, 중간광고가 필요하다는 이야기를 우회적으로 하고 있다. 이는 지상파가 N분의 1로 전락하고 있다는 사실을 역설적으로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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