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의 지시를 받아 보도와 인사에 사사건건 개입해 KBS이사회를 거쳐 결국 박근혜 대통령에게 해임된 길환영 전 KBS 사장이 반격에 나섰다. 길 전 사장은 “공정방송 의무를 위반한 적 없다”며 대통령을 상대로 해임무효소송을 제기했다.

▲ 길환영 전 KBS 사장은 지난 7일 서울행정법원에 대통령을 상대로 한 해임무효소송을 제기했다. (사진=KBS)

20일 JTBC <NEWS 9>은 길환영 전 사장이 박근혜 대통령을 상대로 해임처분취소소송을 제기했다고 보도했다. JTBC 보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은 이 사건을 행정2부(부장판사 박연욱)에 배당했고, 길 사장 측에 서류 보정 명령을 내린 상황이다.

길 전 사장은 JTBC와의 인터뷰에서 “뉴스 보도에 개입한 사실이 없으며 해임 사유에 해당되는 행위를 한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지난 7일 제출한 소장에도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 불편부당하게 보도하도록 지시한 것뿐 공정방송 의무에 위반되는 행동은 하지 않았다”는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길환영 전 사장은 자신의 해임 문제와 관련해 소송을 제기한 것은 이번이 두 번째다. 길 전 사장은 지난 6월 9일 <KBS이사회 최근 의결과 관련한 사장의 입장>을 발표, 서울남부지법에 사장 해임 제청 결의 무효소송과 직무정지 무효소송을 제기했다.

당시 길 전 사장은 “이사회에서 해임 제청을 의결한 것은 법적근거가 모호하고 제안사유는 객관적이지 못하고 논리적이지 못하다”며 KBS이사회가 제시한 △사장으로서 직무 수행 능력 상실 △부실 재난보도와 공공서비스 축소에 대한 책임 △경영 실패와 재원위기 가속화에 대한 책임 등의 해임사유에 대해 반박한 바 있다. (▷ 관련기사 : <길환영 사장, 해임 무효소송 “KBS 장래 우려스럽다”>)

김시곤 전 KBS 보도국장은 지난 5월 △윤창중 아이템을 톱 뉴스에서 내릴 것 △국정원 대선개입 건을 뒤로 보낼 것 △박근혜 대통령 동정은 20분 내 뉴스 초반에 보도할 것 △세월호 보도 때 해경 비판을 자제할 것 등 길 전 사장이 매우 구체적으로 보도에 개입해 왔다고 폭로했다. 이에 KBS 구성원들은 직종과 연차를 가리지 않고 ‘길환영 퇴진’ 및 ‘KBS 정상화’에 한목소리를 냈고, KBS노동조합-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 양대 노조는 5월 28일부터 8일 간 총파업에 돌입했다.

이후 KBS이사회는 지난 6월 5일, KBS의 보도 공정성을 침해하고 인사에 개입했다는 이유로 길환영 전 사장의 해임 제청안을 통과시켰다. 박근혜 대통령은 해임 제청안이 제출된 다음 날인 6월 10일 바로 해임을 결정했다.

이번 소송제기로 길환영 전 사장은 정연주 전 사장에 이어 대통령에 해임무효소송을 제기한 두 번째 사장이 됐다. 대법원은 2012년 2월 23일 ‘절차상 하자와 재량권 남용이 있으니 해임 처분을 취소하라’는 원심을 확정, 임기를 남기고 MB정권 하에서 ‘불법해임’된 정연주 사장의 손을 들어준 바 있다. 하지만 해임 제청안 가결 과정, 해임의 핵심 사유, KBS 구성원들 및 외부의 반응 등 모든 것이 판이한 길 전 사장이 정 전 사장과 같은 미래를 맞이하게 될 지는 미지수다. (▷ 관련기사 :<6년 만에 반복된 역사, 정연주와 길환영은 무엇이 다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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