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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란치스코, 그 위기의 영웅”…좌충우돌 다큐 제작기[인터뷰]MBC 교황 방한특집 연출 한학수PD
권순택 기자 | 승인 2014.08.14 00:18

이런 걸 ‘진짜가 나타났다’고 해야하는 걸까. 10일 방영된 MBC <다큐스페셜> 교황방한 특집1부 ‘파파! 프란치스코’의 반향이 뜨겁다. ‘거리의 교황’이라고 불리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열풍을 다루며 그가 이 시대에 던지는 의미를 전한 다큐멘터리는 주제의식은 분명했고 스토리라인에는 흐트러짐이 없었다. 오랜만에 2부가 더 기다려지는 MBC 다큐, 이를 연출한 한학수 PD를 만났다.

12일 오후 2시, MBC신사옥에서 만난 한학수 PD는 방송센터 30호 편집실에서 교황방한 특집2부 ‘교황의 길’ 편집에 몰두하고 있었다. 한 PD는 교황 다큐를 맡은 것은 ‘우연’이었다고 말했다.

   
▲ MBC '다큐스페셜' 교황 방한 특집 연출한 한학수 PDⓒ미디어스
프란치스코, 가톨록의 위기에서 나타난 인물

한학수 PD는 인터뷰에서 “지난 2월 <다큐스페셜> 팀으로 넘어오면서 ‘참 괜찮다’라고 생각해왔던 프란치스코 교황 아이템을 냈었다”며 “당시에는 1~2년 사이에 제작하고 싶다는 뜻이었는데, 바로 그 다음 주에 교황의 방한 일정이 발표돼 곧바로 이탈리아와 아르헨티나 등 연락을 해 제작에 들어갔다”고 설명했다. 한학수 PD가 프란치스코 교황에게 주목한 것은 ‘거리, 본질로 돌아간 모습’이었다. 다큐의 주된 내용은 여기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처음 프란치스코를 보고 생각했던 것은 교황의 엄숙함이나 관료적인 틀을 놓고 봤을 때, 신선한 인물이라는 것이었다. 이 사람의 핵심 포인트는 본질로 돌아가라는 것이다. 거리로 나가라, 그것이 바로 본질로 돌아가라는 얘기다. 예수님 탄생 이후, 가톨릭 역사상 가장 큰 사건은 종교개혁이다. 부패와 정치권과의 결탁, 사람들로부터의 외면이 종교개혁으로 일어났다. 그 후 몇 백 년이 지나고 가톨릭은 다시 쇠퇴, 위기로 평가를 받고 있던 상황이었다. 바티칸 신부들의 비자금 문제와 신부들의 성추문 스캔들, 가톨릭을 주 종교로 삼고 있는 나라일수록 가톨릭에 더욱 냉담했다. 그 때 나타난 인물이 프란치스코 교황이다. 그런 점에서 볼 때 현 교황은 가톨릭 위기라는 시대정신이 역으로 반영돼 나타난 인물로 볼 수 있다”

한학수 PD는 프란치스코 교황에 대해 “내 생애 그를 만날 수 있다는 것은 대단한 행복”이라고 이야기했지만 정작 그는 가톨릭 신자는 아니다. 하지만 한학수 PD는 비신자였던 것이 오히려 다큐를 제작하는데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한 PD는 “가톨릭 신자였자면 오히려 과도하게 몰입해 ‘보통의 호기심’에서 벗어났을 수도 있었을 것”이라며 “보통 사람들이 갖는 질문. ‘교황은 대체 누구야’, ‘뭐하는 사람이야’, ‘그 이전과 다른 건 뭔데’라는 의문점들을 영상으로 풀어나가는데 비신자라는 점이 강점이 됐다. 한 걸음 떨어져 볼 때, 더 잘 볼 수 있는 것이 아니냐”고 말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방한은 한국사회에서도 큰 축제라는 점에서 MBC 뿐만 아니라, 타 방송사 역시 관심사일 수밖에 없었다. 쏟아지는 다큐 속에서 차별화가 필요했다는 얘기다. 한학수 PD는 “바티칸에서 방송3사 제작진들을 다 만났다”며 “그래서 타 방송사들보다 더 좋은 그림을 보여주자는 의미에서 바쁘게 움직였다”고 회고했다. 특집1부에 들어간 베드로 지하무덤 영상을 ENG카메라로 담기까지 우여곡절이 많기도 했다.

“바티칸에서는 굳이 홍보를 해야 할 이유가 없다. 그렇기 때문에 자료그림을 하나 얻는 데에도 두 달 이 걸렸고, 각종 문서를 보내는 등의 작업을 진행했다. 많은 방송사에서 바티칸 베드로 광장을 찍는 것이 전부였지만, 우리는 그 내부로 들어가기 위해 노력했다. 그 한 걸음 들어가는 게 너무 힘들었다. 관광 프로그램에서 6mm카메라로 찍는 건 쉽지만 ENG카메라로 정밀하게 찍었다. 베드로의 지하무덤을 카메라로 담은 것은 한국 방송역사상 처음이다”

베드로 지하무덤을 영상에 담기까지는 그야말로 한학수 PD의 눈물겨운 노력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었다. 한 PD는 “막그리라는 프레스 담당하시는 분이 ‘당신네들처럼 집요한 사람들은 처음봤다’, ‘MBC다큐팀은 끈질기다’라고 이야기할 정도였다”며 “그래서 (베드로 지하무덤) 촬영은 오로지 MBC에게만 열어줬다. ‘끈기에 감동했다’고 하시더라”라고 말했다.

한학수 PD는 베드로 지하무덤을 찍는 데 있어서 한국가톨릭 매스컴상의 수상경력이나 천주교인권위원회 후원 상황까지 전달했던 일화도 들려줬다. 그는 “한국 가톨릭 매스컴상을 2번 받았다. 한번은 MBC <PD수첩> ‘사형제도를 사형시켜라’ 편(오상광·한학수 연출)으로 받았고, 또 한 번은 황우석 사태 당시 생명윤리의 소중함을 다뤘다는 점에서 받았다”면서 “심지어 천주교인권위 10년 회원이라는 사실도 경력으로 보냈다”고 밝혔다. 이 밖에도 교황방한준비위원회 서울교구와 대전교구에서 “한 PD는 믿을 만한 사람”이라고 인증을 해줬다고도 전했다.

“교황 방한으로 인해, 우리 사회 문제들 반추해볼 계기로”

프란치스코 교황이 현 시대에 던지는 의미와 방한, 그리고 그를 통해 시청자들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부분은 다를 수밖에 없다.

한학수 PD는 이와 관련해 “프란치스코 교황을 만나 자기가 겪고 있는 어려움을 공유하고자 하는 바람들이 크다”며 “세월호 유가족이나 명동성당 미사에 초청을 받은 위안부, 강정마을, 쌍용, 밀양 주민들 등이 그러하다. 교황은 약자에 대한 따듯함을 가지고 있지만 슈퍼맨은 아니다. 모든 문제를 해결해주지 않는다”라면서 “다만, 교황의 방한으로 인해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문제들을 한 번 더 반추해볼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하는 바람으로 제작하게 됐다”고 설명한다.

그렇기 때문에 교황특집 1부에서는 ‘프란치스코의 소통’에 대해 큰 비중을 둔 이유이기도 했다. 그는 “교황에 대해 말을 한다면 이틀사흘도 부족하지만 핵심은 이전 교황과 다른 소통의 힘”이라고 말한다.

“베드로 광장에서 보다 많은 사람들과 만나려고 누빈다. 또, 1부에도 들어갔지만 새미라는 고통에 처한 아이에게 직접 전화를 한다. 비록 문제를 해결해줄 수 없지만 큰 위안을 준 것이다. 그리고 교황은 강자보다는 약자를 더 생각한다. 어느 공동체이던지 문제가 있을 수밖에 없다. 문제는 그런 약자들에 대해 공동체가 함께 가지 않는다면 그 틈은 더욱 벌어진다. 그런 갈등을 완화시키기 위해 소통을 하는 것, 그것이 교회의 본질이고 프란치스코 교황이 말하고자 하는 것이라고 이해하고 있다”

한학수 PD가 1부에서 특별히 기억에 남는 장면은 조로증을 앓고 있는 새미의 기도 장면이라고  이야기한다. 그는 “새미가 교회에 가서 기도를 하는 장면을 카메라에 담았다”며 “일반적인 기도일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새미는 자기보다 더 고통 받는 사람들을 위해 기도했다고 하는데 굉장히 뭉클했다. 새미는 스무 살인데 60~70대의 피부와 체력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보통 20세 전후로 죽는다고 한다. 새미도 이를 모를 리가 없다. 그런데 새미는 자기보다는 남을 더 생각하는 청년이었다”고 회고했다.

한학수 PD는 “새미와 대화를 나누고 있으면 실제로 더 연배가 있다는 느낌이 들 때가 있었다”며 “고통만큼 더 성장한 듯 보였다. 자식을 키우는 부모의 마음으로 안쓰러움이 느껴지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 MBC한학수 PD가 교황방한 특집2부 '교황의 길' 편집을 하고 있는 모습ⓒ미디어스
2부는 더 기대된다…MBC 프란치스코 방한 특집 다큐

앞서 이야기했듯 MBC <다큐스페셜> 교황 방한특집은 2부가 더 기다려진다. 1부가 프란치스코 교황에 초점이 맞춰졌다면, 2부는 교황과 한국천주교 그리고 한국 방한의 의미로 볼 수 있다. 한국의 현재 상황이 더 많이 들어갈 수밖에 없다.

“세월호 참사 관련 유족들 중 두 분이 팽목항에서 물을 길어 프란치스코 교황에게 전달하기 위해 십자가를 메고 400km가 넘는 긴 거리를 행진하고 있다. 그 전 과정을 촬영했다. 교황은 크로마뇽 화재 참사 당시 주교로 아픈 사람들과 함께 했다. 이를 보여주게 될 것이다. 또, 하나는 한국 천주교이다. 교황이 왜 솔뫼를 가는지 아느냐? 해당 지역이 한국 천주교의 못자리라고 한다. 한국 천주교가 퍼져나가는데 터전이 된 것이고 그 곳에서 수많은 사람이 순교를 했다. 특히, 한국 천주교는 초기 형성과정이 매우 특이하다. 선교사에 의해 선교가 된 나라가 아니다. 당시 지식인층과 중인 등이 학문을 먼저 연구하고 평신도들에 의해서 천주교로 흡수됐고, 나중에서야 선교사가 들어온다”

MBC <다큐스페셜> 교황 방안 특집2부에서는 ‘세월호 유가족들’의 사연이 담긴다. 하지만 MBC는 그동안의 왜곡된 보도로 인해 유가족들로부터 외면을 받았던 게 사실이다. 당연히 촬영이 마냥 쉽지는 않았다.

한학수 PD는 “당연히 호의적이지 않았다”며 “세월호 유가족분들이 전영표PD에 대해 냉담했다. ‘촬영하고 싶지 않다’라고까지 했다고 한다”고 밝혔다. 이어, 한 PD는 “그래서 전 PD가 하루를 유가족들과 함께 아무런 말없이 걸었다”며 “그렇게 프로그램의 취지에 대해 설명하고, 세월호 유족들의 십자가 전달을 정성스럽게 카메라에 담고 싶다고 이야기했다. 그렇게 유가족 분들이 진정성을 알아주신 것 같다. 그래서 배타고 나가 바닷물을 담는 장면까지 촬영이 가능했다. 분량은 적지만 영상으로 세월호 유가족들을 위로 하고 싶다”고 밝혀다. 특히, 유가족분들의 바닷물을 깃는 장면은 JTBC와 MBC, 고발뉴스 세 팀만이 촬영이 가능했다고 설명했다.

한학수 PD는 한국 천주교의 현재와 관련해 “가톨릭의 역사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의 등장배경을 본다면, 한국 가톨릭 역사에서 21세기 무엇에 더 중점을 두어야 하는가가 나올 것”이라고 조심스럽게 답했다. 이어, 한 PD는 “1962년에서 65년까지 벌어진 제2차 바티칸공의회는 ‘교회밖의 사람들과 함께하고 본질에 충실하라’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한국 가톨릭은 90년대 후반과 21세기 들어서 조금 노쇠해진 게 아닌가 싶다. 교황 방한을 계기로 새롭게 돌아봤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MBC <다큐스페셜> 교황 방한 특집2부는 교황의 ‘방한일정’ 취재가 들어가기 때문에 방영되는 18일 오전까지 촬영이 진행된다. 이제 2부를 시청할 시간이다.
 

권순택 기자  nanan@media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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