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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싸움 지면 케이블노동자도 방송도 다 무너진다”투기자본감시센터 홍성준 사무처장 “고정비용 줄여 매각가 높이려는 대주주, 정부와 국회가 먹튀 막아야”
박장준 기자 | 승인 2014.08.07 19:46

임금 20% 삭감. 지난해 1349억 원의 영업이익을 올린 업계 3위 복수종합유선방송사업자인 씨앤앰의 하도급업체들이 노동조합에 제시한 안이다. “원청이 그만큼밖에 돈을 안 준다”는 하도급업체 사장들의 해명은 ‘변명’인 경우가 대다수지만 씨앤앰은 다르다. 씨앤앰은 이자로만 458억 원을 썼다. 빚을 갚기 위해서다. 그래도 천억 원에 가까운 이익이 남지만 씨앤앰은 부동산마저 팔았고, 하도급업체에 내려보내는 도급비도 올리지 않았다. 매각을 위해 신변정리 중이다.

씨앤앰은 지난 2007~2008년 MBK파트너스와 맥쿼리코리아오퍼튜니티에 팔렸다. 이들은 ‘국민유선방송투자’(KCI)라는 펀드를 조성, 2조 원에 달하는 매입비용의 70%를 대출해 씨앤앰 지분을 90% 이상 사들였다. ‘차익’을 위해 씨앤앰의 몸집을 불리려 했다. 공격적으로 가입자를 유치했고, 중소SO를 사들였다. 그런데 ‘매각가 높이기’에 실패했다. 지역사업자 케이블은 전국사업자 IPTV에 밀렸다. 그리고 씨앤앰 대주주는 올해 ‘먹튀’ 계획을 가동했다. 지난해에는 2조 원 이상의 재무약정까지 체결해뒀다.

투기자본감시센터 홍성준 사무처장은 4일 <미디어스>와 인터뷰에서 “씨앤앰은 사모펀드의 전형적인 행태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고 말했다. 그는 “대다수 기업이 인수합병을 하지만 사모펀드, 투기자본의 인수합병이 다른 것은 투자 없이 단기간 수익을 위해 법질서와 관행을 무시한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씨앤앰의 반노동자 경영을 대표사례로 들었다. 씨앤앰 간접고용노동자들은 대량해고에 한 달 넘게 노숙농성을 하고 있다.

홍성준 사무처장은 “투기자본은 고용과 시설투자가 아닌 가입자수만을 늘려 기업가치를 높인 뒤 먹튀를 하는데, 이렇게 되면 노동자와 시청자의 권리뿐 아니라 공공의 영역이 파괴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씨앤앰 직접고용 정규직, 간접고용 비정규직이 함께 하는 이번 싸움은 전체 케이블·통신업계 노동, 원하청 문제이고 특히 투기자본의 공공재 장악을 막는 상징적인 싸움이라고 강조했다.   

   
▲ 지난달 8일 씨앤앰 간접고용노동자 수십 명이 대주주 MBK파트너스 사무실 주변 노숙농성에 돌입한 날, 하도급업체 13곳 이상이 직장폐쇄를 결정했다. 서울 광화문 서울파이낸스센터 뒤편 농성장에 걸린 걸개그림. (사진=미디어스)

미디어스) 씨앤앰이 하도급업체 직장폐쇄와 대량해고 사태에 방관하고 있다. 이 배경에는 투기자본 MBK파트너스와 맥쿼리가 있다는 것이 노동조합 주장이다. 씨앤앰 사태를 어떻게 봐야 하나.

이 사태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일단 투기자본에 무엇인지부터 알아야 한다. 투기자본은 ‘단기간에 고수익을 내고 도망가는 자본’이라고 할 수 있다. ‘투기자본’이라는 것은 학술용어는 아니지만 사회적으로 특정 행태의 자본에 대한 표현이다. 이 같은 행태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것은 사모펀드, 헤지펀드, 투자은행이다. 물론 일반 산업자본들도 그런 투자 경향을 띄긴 한다. 산업자본의 금융화, 금융세계화라고도 하는데 기업이 주식시장에 공개되면 주식가치를 높이려 노동유연화와 인수합병 등을 진행한다. 삼성 이건희 회장이나 골드만삭스나 비슷하다. 물론 삼성은 휴대폰 등에 투자를 하지만 투기자본에는 아예 그런 개념이 없다.

미디어스) 자본의 속성 상, 누구나 구조조정을 하기 위해 치밀하게 전략을 세우고 실행한다. 씨앤앰 사태도 비슷한 것 아닌가. 투기자본이 다른 자본과 다른 점은 뭔가.

가장 큰 것은 ‘반노동자 경영’을 한다는 거다. 단기간에 수익을 올려야 하기 때문에 기존 법질서와 관행을 무시하게 된다. 두 번째는 투기 대상이 우량기업이라는 점이다. 그런데 사회 일각에서는, 심지어 주류진보에서도 사모펀드를 활성화해야 한다고 한다. 모피아들의 논리와 같다. 구조조정을 활성화해 부실기업을 퇴출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새빨간 거짓말이다. 투기자본은 우량기업을 거래한다. 우량기업의 생산성을 훼손한다. 이들은 부실기업을 회생시키지 않는다. 단기간에 현금유동성 위기가 온 우량기업을 '작전'으로 먹는다. 마지막으로 공공성이 높은 기업들, 은행이나 방송 등을 장악한다는 것이다. 이 영역을 장악하면 단순히 그 시장의 문제를 넘어서서 정부가 인허가 사업으로 유지하는 공공재가 무너지는 문제가 생긴다. 시민들의 경제활동과 밀접한 분야이기 때문에 문제는 더 심각해진다.

미디어스) 케이블 방송들은 이미 사기업 소유다. 투기자본이라 더 심각한 문제가 있다면.

사기업의 케이블방송 소유에 흥분할 필요는 없다. 케이블방송이 공공재라는 것은 누구나 인정하기 때문이다. 지상파를 직접수신하는 사람은 없고, 다 유료방송을 통해 본다. 문제는 씨앤앰이 수도권 1위 사업자라는 것이다. 투기자본은 가입자수를 높이기 위해 무한경쟁을 한다. 이게 회사의 자산이기 때문이다. 이것이 매각가를 결정하기 때문에 여기에만 집중하게 되는데, 그러면 방송서비스의 질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투기자본의 일반적인 폐해에 더해서 방송까지 장악하면 더 큰 문제가 생기는 거다.

미디어스) 정부도 이 문제를 모를 리 없다. 그런데 허가해줬다.

맥쿼리와 MBK, 두 회사가 만든 국민유선방송투자라는 회사가 있다. 사실상 실체가 없는 유령회사다. 처음 이 씨앤앰 문제를 접했을 때 주목했던 것은 ‘불법성’이었다. 국민유선방송투자가 전기통신사업자법, 방송법 상 외국인지분율을 제한한 것을 속이고 있다고 판단했다. 외국인들은 방송을 장악할 수 없다. 당시 정부도 이 상황을 어느 정도 인식했고, 정부 내의 이견도 있었다. 그럼에도 사모펀드가 씨앤앰 인수하도록 허가했다. 더 큰 문제는 사모펀드의 씨앤앰 인수 방식이 차입매수라는 것이다. 자금의 70%를 차입해서 인수했다. 이 자금을 돌려줘야 한다. 당연히 과도한 이자비용 문제가 생기고, 시설투자와 고용을 등한시하게 된다. 더 심각한 문제는 고배당을 상습적으로 했다는 것이다. 이것이 전형적인 투기자본의 행태다. 차입매수를 해서 흑자를 적자로 만든다. 사모펀드, 투기자본으로 인한 폐해가 최대 100개라고 가정하면 씨앤앰 사태에서는 이 100개가 모두 발견된다.

   
▲ 홍성준 사무처장 인터뷰는 지난 4일 서울 녹번동 투기자본감시센터 사무실에서 진행됐다. (사진=미디어스)

미디어스) 씨앤앰은 최근 하도급업체 직장폐쇄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있다. 업계에서는 노동조합을 정리해 매각가를 높이려는 것으로 본다.

매각가, 즉 회사의 가격을 높이는 방법 중 고정비용을 줄이는 게 가장 좋다. 정리해고로 정규직 노동자 숫자 줄이는 것이다. 투기자본이 경영위기가 아니더라도 정리해고를 열심히 하는 이유다. 정리해고를 할수록 주가는 상승한다. 그래서 집요하게 정리해고를 한다. 정리해고를 하고 외주화할수록 주가는 올라가게 돼 있다. 기업의 가치가 올라가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투자비용을 회수하고도 가져갈 이익이 더 생기게 된다. 특히 원하청 문제가 심각한 케이블방송 씨앤앰 사태는 투기자본의 폐해와 직접적인 연관관계가 있다.

미디어스) 씨앤앰 정규직 노동조합, 간접고용노동자들을 만나보면 “차라리 빨리 정리하고 떠나라”는 의견이 다수다.

2010년 파업이 끝난 뒤 정규직 노동자들은 노동조합을 인정받았다. 그리고 실질임금도 올라갔다. 그리고 나서 별 문제가 없었다. 그런데 지난해와 올해 들어와 문제가 생겼다. 대주주 입장에서는 케이블방송 점유율 규제가 풀려서 ‘먹튀’를 할 때가 온 것이다. 먹튀에 반대하는 노동조합을 저항 못하도록 밟아야 했고, 그래서 노사관계가 이렇게 된 것으로 생각한다.

미디어스)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하나.

대주주가 어떤 전략으로 매각을 할지와 관계없이 중요한 것은 노동조합이 저항해야 한다는 것이다. 노조가 저항할수록 매각비용이 늘어난다. 거기에 사회적으로 ‘투기자본’에 대한 비난까지 더해지면 누가 거래를 하겠나. 사모펀드 입장에서는 노동조합을 완전 무력화하는 방법과 매수하는 방법 두 가지가 있다. 후자는 위로금을 주고, 주식을 주면서 ‘먹튀의 공범’을 만드는 것이다. 그런데 씨앤앰 노조는 여기에 저항하고 있다고 본다. 투기자본은 먹튀 단계에 왔고, 노조는 저항의 길을 택했다. 원·하청 모든 노동자들이 고용승계, 동일노동 동일임금 같은 대의를 드는 순간 어떤 자본도 만만하게 대할 수는 없다.

미디어스) 씨앤앰 경영진은 미래창조과학부 접대 자료가 폭로된 직후 전향적인 입장을 보였다가 최근 갑자기 입장을 바꿨다. “노조와 협상이 불가하다”는 입장이다. 대주주가 움직인 것으로 보이는데.

대주주가 문제다. 지금 씨앤앰의 경영진은 매각 성공보수를 받고 떠날 사람들이다. 투기자본이 장악한 회사의 경영진은 협상력이 없다. 먹이를 던져주고 짖으라면 짖는, 영혼이 없는 노무관리 기술자일 뿐이다. 그래서 노동조합과 원청이 아니라 대주주와 협상을 해야 한다. 우리가 분석해야 하는 것은 왜 ‘올해’인가라는 점이다. 내부적으로 자금압박 문제가 있을 수 있다. 원금 상환 문제도 있을 수 있다. 빚을 갚으려면 현금화를 해야 한다. 배당을 하든가, 분할 매각을 추진하든가, 현금화가 필요하다. MBK와 맥쿼리가 지금을 전면매각의 시기로 생각하고 있는지 그 의도를 파악하는 게 중요하다. 노조 깨기 등 모든 전략은 다 거기서 나온다.

미디어스) 해결방법이 있을까.

개별노조 차원에서 할 수 있는 것은 별로 없다. 최소한 산별 차원에서 움직여야 한다. 그런데 한국에서 총파업은 가능성이 없다. 결국 국회와 정부를 압박해서 움직이게 해야 한다. 국회에는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가 있고, 정부에는 미래창조과학부가 있다. 여기서 주도적으로 이 문제를 풀어야 한다. 일반론적으로 이야기하면 법과 제도로 먹튀를 막지 못하면 이런 일은 반복된다.

미디어스) 이 싸움의 의미는 무엇이라 생각하나.

노동조합이 임금이나 고용문제만 이야기한다면 사회적 연대는 필요 없을 거다. 그런데 지금 노동조합은 방송공공성과 투기자본의 문제, 원하청의 문제를 이야기 하고 있다. 노동자계급 내에서도 대표성을 가지고 싸우고 있는 셈이다. 이 싸움이 중요한 이유는 첫째, 유료방송시장은 나날이 확장하고 있는데 직접고용 정규직 노동자의 수는 굉장히 적다. 둘째, 방송시장이야말로 투기자본이 노려볼 만한 시장이다. 만약 씨앤앰 노동자들이 이번에 이긴다면 앞으로 투기자본이 이 시장에 들어오지 못할 것이다.

박장준 기자  weshe@media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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