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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질문녀 “마법처럼 촛불 다시 모일 것”[인터뷰] ‘대통령과의 대화’ 대학생 패널 참가자 성지현씨
정영은 기자 | 승인 2008.09.17 21:38

지난 9일 밤 4개 방송 채널을 통해 생중계된 <대통령과의 대화 - 질문있습니다>에서 가장 눈에 띈 질문자는?

방송을 지켜 본 시청자라면 누구라도 ‘촛불 집회 참여 대학생’을 떠올릴 것이다. (송파구 자영업자로 소개된 SH공사 직원이 한때 화제에 올랐지만 조작·연출 논란의 일부였을 뿐, 질문자의 경쟁력에서는 견줄 대상이 못된다). 자신을 “촛불집회에 참여한 대학생”이라고 소개한 그 학생은 “촛불집회는 광우병 쇠고기를 비롯해서 대운하나 민영화나 경쟁교육과 같은 현 정부의 ‘비즈니스 프랜들리’ 정책에 반대하는 국민들의 민심이었다고 생각한다”고 당찬 주장을 펼쳐 눈길을 끌었다.

이어 그는 △광우병대책위 활동가와 조중동 광고불매운동 및 아고라 활동 네티즌의 구속 사태 △색소 물대포 △백골단 부활 등 최근 정국을 조목조목 언급하면서 “이것이 대통령께서 두 번이나 사과하면서 말씀하신 소통이냐”고 따지고 “만약 대통령께서 민심을 계속해서 강제력으로 다스리려 한다면 제2의 촛불도 일어날 거라고 생각한다”며 대통령의 견해를 밝혀달라고 요구했다.

방송 후 그는 지난 14일 포털 다음 ‘아고라’ 게시판에 실명으로 <대통령과의 대화> 참가 후기를 올렸고 ‘검열 통제속 무늬만 <대통령과의 대화>’라며 질문지 작성 과정과 생방송 당시 상황을 자세히 알려서 다시 한번 화제가 됐다.

   
 

인터넷에서 ‘촛불 질문녀’로 불리는 이 주인공은 성지현(22·이화여대 정치외교학과 4)씨. 그는 <대통령과의 대화>에 참석한 국민패널 100명 가운데 △공기업 민영화 △대학 등록금 △남북 이산가족 △독도 △촛불집회 등 5개 주요 현안의 당사자로 초대받은 패널 중 한 명이었다.

지난 17일 서울 광화문 근처에서 성씨를 만나 방송은 물론 아고라에도 못다한 이야기를 들어 보았다. 그는 이번 일을 계기로 언론의 중요성을 새삼 깨달았다고 말문을 열었다.

“제가 방송에 단 30초 나왔는데도 여러 기자분들이 연락을 해서 깜짝 놀랐어요. 정말 생각했던 것보다 언론의 파급력이 엄청난 것 같아요. 파급력이 상당한 만큼, 제대로 된 언론이 바로 서는 게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 아고라에 실명으로 <대통령과의 대화> 참가 후기를 올렸는데, 계기가 궁금하다.
= 인터넷 질문자 중 무작위로 뽑힌 95명 패널들과 달리, 저는 촛불집회 참가자를 대표해서 섭외됐습니다. 당연히 촛불시민들에게 참가한 내용을 알릴 의무가 있다고 생각해서 아고라에 처음으로 글을 올렸죠. 실명으로 올린 것은, 이미 방송을 통해서도 공개됐고 글 내용을 보면 저라는 걸 알게 되니까 굳이 안 밝힐 이유가 없었어요.

   
 

- 글 올린 이후 주변의 반응은 어떤지.
= 기자들 몇 분이 취재차 전화를 주셨고요, 친구들하고는 글 올리기 전에 상의를 많이 한 터라 잘했다는 응원을 받았어요. 특히 아고라 게시판의 네티즌 분들이 많은 격려를 해주셔서 굉장히 감사했어요. 사실 KBS 방송사에 들어가면서 방송 끝나고 나올 때까지 스트레스도 엄청 받고 위축되어 있었거든요. 내내 혼자라는 기분 때문에 외로웠고요. 방송 끝나고 친구가 데리러 왔는데, 준비한만큼 못했다는 생각에 너무 아쉽고 답답해서 울었어요. 그런데 글 올린 뒤에 많은 분들이 ‘그나마 속 시원했다’고 지지해주셨어요. 그래서 ‘혼자가 아니구나, 아직 촛불 공감대가 남아있구나’ 하는 생각에 참 감사하고 힘이 났어요.

- 이미 <대통령과의 대화>는 사전에 많은 네티즌들이 ‘하나마나’라는 비판을 내놓기도 했는데, 방송에 나가겠다고 결심한 이유가 무엇인지.
= 거의 매일 촛불집회에 나가 자유발언 신청도 하면서 자주 들렀던 광우병대책회의를 통해 섭외연락을 받았는데요. 사실 망설였어요. 촛불시민들 마구 잡아가고 어청수 경찰청장을 비호하면서 국민들과 ‘대화’를 하겠다니, 위선적이잖아요? 하지만 한편으로는 그런 대통령에게 조금이라도 사람들의 분노를 알리고 싶었어요. TV를 보는 국민들이 속시원하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게요. 그래서 나간 건데 추가질문도 못하게 되고 너무 속상했어요.

- 올린 후기에서 사전에 질문내용을 검열당했다고 주장했는데. KBS 쪽에서 처음부터 그랬던 것인지.
= 처음엔 전혀 아니었어요. 솔직히 KBS 사장 바뀌었는데 괜히 마찰있는 거 아닌지 걱정 많이 했거든요. 그런데 처음 KBS 기자분과 팀장님이라는 분을 만나보니 굉장히 진보적인 거에요. 자유롭게 편하게 얘기하라고 하셔서 마음 놓았거든요. 그러다가 질문 내용을 한번 정리해서 보내달라고 했고, 그때부터 ‘갈수록 산’이었죠. KBS 기자분이 5차례에 걸쳐 ‘내용 검열은 아닌데요’라면서도 자꾸 표현과 내용을 고쳐달라고 하더군요.

- 왜 고치라고 하던가.
= 처음에는 ‘백골단’ 같은 표현이 공식적인 생방송의 품격에 걸맞지 않다고 하더니, 나중에는 추가질문의 대통령 지지율 관련 내용에 대해서도 ‘좀 그렇다’, ‘기획의도와 안 맞는다’고 하면서 결국 내용까지 빼라, 쓰지말라고 하더군요. 사실 ‘백골단’이라는 표현은 중앙일보 등에서도 썼던 표현인데 말이죠.

- 질문내용 때문에 패널에서 제외될 수도 있다는 말을 들었다던데.
= 방송 전날 KBS 기자분이 전화로 자신이 작성한 스크립트를 불러주고는 짜준대로 하겠냐고 물었어요. 그래서 ‘못하겠다. 부당하다’, ‘내용 검열이다’고 항의했죠. 그랬더니 ‘프로그램 기획의도에 맞지 않는 것 같다’면서 패널에서 제외될 수 있다고 하는 거예요. 그래서 저는 패널이 되든 안되든 이런 진행과정에 대해 아고라에 올려 알리겠다고 했죠. 결국 대책회의 쪽에서 중재를 하셔서 일단 당일날 보기로 했어요. 말과는 달리, 하루 전날 패널 바꾸기가 애매했던 것 같아요.

- 기자가 불러준 스크립트는 어떤 내용이었는지.
= 광우병 쟁점에만 한정된 얘기를 불러줬어요. 저는 언론 검열, 네티즌 구속 등 공안탄압에 대한 질문이었는데 말이죠.

- 당일날 분위기가 상당히 경직됐었다던데.
= 경찰들이 많았어요. 녹화장 들어갈 때 일일이 공항 검사대 같은 곳을 지나가면서 몸 수색을 당했는데요, 그런 정도는 경호상 가능하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검사대를 아무 이상없이 통과했는데도 경찰이 말없이 제 가방 속을 뒤지면서 종이뭉치를 꺼내더니 한 장씩 읽기 시작하는 거에요. 언론기사 스크랩한 내용을 가져갔는데 이걸 문제가 있다는 둥 하면서…. 너무 당황해서 (스크랩한 내용을) 빼앗고 막 화를 냈더니 상관을 불러 못 들어가게 막더라고요. 제가 인권침해라고 계속 항의했더니 귀찮은 듯 사과도 없이 들어가라고 했어요. 저 말고 등록금 관련 패널이었던 이은혜씨도 가방 소지품 검사를 당했어요.

   

- 방송 당시 성지현씨의 질문에 대한 대통령의 답변이 참 인상적이었다. 주동자냐고 물었는데.
= 아직도 주동자 운운하다니, 황당해서 웃음이 나더라고요. 이후에도 동문서답이 이어졌고요. 그래서 추가질문 할 때 ‘나는 주동자 맞다. 전문 운동꾼이다. 대통령이 전문 사기꾼이니 맞서려면 전문 운동꾼이어야 하지 않겠냐’고 되받아치려 했죠. 화면에는 안 나왔지만, 대통령이 답변하는 동안 저는 계속 추가질문 하겠다고 말하면서 서있었거든요. 그런데 진행팀이 시간없다고 마이크 끄고 제지하면서 바로 전문가 패널에게 질문을 넘겨버리더라고요.

- 방송 내내 진행자가 ‘시간이 없다’는 멘트를 가장 많이 한 것 같은데.
= 원래 한 20명 패널이 질문하기로 한 건데, 아예 질문도 못한 분이 많았죠. 제 앞차례도 다른 분이었는데 건너뛰고 제 차례로 넘어왔어요. 30초 질문에 1분30초 답변이었는데, 이명박 대통령이 시간도 안 지키고 장황하게 자기 말만 늘어놓고, 그런데도 사회자는 통제도 못하고, 참 답답했어요.

- 추가질문에서는 무슨 얘기를 하고 싶었나요.
= 대통령이 ‘법치, 법치’ 얘기하는데, ‘재벌총수들은 8·15때 사면해주고 양심수들은 사면 안 해주고, 자신들도 깨끗하지 않으면서 준법 정신이 웬말이냐. 지지율도 바닥인데 사퇴하는 게 어떻겠느냐’는 내용이었죠.

- 그런데 본인은 촛불 집회 주동자인지? (웃음)
= 특별히 직책 맡은 건 없는데요. 학내에서 인터넷 글도 매일 올렸고 포스터도 붙이러 다니고 친구들이랑 함께 나가기도 했고…, 촛불집회 거의 매일 출근도장 찍었죠. 그런데 저만 그런 게 아니잖아요. 모두가 주동자 아닌가요? 주동자-참가자 구분 짓는 것 자체가 이상해요.

- 실명으로 글 올리고 나서, 민주노동당 당원이라는 게 알려지면서 악플러들의 공격대상이 되기도 했는데.
= ‘네가 어떻게 대학생을 대변하냐’는 악플도 있었죠. 그런데 저는 현안 중 촛불집회 참가자를 대변해서 나간 거에요. 그런 악플은 별로 개의치 않아요.
또 제가 민주노동당이나 다함께 회원이라는 것을 문제삼기도 하는데요. 정치 조직 자체에 대한 반감이나 불신이 어느정도 이해가 돼요. 저 역시 당에 가입하기 전에 그런 생각이 있었거든요. 소속이 없는 게 뭔가 물들지 않고 순수한 것 같은 느낌이요. 그럼에도 이라크전쟁이나 조승수 국회의원직 상실 등 관심사가 생겨서 가입한 건데, 오히려 더 많은 사람들과 적극적으로 고민을 함께 나누기 때문에 자기 생각을 표현하기에 좋은 공간이라고 생각해요. 그러면서 많이 배우죠.
촛불 집회 이후에도 언소주 등 여러 단체들이나 커뮤니티가 많이 생겨나고 있잖아요.이명박 정부에 저항하려면 필요한 거죠. 혼자 있으면 외롭잖아요.

- 또 다른 조직(?) 활동도 했는지.
= 주력해온 건 학교 교지 만드는 일이에요. 고등학교 때부터 교지 일을 했고 대학 때도 줄곧 해왔죠. 지금은 임기가 끝났어요. 그리고 제가 워낙 호기심이 많아서 경실련이나 참여연대, YMCA 등 각종 시민단체 활동에 조금씩 얼씬거려봤어요.(웃음)

- 촛불집회 참여 경력은 얼마나 되나요.
= 처음 나간 촛불 집회는 고등학생 때 효순이 미선이 추모집회였고요. 광우병 관련해서는 5월2일부터 최근까지 거의 매일 나갔어요. 5월2일에는 인터넷 게시판에서 촛불집회 소식 듣고 처음 집회에 가본다는 친구들이 부추겨서 나와 본 거에요. 저는 다함께 보다는 주로 학교 친구들과 총학생회 깃발 아래에 많이 있었어요.

- 촛불집회 이후 본인의 삶이 달라진 건 없는지.
= 이명박 대통령 당선 이후 생긴 우울함이 많이 없어졌죠. 무엇보다 친구들이랑 많이 친해져서 좋아요. 제가 학생운동에 관심을 가지니까 거리를 두는 친구들이 있었는데 이제는 그런 친구들하고도 자연스럽게 정치 얘기를 하게 됐으니까요.
요즘은 공안 정국이라 친구들도 그렇고, 특히 엄마가 걱정을 많이 하세요. 날마다 조심하라는 말씀을 꼭 하시죠.

- 촛불이 사그라들었다는 얘기도 많이 나오는데.
= 규모상으로는 그렇긴 한데요. 그래서 주변에 우울해하거나 허탈해하는 친구들이 있어요. 저도 좀 그랬었고요. 그런데 지금 정부의 탄압이 너무 심하잖아요? 친구 중에 두 명이나 인도에 서 있다가 연행됐어요. 추석 때 친척들 만나면서도 느꼈지만, 이명박 정부에 대한 반감은 결코 줄어들지 않았더라고요. 당장 촛불이 눈에 보이지 않더라도 패배한 건 아니라고 생각해요. 어쨌든 함부로 민영화나 대운하를 밀어붙이지는 못하고 있으니까요.

- 본인이 대변하고자 한 촛불 시민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 촛불집회 이후에도 변한 게 없다고 우울해하는 사람들이 많은데요. 앞으로 4년 남짓, 우리도 그렇지만 이명박 정부도 결코 순탄하게 보낼 수는 없을 거에요. 공영방송 장악 등 촛불이 필요한 곳은 많고, 또 촛불을 그냥 무시하거나 패배시키지는 못할 거니까요. 언제든지 광우병 같은 방아쇠가 당겨지면 다시 마법처럼 광화문에 사람들이 모일 거라고 생각해요. 그러니까 우울해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지금 시기에는 아고라 등을 통해 같이 얘기 나누는 게 중요한 거 같아요. 혼자 떨어져 있으면 외로우니까요.

- KBS 방송출연 사태(?)를 겪으면서 언론에 대해 느낀 점이 있는지.
= (KBS 쪽) 기자님도 안에서 많이 쪼이셨던 거 같던데, 그동안 KBS에 대한 분위기나 압력에 대해서 얘기 많이 들어서 그렇게 실망하지는 않았어요. 언론이 정권으로부터 독립적이어야 한다는 생각 정말 많이 들었고요, 언론이 사람들 생각을 100% 지배할 수는 없다고 생각해요. 왜냐하면 촛불 집회 때 겪은 사람들의 경험이 있으니까요. 촛불집회 자유발언대에서 나오는 사람들, 정말 평범한데도 다들 달변가잖아요. 평범한 사람들의 목소리를 담은 언론이 더 많아졌으면 좋겠어요.

인터뷰를 마치고 찻집을 나서면서 졸업반 그녀에게 어릴 때 장래희망을 넌지시 물어봤다. 그는  “제복 입으면 남녀가 평등할 거 같아서 경찰이 되고 싶었다”면서 “그런데 촛불집회때 경찰대학 안가길 잘했다는 생각을 절실히 했다. 경찰 됐으면 정말 끔찍했을 것”이라며 환하게 웃었다.

덜컥 기자를 해보면 어떻겠냐는 질문에도 역시 환한 웃음. 돌아서면서 다음 번에는 미디어스의 ‘촛불질문녀 팬클럽’과 함께 만나러 가겠다는 약속을 하고 헤어졌다. 요즘 4학년 졸업반에 보기드문, 마법과 같은 환한 웃음이었다.

정영은 기자  hands@media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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