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100일이던 지난 24일, MBC의 망가진 현실이 그대로 전파를 탔다. 이날 KBS와 SBS를 비롯한 다수의 주요 언론들이 세월호 참사 관련 소식을 톱 뉴스로 배치했지만, MBC <뉴스데스크>의 선택은 달랐다. 많은 언론들이 여전히 세월호 참사 고통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유가족들의 아픔을 위로하고 향후 과제를 전망했던 날, MBC는 박근혜 정부의 경제 활성화 방안을 전면에 내세웠다. ,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본부장 이성주)는 31일 노보를 통해 지상파3사 세월호 100일 뉴스를 비교하며 “왜 MBC <뉴스데스크>만 달랐을까”하는 문제를 제기했다. 24일 MBC <뉴스데스크>의 구성을 납득하기 어렵단 지적이다.

▲ 세월호 참사 100일이었던 24일 MBC 뉴스데스크의 첫 뉴스는 정부의 경기부양책 소식이었다. 뉴스 캡처

타 매체는 세월호 100일 톱뉴스인데, MBC는 정부발 관급 기사 톱뉴스로

MBC본부는 노보를 통해 “세월호 참사 100일, 이날 주요 일간지가 일제히 1면부터 관련 기사를 다뤘다”며 “KBS와 SBS 등 지상파 메인뉴스도 특집 뉴스 편성과 함께 ‘세월호 100일’을 톤 뉴스로 했다. 하지만 MBC <뉴스데스크>만 달랐다”고 지적했다. 이날 MBC는 세월호 참사 관련해 △팽목항 현장상황, △선박 안전관리 실태, △진도 지역 경기 침체 단 3개의 리포트만 배치했다. 국회에서는 유가족들이 단식을 이어가고 있을 뿐 아니라, 참사 유가족들이 100리 행진을 진행하기도 했지만 이는 그나마 단신으로 처리됐다.

MBC본부가 자체 제작한 <지상파3사 세월호 100일 보도 비교> 표를 보면 보도의 양과 질적인 차이가 명확하게 드러난다. MBC본부는 “KBS와 SBS는 사고 선박의 현재 상태, 현재 수색 상황(중계차), 실종자 가족 분위기와 입장 등 인터뷰, 봉사자-잠수사들 소식과 반응, 세월호 특별법과 후속 대책 표류 상황, 재난대비 네트워크 문제, 세월호 사고 수사 상황, 처벌 문제, 해경 부실 대응, ‘달라진 게 없는 국가 개조 약속’ 등을, 톱 뉴스부터 각각 14, 8꼭지를 할애해 중점 보도했다”고 자사 뉴스를 비판했다.

▲ 지난 24일 주요 일간지 1면과 KBS, SBS TOP 리포트(자료=MBC본부)
박근혜 정부, 경제 활성화 방안 왜 비판은 없나

문제는 MBC <뉴스데스크>가 톱 뉴스로 배치한 박근혜 정부의 경제 활성화 방안의 경우에도 비판적 관점 없이 ‘홍보성’ 뉴스로 구성했단 점이다. 이에 MBC본부는 “같은 날 같은 정책 기사를 다룬 MBC <뉴스데스크>에 대한 비판이 담긴 꼭지나 기사 문장이 없었다”고 개탄했다.

당일 KBS는 “정부가 풀겠다고 하는 41조원이 정책 보증 확대 차원 대책이라 얼마나 대출과 투자로 이어질 지 미지수”라며 “큰 폭의 금리 인하가 1000조원이 넘는 가계 부채와 부동산 거품을 키워 금융 위기의 뇌관이 될 수 있다”고 비판적 시각을 함께 전달했다. SBS 역시 “재정 지출 확대 여유가 없고 내수 진작 효과에 한계가 있다. LTV와 DTI 완화도 이미 가계가 감당할 수 있는 부채 수준을 넘어선 상황이라 기대 효과가 크지 않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 밖에도 MBC본부는 이날 노보를 통해, MBC <뉴스데스크>의 7·30재보궐 선거에 대해서도 “선거구-후보자 리포트 대신 여야 정쟁과 공방, 지도부 유세전 등의 내용이 주를 이뤘다”면서 “이는 ‘정책’, ‘유권자 참여 확대를 위한 정보제공’을 중심으로 두고 있는 <MBC 선거방송 준칙>을 어기고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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