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스카이라이프(대표이사 이남기)가 심상찮다. 국내 유일의 독점 위성방송사 스카이라이프는 지난 2011년 KT에 인수된 뒤 KT의 VOD서비스와 스카이라이프의 실시간 방송을 결합한 ‘올레TV스카이라이프’(OTS) 영업에 매진해왔다. 이후 가입자가 급격하게 늘었고 지난해에는 사상 최대 흑자를 기록하기도 했다. 그런데 제 밥그릇은 놓치고 있다. 업계에서는 스카이라이프가 자기시장을 잠식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 위성방송 가입자 현황. 스카이라이프 단독상품 가입자는 줄었고, 모회사 KT와의 결합상품인 올레TV스카이라이프 가입자는 늘었다. (자료=KT스카이라이프 2014년 2분기 실적 공시자료)

28일 스카이라이프가 공시한 영업실적 자료를 보면, 올해 2분기 매출은 1548억4900만 원으로 1분기 1511억9300만 원에 비해 2.4% 증가했다(1분기 포함 3060억4200만 원). 그러나 영업이익은 173억800만 원으로 1분기 322억2500만 원에 비해 46.3%나 줄었다. 2분기 당기순이익은 145억1400만 원으로 1분기 238억6600만 원에 비해 39.2%나 빠졌다. 2분기 가입자 순증도 2만6591명으로 가장 저조하다.

스카이라이프는 영업이익이 급감한 원인으로 오는 SD 가입자의 HD 전환 마케팅 비용을 들었다. 9월을 목표로 전환을 끝내겠다는 계획인데, 이를 위해 수신기를 무상으로 나눠주는 등 영업비용이 크게 증가했다는 이야기다. 스카이라이프는 또 방송발전기금을 73억여 원(방송사업수익의 1.34%)을 일시납부한 측면이 크다고 설명했다. 스카이라이프는 전년대비 영업비용이 증가한 이유로 “가입자 지속 증가에 따른 감가상각비 및 마케팅, 기타관리비 증가”를 들었다.

그런데 가입자들 반응이 시원찮다. 스카이라이프 관계자는 28일 <미디어스>와 통화에서 “HD상품(스카이라이프 단독상품) 가격은 SD상품과 같다”고 했으나 스카이라이프 단독 위성방송 상품 가입자는 2011년 205만7860명에서 2014년 2분기 193만9341명으로 오히려 줄었다. 1분기(194만4005명)와 비교해도소폭 줄어 들었다. 업계에서는 스카이라이프가 OTS 등 상품 확장에 열을 올리고 있는 것이 가입자 이탈 원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경제는 28일자 기사 <스카이다이빙하는 스카이라이프>에서 고화질 상품 영업 확장으로 기존 수익원인 위성 단품가입자가 이탈하는 부작용이 있고, 단기적으로 카니발라이제이션(자기시장 잠식)이 발생할 수있다고 분석했다. 한국경제는 위성가입자가 지난해 4분기에만 1만6382명 줄었고, 올해도 1만6천명 이상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스카이라이프가 KT와 합작해 가입자를 늘렸지만 위성방송 시장은 잃고 있다는 이야기다.

▲ 지난해부터 국회는 KT의 IPTV 가입자와 스카이라이프 위성방송 가입자를 합산해 점유율을 규제하는 관련법 개정을 추진 중이다. 지난해 스카이라이프가 이에 항의하며 내놓은 웹툰에는 스카이라이프의 ‘공적 영역’이 담겨 있다. 유선네트워크가 들어가기 힘든 지역에서 스카이라이프는 공적 역할을 해왔다. 그런데 KT에 종속되면서 이 같은 역할은 규제 반대 명분으로 활용되고 있다.

실제 스카이라이프 가입자는 2011년 326만1662명에서 2014년 2분기 424만4353명으로 백만 가까이 늘었으나 위성방송 단독 가입자는 줄었다. 반면 OTS 가입자는 같은 기간 120만3802명에서 230만5012명으로 늘었다. 총가입자에서 OTS 가입자 비율은 2011년 36.90%에서 2014년 2분기 현재 54.30%다. 국내 유일의 위성방송플랫폼을 KT가 독점하면서 스카이라이프는 방송사업 매출의 절반 이상을 KT에 기대는 처지가 됐다.

스카이라이프 경영진 또한 최근 OTS 영업이 KT 의존적이고, 가입자 정보의 대다수도 KT가 ‘독점’하고 있는 점을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더구나 스카이라이프가 OTS에서 ‘실시간 방송’을 맡고 있고, KT는 VOD 서비스 같은 ‘부가서비스’를 제공하는데 KT과 미래창조과학부가 스카이라이프의 방송을 KT 통신의 부가서비스 정도로 취급하는 것도 문제다. OTS 수익배분 방식은 KT에 더 유리하게 설계돼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KT 의존도는 더 심해질 것으로 보인다. 스카이라이프는 인수 이후 KT 네트워크로 위성방송을 전송하는 이른바 ‘접시 없는 위성방송’(Dish Convergence Solution)을 서비스하기 시작했고 2012년 방송통신위원회는 이를 ‘불법’으로 규정해 2만3천여 명 규모에서 영업이 중단됐으나, 미래창조과학부는 최근 이를 합법화하는 고시를 추진 중이다. 스카이라이프는 미래부 고시가 만들어지고, 허가가 떨어지기만 기다리고 있다.

출구전략은 있었다. 애초 KT뿐만 아니라 모든 방송사업자들이 스카이라이프를 방송플랫폼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오픈플랫폼’ 논의가 있었으나 스카이라이프는 회의적이었다. 결국 국내 유일의 위성방송은 KT와 엮여 점유율 규제를 받을 처지가 됐고, 이제 제 밥그릇도 못 챙기는 상황에 놓였다. 스카이라이프의 한 관계자는 “(내부에) 공적 플랫폼으로서 자기 전망 없이 KT에만 의존하다 언제 버려질지 모른다는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